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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 즐거움 느껴보세요”

‘아름다운 재단’ 발족…소액 기부금 모아 ‘무의탁 노인 우렁각시 되기’ 등 30여개 기금 조성

“이웃사랑 즐거움 느껴보세요”

“이웃사랑 즐거움 느껴보세요”
‘사랑하는 내 아들딸 세환이 하은아! …언제 올지 모를 이별 앞에서 어린 너희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설명하기에는 너무도 부족함이 있구나. 아무쪼록 얼마 전에 함께 얘기했던 유산 나누기도 아빠와 엄마의 소망대로 어렵고 소외된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에 쓰일 수 있기를 바라며….’

8월22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아름다운 재단’ (02-730-1235) 창립총회. 가족과 함께 참가한 정재곤씨(자동차부품제조업·40)는 여덟 살 난 아들 세환이와 다섯 살 된 딸 하은이에게 주는 이 글을 현장에서 낭독했다. 참여연대의 ‘유산 1% 남기기 운동’에 참가한다는 뜻으로 작성한 ‘유언장’인 셈이다. 이날 참가자들은 각자 지갑에 있던 돈을 모두 털어 재단의 상징인 ‘씨앗의 나무’에 기원을 적은 종이와 봉투를 매달았는데, 아빠의 도움으로 종이를 매단 하은이도 고사리손으로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

일반인 참여 유도 지정기탁도 가능

참여연대가 기획, 발기한 ‘아름다운 재단’은 ‘개미군단들의 공익재단’을 지향한다. 기금출연자의 생각에 따라 다양한 주제를 갖는 목적형, 주제형 재단으로서 개인 펀드를 묶는 네트워크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 이에 따라 이 재단에 기부하는 사람들은 돈을 사용할 영역과 사용방법을 지정해 기탁할 수 있다.

기존 재단들과 달리 소수의 부자보다는 다수 국민의 소액 기부에 의존하는 대중재단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 특징. 재단측은 구체적으로 30여개 영역을 선정해 주제별로 기금을 만드는 방식을 채택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돈 안 되는 과학자 지원 프로그램’ ‘시골학교 농구골대 설치기금’ ‘무의탁노인 우렁각시 되기 기금’ ‘내부고발자 어퓨굿맨 지원 기금’ ‘주부활동가를 위한 탁아방 기금’ 등이 마련될 예정이다.



아름다운 재단의 박상증 이사장(참여연대 공동대표)은 “미국의 경우 전체 기부금의 80% 이상이 일반인 기금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기업의 기부금이 대부분이고 그나마도 연말이나 명절 등 특정한 시점에 한정해 일회성 행사로 그치거나, 힘있는 사람들의 선전용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일반 시민들의 작은 돈을 모아 시민운동가 등 공익적 활동가와 소외받고 상처받은 이웃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이사장은 또한 재단의 생명은 ‘투명성’이라고 강조하면서 “모금한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를 투명하게 알려 믿고 맡길 수 있는 재단의 모범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재단 창립 소식이 알려지면서 아름다운 재단 사무실로 시민들의 문의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제주도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가 “30년 동안 LPG사업을 해왔다. 이걸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고 물어오는가 하면, 어떤 이는 “800만원을 재단에 쾌척하고 싶은데 어디다 기부하면 좋겠느냐”고 문의해 오기도. 임영신 간사는 “기부금은 동산, 부동산은 물론 예술품, 기자재 등 어떤 형태로든 가능하다. 예술가는 재능을, 부자는 돈을, 지식이 많은 사람은 지식을 기부해 이웃을 도울 수 있다”고 말한다.

평생 모은 재산 1억원을 대학에 기부한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만들곤 했지만, 할머니 한 사람이 내놓은 돈이 그 대학의 1년 동안의 기부자 중 1위를 차지하는 현실은 부끄러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황창승 교수(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는 “우리의 기부문화는 할머니들의 한풀이식 기부나 눈물짜내기식이 대부분이었다. 기부행위를 돈을 빼앗기는 것으로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이 고쳐지기 위해서는 돈을 믿고 맡길 만한 기부의 중간매개체(재단 등)가 많아야 하고, 선진국처럼 기부자에 대한 세금혜택 등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주간동아 2000.09.07 250호 (p4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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