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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김경호씨 가족 상봉기

“꿈인가 생시인가” 온가족 눈물바다

뒤늦게 탈북한 맏딸 명희씨 가족과 만나…생이별 5년 만에 펼쳐진 감동의 드라마

“꿈인가 생시인가” 온가족 눈물바다

“꿈인가 생시인가” 온가족 눈물바다
“아버지! 아버지!” “응응응!” 헤어진 지 5년 만에 4개국을 넘나들며 헤맨 끝에 다시 만난 아버지 앞에 꿇어앉은 딸은 아무 말도 못한 채 울고만 있었다. 말이 없기는 아버지도 마찬가지. 아버지 김경호씨(66)와 딸 명희씨(43)는 그렇게 한참을 마주보며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96년 일가족 16명을 이끌고 귀순해 화제를 모았던 김경호씨는 중풍으로 중증 언어장애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 다시는 못 만날 줄 알았던 부녀가 서울 하늘 아래서 눈물을 흘리며 다시 마주앉은 것이다.

지난 6월7일 북한 탈출 10개월 만에 비로소 서울 땅을 밟은 김경호씨의 맏딸 명희씨 일가족이, 서울에 도착한 후 처음으로 7월1일 시내 모처에서 가족과 극적으로 상봉했다(주간동아 240호 참조).

중풍 김경호씨 말없이 눈물만

중풍으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차 안에서 기다리고만 있던 아버지 김경호씨를 딸 명희씨가 붙들고 울고 있는 사이 김씨의 맏아들 금철씨 집에서는 셋째 딸 명숙씨가 조카들을 붙잡고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철아, 이모가 잘못했다. 이모가 널 버리고 왔어. 내가 통일전망대에 나가 네 이름을 얼마나 소리 높여 불렀는지 몰라….” 서울에 도착한 지 한 달이 다 되었건만 아직도 동그란 눈을 두리번두리번거리고만 있는 철이(17) 어깨를 부여잡은 이모 명숙씨는 눈물을 그칠 줄 몰랐다. 동생 윤미(15)와 막내 철룡이(10)도 덩달아 어깨를 들썩거렸고 20명이나 되는 일가족이 다시 만난 스무평 남짓한 아파트는 한순간에 울음바다로 변해버렸다.



무려 16명의 가족이 함께 귀순했던 김경호씨 일가는 귀순 당시 임신 7개월이던 막내딸 명순씨가 서울 도착 직후 아들 대한(大韓)군을 낳아 17명이 됐고, 이번에 맏딸 명희씨 일가족이 합류함으로써 모두 21명의 대가족이 됐다.

이날 김경호씨 일가는 딸 명희씨 일가족의 북한 탈출 소식을 처음 전해들은 뒤 서울에 도착하기까지 10개월 동안 가슴 조여왔던 조바심을 한꺼번에 떨어내기라도 하듯 연신 웃음바다였다.

“언니, 이제 북한에서 고생하던 만큼만 노력하면 우린 여기서 대부자(큰 부자) 될 거니까…, 이제 요리도 배우고 컴퓨터도 배우고 언니 배우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는 거야.”

그러면서 동생 명숙씨는 막내딸 명순씨가 국가 공인 조리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고 자랑했다.

“다른 동생들은 모두 자격증 하나씩 있는데 그럼 엄마만 뭐야? 엄마는 총사장인가?”

“그래 총사장이다. 21명 거느린 총사장이면 그것보다 좋은 게 어디 있니?”

이날만은 어머니 최현실씨도 딸의 북한 탈출 소식을 처음 접한 뒤 10개월 동안 시달렸던 악몽의 기억에서 비로소 풀려난 듯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그러나 대화가 무르익을수록, 언니네 가족만 남겨두고 왔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동생들은 귀순 이후 가슴에 묻어두었던 말들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놓기 시작했다.

“언니, 우리는 여기 와서 가슴에 한만 맺힌 채 못 보고 죽는 줄 알았어…. 가끔씩 꿈에 언니가 나타나면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셋째 딸 명숙씨)

“난 오늘 아침에도 언니 꿈을 꿨다구…. 언니만 나타나면 그날은 아무 일도 손에 안 잡히고….”(넷째 딸 명순씨)

서울에 도착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명희씨는 5개월간 동남아 제3국의 산간지대에서 인질로 잡혀 있던 기억이 채 가시지 않은 듯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는 말만 반복했다. 명희씨는 동남아 제3국에 고립된 지 5개월 만인 지난 6월3일 정부 당국의 안내로 그곳을 출발해 비행기를 네 번 갈아타고 6월7일 아침 비로소 서울 땅을 딛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8월, 4년 전 온가족이 목숨을 걸고 건넜던 두만강을 넘어 북한을 탈출한 지 10개월 만의 일이었다.

명희씨 일가족은 오는 8월 초 탈북자 정착 지원 기관인 하나원으로 옮겨 적응 기간을 거친 뒤 서울의 가족과 합류하게 된다. 4년이라는 간격을 두고 부모님을 뒤따라 서울에 안착한 명희씨는 “이제는 아무데도 가지 않고 어머니 옆에만 붙어 살겠다”며 이날 10개월 만에 비로소 활짝 웃어 보였다.



주간동아 2000.07.13 242호 (p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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