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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피플|노벨문학상 가오싱지엔

창작의 자유 좇는 ‘망명 작가’

창작의 자유 좇는 ‘망명 작가’

창작의 자유 좇는 ‘망명 작가’
소설 ‘영산’(靈山)으로 중국 최초의 노벨상을 수상한 가오싱지엔(高行健·60)은 소설 평론 등 다양한 문학 영역에서 활동했지만 역시 극작가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중국 문단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을 때, 그리고 프랑스 망명을 선택하기 전까지 그는 베이징인민예술극원에 소속된 극작가였다. 82년 실험작인 희곡 ‘절대신호’(絶對信號)를 소극장 무대에 올려 100회 공연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성공이 그의 인생에서 그리 이른 것은 아니었다. 1940년생인 가오싱지엔은 중국에 항일전쟁과 사회주의 혁명이 격렬하게 진행되던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냈고, 신중국이 탄생하고 문화대혁명이 끝났을 때는 이미 중년이 되어 있었다. 불혹을 넘긴 뒤에야 공공연하게 작품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 후 ‘버스정류장’(車站), ‘현대 절자희’(現代折子戱·모방자, 비를 피해, 행로난, 커바라산 입구 등 네 편의 단막극), ‘독백’(獨白) ‘야인’(野人) 등의 희곡을 발표했다.

그가 중국 현대사시(史詩)로 쓴 희곡 ‘야인’은 1985년 베이징인민예술극원에 의해 공연됐으나 “사회주의를 오염시킨다”는 이유로 공연금지(1986)당했다. 개혁과 개방을 외치던 시기였지만 문학과 예술에 대한 정치적 지배는 계속됐다. 이 일에 대해 가오싱지엔은 나중에 자신은 그때부터 중국에서의 독자와 관객을 모두 잃었다고 말하곤 했다. 문인이자 연극인으로서 가장 큰 좌절임은 물론이다.

이 시기 중국의 현대극은 리얼리즘 일색에서 벗어나 모더니즘을 수용하는 과정에 있었고 가오싱지엔이 그것을 주도했다. 그러나 그의 독자성은 서구적 모더니즘에만 기울지 않고, 중국 민간에 전승되는 제의극적 요소와 전통극 무대의 미학을 함께 소화하려 한 데 있다.

그러나 독자와 관객을 모두 잃은 후, 그는 자신이 글을 쓰는 진정한 이유를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 쓰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일종의 습관 같은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에게서 글쓰기는 곧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길이었다. 기실 그의 글쓰기에 대한 집착은 남다르다. 문화대혁명 초기에 몇십 kg이나 되는 습작 원고를 모조리 불태워버렸지만, 하방(下放)되어 5년 동안 농촌에 머물면서도 글 쓰고 싶은 욕구를 참지 못해 다시 몰래 글을 써서 깡통에 넣어 땅에 묻기도 했다. 프랑스에 망명한 이후 그는 주로 그림을 그려 생계를 도모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간은 여전히 글 쓰기에 보냈다고 한다.



中 문학 지배에 염증 … 佛 망명 후 역작 ‘영산’ 완성

1988년 프랑스 망명 후, 그는 중국이 극단적인 전제적 정권을 유지하는 한 조국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1989년의 천안문 사건 후에는 공산당 탈퇴를 선포하고, 3개월 후에 희곡 ‘도망’(逃亡)을 썼다. 이것이 조국 중국과의 결별을 선언한 작품이라면, 1982년에 쓰기 시작해 7년이나 걸려 망명 후에야 비로소 완성한 ‘영산’(靈山)은 그의 ‘향수’(鄕愁)를 종결시킨 작품이다. 자신의 유년기의 추억과 자신을 키워낸 땅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중국 민간 문화에 대한 인식을 담아낸 작품이다. 프랑스의 평론가 제라르 뫼달(Gerard Meudale)은 “영산(靈山)은 한 개인이 일체의 압박에 맞서 내놓은 변호의 글”이라고 한다. ‘영산’에 대한 높은 평가는 그가 모든 외적 내적 압박에 반항하는 자세로 이 세계와 자아를 관조하면서 개인의 자유를 탐구해 나갔던 보편성에 기인하는 것이자, 또한 그것을 체화된 중국적 미감으로 표현해낸 독자성에 있다고 보인다.

그는 90년대 후반에도 ‘야유신’(夜遊神) ‘주말사중주’(週末四重奏) 등의 희곡을 썼다. 이 역시 자아에 대한 탐구다. 대부분 중국어로 작품 활동을 하지만, 최근에는 프랑스어로 조그만 작품을 쓰기도 한다. 세계 언어로의 중국어에 대한 확신과 함께 다른 언어를 실험하면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언어적 체험에도 열린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00.10.26 256호 (p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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