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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共 TK “우리도 소리 좀 내자”

정호용 김윤환씨 주축… 민주당 김중권 체제 등장과 때맞춰 행보 활발

5共 TK “우리도 소리 좀 내자”

5共 TK “우리도 소리 좀 내자”
DJP+YS 연대’라는 이른바 ‘3김연합 시나리오’는 물건너가는 것일까. 김영삼 정부 당시 안기부(현 국정원)의 여권에 대한 자금지원 의혹사건 수사로 정국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DJP 공조가 굳건해진 반면, YS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사이의 거리는 좁혀질 소지가 생겼다. 이런 변화는 표면적으로 ‘DJ와 YS의 개혁세력 결집’에 의한 ‘민주대연합’ 가능성을 작게 만든다. 그런 이면으로 최근 5공 출신 민정계 인사들 일부가 활발한 모임을 갖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기부 비자금 제공 사건’이 표면화하기 직전인 1월3일 한나라당 강삼재 부총재의 한 측근은 이렇게 말했었다. “강부총재가 지금까지의 침묵에서 벗어나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시기는 대략 3월쯤이 될 것이고 그 방향은 이회창 총재에 대해 대립각을 명확히 하는 쪽이 될 것이다. 문제는 당내 호응도가 얼마나 되는지다.”

강부총재측의 이런 움직임과 관련해 정가에는 “소문으로만 나돌던 ‘민주대연합설’이 사실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안기부 비자금 사건’으로 구도는 헝클어졌다. 지난 96년 4월 15대 총선 당시 신한국당 사무총장 겸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강부총재는 검찰로부터 출두를 요구받고 있다.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 1995년 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당시 신한국당 사무총장을 맡았던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 등 민주계 핵심인사들도 구설수에 올랐다.

5共 TK “우리도 소리 좀 내자”
강부총재는 1월6일 한나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야당 말살을 위한 공작수사”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상도동의 한 관계자도 1월8일 “이번 사건을 상도동에 대한 여권의 전면전으로 받아들이는 기류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이번 일이 오히려 상도동으로 세를 결집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YS 살려주기’ 시각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김 전 대통령의 도덕성을 정면으로 겨누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분석은 큰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이렇게 여권과 민주계의 거리가 점차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5공 인사들이 잦은 모임을 가지며 서서히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 민정계 전직의원은 “올 1월 초, 민정당 중앙위원을 지낸 인사 20여명과 국회의원을 지낸 인사 10여명 등이 식사를 함께 했다”고 전했다.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도 연초에 세배차 많은 5공 인사들이 찾았다. 이들은 1월15일쯤 다시 한번 모일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월 들어서만 세 번이나 모임을 갖는 것.

1월 모임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올해가 민정당 창당 20주년이 되는 해여서 그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끼리 모이자고 해서 만났다. ‘민정당사(民正黨史)를 만들자’는 말이 있었고 ‘우리가 마치 큰 죄나 지은 사람처럼 있을 필요가 있느냐’며 ‘적극적은 아니어도 우리 소리를 내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1월6일 한 5공 인사의 자녀 결혼식 때 모인 민정계 인사들과 함께 전 전 대통령에게도 이런 내용을 알리기로 했다고 한다. 한 5공 인사는 “전 전 대통령의 태도 여하에 따라 모임 규모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민정계 인사들의 모임에서 주축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은 정호용 전 의원이다. 한 민정계 전직의원은 “정 전 의원을 주축으로 1월 초 모임이 만들어졌고 이수담 전 의원이 간사를 맡고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지난해 말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만나는 등 여야 주요 인사들과 활발한 접촉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지난해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이수성 전 총리와 함께 TK(대구-경북) 지역과 민정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신당 창당을 구상했다는 점에서 향후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정 전 의원은 김중권 민주당 대표와도 절친한 사이다.

5共 TK “우리도 소리 좀 내자”
김윤환 민국당 대표의 행보도 민정계 인사들의 흐름과 맞물려 있다. 김대표는 지난 2일 한나라당 박희태 부총재, 김태호 의원과 함께 태국으로 출국해 10일 귀국했다. 김대표의 한 측근은 “과거처럼 연초에 집을 공개했다가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으면 안 하느니만 못해 외국으로 쉬러 간 것”이라며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 측근은 그러면서도 “김대표의 시내 사무실에 한나라당 민정계 의원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이총재가 측근들하고만 일을 처리하니 할 일이 없는 민정계 의원들이 찾아와 세상 사는 얘기를 나누곤 한다”는 것. 김대표는 조만간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를 방문하는 등 반이회창 세력을 엮는 ‘거중 조정’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정계 인사들의 이런 활발한 움직임은 TK 출신으로 5공 때 정치권에 입문한 민주당 김중권 대표의 등장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여권 핵심부가 민주계와의 연대 대신 한나라당 민정계 일부를 끌어안는 쪽으로 정국구도를 그린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지역으로 보았을 때 DJP 공조에 영남권 일부를 끌어안으면 다음 대선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구도라는 분석도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에 대한 공들이기, 연등회(불교를 믿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모임) 회장을 지내 영남권에 나름의 인맥을 갖고 있는 박상규 사무총장의 기용, 구세력의 대표라 할 수 있는 JP와의 공조회복 등도 이런 맥락에서 보는 사람들이 있다. 15대 공천에서 탈락했던 김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 기본적으로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도 이미 이같은 기류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이총재의 한 참모는 “안기부 사건이 중요한 게 아니다. 당에서는 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계좌 추적이 이미 완료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당 흔들기의 초동 단계로 판단되므로 생사를 걸고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사정으로 들어가는 전 단계다. 검찰 쪽에서 이미 상당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안다. 민정계 일부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권이 현재의 정국 구도를 변화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의 TK지역 3선 의원은 “민심의 변화가 없고 이총재가 대안으로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 민정계 인사들에 대한 여론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여야가 완전히 헤쳐 모이는 혁명적인 상황이 오기 전에는 정치권 구도가 변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 김대표의 일부 주변 인사들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은 현 상황에서 너무 나설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보폭 조절’을 김대표에게 조언하고 있다.



주간동아 2001.01.18 268호 (p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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