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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사이버 인맥이 뜬다

난 ○○사이트 출신… 당신은?

내가 만들어가는 '사이버 인맥' …끊임없는 정보공유, 나를 밀어주는 '새로운 힘'으로

난 ○○사이트 출신… 당신은?

난 ○○사이트 출신… 당신은?
6월30일 오후 8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주택가에 자리한 강남출판문화센터 지하 세미나실. 40여명의 인터넷 전문가들이 모였다. 이들은 1시간 동안 ‘E-mail을 이용한 인터넷 마케팅’을 주제로 세미나를 가진 뒤 뒤풀이 행사를 위해 일제히 흩어졌다.

모임의 주인공은 인맥사이트 ‘싸이월드’(www.cyworld. co.kr)의 회원클럽 중 가장 끈끈한 인맥을 자랑하는 ‘E-Biz’클럽. 이 클럽은 지난해 10월 인터넷 비즈니스 업체 직원 80여명에 의해 단순한 동종업계 온라인 친목모임으로 만들어졌지만 불과 9개월 만에 비즈니스 정보교환의 ‘대표 인맥’으로 뿌리를 내렸다. 서울 대구 대전 등 전국의 회원만 1120여명. 유수 벤처기업과 삼성SDS 등 대기업, 컨설팅 회사의 임직원들이 포진해 있다. 전문가 집단이다 보니 모임 내에서 인재 스카우트까지 심심찮게 일어날 정도로 회원들간의 신뢰 기반이 탄탄하다.

“우연이 자꾸 쌓이다 보면 필연으로 이어지는 것이 인간사회의 순리다. 따라서 조직-집단보다 개인이 우선시되는 디지털시대에도 인맥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이젠 우리의 인맥을 우리가 직접 ‘선택’한다. 어느 누가 미래 세계가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인가. 불확실성의 시대를 대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그것은 바로 잘 관리된 인맥뿐일 것이다.” 문화산업 벤처 ㈜지팬의 전략기획팀장인 E-Biz클럽 회원 한웅씨(29)는 “클럽활동을 꾸준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업계 동향에도 훨씬 밝아졌다”며 “회원들간에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시너지 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해 두 달 후 지금의 인맥을 바탕으로 한 정식 인터넷 전문가 단체를 결성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가장 빠른 시간에 가장 적절한 정보와 조력을 얻을 수 있는 디지털 네트워킹. 이른바 ‘사이버 인맥’이 뜨고 있다. 무차별 인맥 엮기가 가능한 인터넷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능력과 네트워킹의 이점은 기존 인맥문화의 양태를 급속히 바꿔가고 있다. 이제 네티즌들은 잡스런 채팅과 ‘유희’ 수준의 만남에 만족하지 않는다. 더 복잡하지만 더 끈끈한 ‘나만의’ 디지털 인맥을 그물망으로 엮고 싶은 ‘야심찬’ 바람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6월30일 대표적인 무료회원제 인맥사이트인 싸이월드 본사(서울 강남구 신사동). 70여명의 직원이 네티즌의 ‘욕구’를 채워주기 위한 작업으로 분주했다. 지난해 9월 본격 서비스를 개시한 이 사이트의 가입자는 무려 60만명. 그리운 사람을 릴레이식으로 손쉽게 찾아주는 ‘싸이월드는 사랑을 싣고’ 코너와 2만6000여개에 달하는 클럽(동호회)이 인기를 끌어 단숨에 많은 회원을 끌어모았다. 회원의 40% 이상이 인맥쌓기에 민감한 20, 30대. 이들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제각기 1∼10개 이상의 클럽에 가입, 다른 회원들과 교류하고 있다. 정기적인 오프라인 모임을 갖는 클럽도 전체의 10% 가량을 차지할 정도다.



