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2

2000.07.13

남편의 빈자리

  • 입력2005-07-21 1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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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의 빈자리
    “나, 울릉우체국으로 발령났어.”

    “뭐? 놀리지 마.” “정말이야.” “농담이지? 사실대로 말해!”

    “진짜야, 1월4일자야.”

    작년 12월31일 오후 늦게 남편으로부터 온 전화였다. 승진하고 대기중인 상태로 6개월이 지났기에 곧 발령이 날 것 같다는 말을 들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였다. 일단 현재 근무지는 떠나야 할 터이고, 그래도 출퇴근은 가능한 지역이겠거니 하며 큰 걱정을 하지 않았건만, 울릉도라니… 청천벽력이었다.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란 게 이런 것이 아닐까. 눈앞이 캄캄했다.

    결혼 후 5년 동안 교육으로 인한 출장을 빼놓고는 떨어져 지낸 적이 없기에 울릉도 발령은 나에게 믿어지지 않는, 아니 믿고 싶지 않은 소식이었다. 다섯 살배기와 생후 6개월 된 두 아이도 있었고 나도 직장에 다니고 있는 관계로 남편의 빈자리는 클 수밖에 없었다.



    내가 직장에 다니지 않으면 별 문제가 아니었다. 남편을 따라가면 되니까. 그러나 발령 4일 전에 날아온 소식은 우리 가족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집에 돌아와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았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이틀을 울면서 보냈다. 남편은 남편대로 나를 다독이느라 힘겨워했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남편은 발령지로 가야만 했으니까. 결국 친정 막내동생이 함께 있어주기로 했다. 운전기사 겸 보디가드로.

    마음을 추스르고 남편을 떠나보냈다. 막상 그를 보내고 나니 그 빈자리가 너무나 컸다. 아이들도 아빠를 많이 찾았다.

    남편과 떨어져 지낸 지도 어느덧 6개월이 지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교육이 있어 올라오면 얼굴을 볼 수 있으니 그나마 감사한 일이었다.

    “여보, 내가 당신과 함께 지낼 때 잘못한 일 있으면 다 용서해줘요.”

    “아니, 그런 것 없어.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하지. 당신 아이들하고 힘들지?”

    “아니, 괜찮아요. 건강하게 잘 있다가 와요.”

    “우리 같이 기도하면서 잘 이겨나가자.”

    남편과 떨어져 지내고 있는 요즘, 나는 아이들과 매일 전쟁을 치른다. 아침 일찍 깨워서 큰아이는 어린이집으로, 작은아이는 시댁으로, 그리고 출근. 또 퇴근하는 길에 아이들을 데리고 와 저녁 먹이고 씻긴 뒤 재우고….

    남편이 언제 우리 곁으로 돌아올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오직 하느님만 아시겠지. 그러나 조급해하지 않는다. 그분의 섭리 속에 우리의 사랑이 더욱더 견고해졌기 때문이다.

    남편이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나는 몹시 들뜬다. 마치 소풍을 기다리는 어린아이마냥…. 오늘은 남편이 오는 날이다. 그가 좋아하는 쫄면 재료를 준비해 놓고 기다리는 마음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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