왜 사이버 인맥인가. 그 해답엔 기존의 인맥이 21세기에도 여전히 무시 못할 힘을 지닐 것임은 분명하지만 그 영향력은 이전에 비해 훨씬 약화되리라는 전망이 깔려 있다. “사이버 인맥이 한 시대를 풍미한 아날로그 인맥을 완전히 대체할 순 없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 따라 흩어져버린 학연 지연 혈연, 친목 모임을 찾아 디지털로 재구축해 관리해줄 수는 있다. 또 인터넷을 통해 전혀 모르는 사람과의 새로운 인맥을 엮어주는 것도 가능하다. 쉽게 말해 ‘Connect Each Other!’가 사이버 인맥 형성의 핵심이다.” 당연하게도 싸이월드 이동형 사장(36)은 후자, 즉 ‘넷(Net)연’ 구축에 더 비중을 둔다.

이 때문에 싸이월드 인맥엔 촌수까지 있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은 나와 ‘1촌.’ 1촌이 알고 있는 사람은 2촌이다. 촌수의 영역은 회원들의 활동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4촌까지 맺어진다.

이사장은 즉석에서 모니터에 싸이월드 사이트를 띄워 시범을 보였다. 기자는 그가 기자의 E-mail 주소로 보낸 ‘초대장’ 메일을 클릭한 뒤 회원으로 가입했다. 그러자 화면은 기자와 이사장이 ‘1촌간’으로 인맥이 형성됐음을 나타냈다. 이사장과 1촌 관계인 320명의 회원은 모두 기자와 2촌 사이가 됐다. 2촌들의 신상정보를 보고 ‘인적 궁합’이 맞다고 생각되면 그들에게 초대장을 보내 기자와 1촌관계를 만들 수도 있다. 1촌간에도 관계설정은 얼마든지 많다. 선후배, 친척, 중요한 사람, 평생지기, 채팅친구…. 회원이면 누구나 자신만의 인맥클럽을 만들어 클럽 회원과 오프라인 모임을 가질 수도 있다.

이사장은 왜 이런 사이트를 만들었을까. “디지털시대에 세상은 더욱 좁아지고 인맥은 더욱 복잡해지는 만큼 기존의 ‘고전적’ 인맥만으로는 진짜 중요한 정보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촌수로 맺어진 회원간엔 끊임없는 정보 공유가 이뤄질 수 있다.” 그의 말대로 어쩌면 세상을 간단히 하나로 엮어주는 인터넷의 본질적 힘은 인맥 구축에 가장 적합한 도구인지도 모른다.

수천 수만의 회원 정보가 거대한 인맥군을 이룬 사이트 중엔 특화된 것도 있다. 386세대를 위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n386’(www.n386.com)의 인맥 만들기 코너는 싸이월드와 달리 회원들을 서로 엮어주는 네트워킹 시스템을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회사원, 전문직 등으로 분류된 여러 직업군 속에서 인맥을 엮을 만한 회원을 직접 고르도록 여지를 뒀다. 이 코너의 회원 자격은 386세대인 1960∼69년생으로 제한돼 있다. 사이트 운영업체 이루다닷컴㈜ 대표 김광우씨(36)는 “일단 메일 친구로 맺어지도록 하는 것만이 우리의 역할이다. 회원간의 인맥쌓기는 오로지 회원간의 합의에 달려 있다”며 “386세대가 우리 사회의 네트워크 리더란 점에서 이들의 인격을 존중한 것”이라 말했다.

‘인맥 쌓기’는 해외로도 이어진다. 비즈니스맨에게 파트너십은 사업 성과와도 직결된다. 이 점에 착안한 ‘두레21’(www.dure21.com)은 재외동포 사업자에게 국내 중소기업을 소개해주거나 국내 사업자에게 외국의 한국인 기업을 소개해 무역거래를 가능케 해주는 전문 비즈니스 인맥사이트. 99년 3월 본격 서비스를 시작해 무역-유통업, 인터넷 서비스업, 여행업 등에 종사하는 1700여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다. 이중 500여명은 북미 아시아 중국 등 해외 37개국에 흩어져 있는 30, 40대 한인 사업자들.

회원들은 사이트 화면의 세계지도에서 국가명을 클릭해 해당국의 한인 사업자 정보를 본 뒤 그들과 현지 경제-금융뉴스 등 각종 비즈니스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에 살며 현지 공장에 원자재를 납품하는 김모씨(46)는 최근 이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사업가와 30만 달러의 거래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두레21’ 회원 중 일부는 한 달에 한 번꼴로 한국에서 국내 회원들과 오프 모임을 갖는 것을 철칙으로 하고 있다. 자주 만나며 쌓은 신뢰가 바탕이 돼야 사이버 인맥도 탄탄해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정부도 사이버 인맥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새천년준비위원회(위원장 이어령) 기획으로 데이콤이 주관하는 ‘사이버 즈믄이 2000’은 디지털 세계 인맥쌓기의 본격화를 방증하는 사례.

‘사이버…’는 지난해 12월 외국어-컴퓨터 사용능력, 창의력 등 일정 심사기준을 거쳐 선발된 20∼22세의 즈믄이(새천년의 젊은이란 뜻) 700여명이 사이버공간에서 세계 젊은이들과 교류하며 한국을 알리고 지구촌의 당면과제를 그들과 리얼 타임으로 호흡하며 고민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국제 감각을 갖춘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의 프로그램. 즈믄이들 중 일부는 7월 중 세계의 분쟁지역과 환경 선진국에 ‘즈믄이 대사’로 파견돼 현지 학생들과의 오프라인 토의와 실태 파악활동 결과를 홈페이지(http://2000.chollian.net)에 발표할 예정.

“오프라인 세계를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면, 사이버 영토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주도해 개척하자는 것이 사업 목표다.” 새천년준비위원회 최정식 기획팀장(45)은 “오는 10월 ‘즈믄이’들이 전세계 학생들과 리얼타임으로 가질 ‘사이버 유엔총회’가 이 사업의 백미가 될 것”이라 밝힌다.

사이버 인맥이 새로운 디지털문화의 상징적 코드가 될 것이란 견해엔 이론이 없다. 그렇다면 사이버 인맥이 만들어갈 세상은 언제나 장밋빛일까.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네티즌들의 중론. “10년 이상 소식이 없던 고교 동창의 연락을 받을 때와 인맥사이트에서 알게 된 지인(知人)이 보낸 광고성 메일이 도착했을 때의 기분은 완전히 다르다. ‘인터넷 실명제’가 전제돼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사이버 인맥이 구축될 것이다.” 자신의 사진과 신상정보를 모두 공개하고 있는 싸이월드 회원 정재훈씨(33)는 “아직도 일부 회원들은 스토킹 등을 두려워해 신상정보 공개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정작 사이트 운영자들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 “물론 신뢰성의 문제는 남는다. 그러나 현 단계의 인맥사이트에도 무형의 자정장치는 있다. 예컨대 어느 회원이 자신의 인맥을 인터넷 다단계 판매나 속칭 ‘돈버는 사이트’ 광고에 이용하려 한다 치자. 비록 가상공간에서 이뤄지는 일이긴 해도 버젓이 인맥 관계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그런 행위를 용인하겠는가. ‘나는 네가 인맥사이트에서 한 (추악한 혹은 비열한) 일을 알고 있다’고 나설 텐데…. 그는 당연히 ‘왕따’를 당하거나 사이트에서 추방될 수밖에 없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어쨌든 미래의 인터넷 세상에서 ‘사이버 인맥’이 차지하는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 같다. 유난히 인맥을 따지고 초면인 사람과도 출신지역과 학벌을 물어 애써 ‘공통의 연결고리’를 찾고자 하는 한국인의 오랜 관행이 쉽게 사라질 것 같지는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20, 30년 후 ‘행인1’이 ‘행인2’에게 던지는 인사말 한마디쯤 짐작해보는 일도 그래서 어렵진 않을 듯하다. “반갑습니다. 그런데 어느 (인맥)사이트 출신이세요?”





주간동아 2000.07.13 242호 (p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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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터널 빠져나오자 우울의 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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