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2

2000.07.13

경제적인 여유 있어도 오랫동안 일하고 싶다

설문 결과 78% 조기퇴직에 부정적

  • 입력2005-07-12 11: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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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직업을 갖고 일을 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아무래도 호구지책(糊口之策) 때문이리라. 1997년 우리나라 성인 1521명에게 ‘사람들이 왜 직업을 갖는다고 보는가’고 물어보았더니 63%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하고, 24%가 자기 발전을 위해, 12%가 사회구성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그래서 가장 좋은 직장이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보상이 있고, 또 사회적으로도 대접받는 직장이리라.

    누구나 한번쯤은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만 다수는 되도록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고 싶어한다. 1998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근로자 1773명에게 ‘언제까지 일하고 싶은가’고 물었더니 55세까지가 14%, 60세까지가 14.8%였으나 반수가 넘는 57%는 일할 수 있는 한 일하고 싶다고 응답하였다.

    우리나라만큼 근로의식이 강하다는 일본의 경우는 어떠한가. 일본의 한 여론조사에서 남은 여생을 편안하게 보낼 만큼 충분한 경제력이 있다면 일을 계속하겠는가 아니면 그만두겠는가 하고 물어보았는데, 1973년 조사에서는 일을 그만두겠다는 응답이 25%에 지나지 않았지만 점점 그 비율이 높아져 20년 후인 1993년에는 33%나 되었다고 한다. 국민소득이 점점 높아짐에 따라 일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추구하게 되었나 보다. 아닌게아니라 최근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젊은 시절에 경제적 성공을 이룬 다음 조기퇴직을 하는 것이 직장인들의 꿈이 되고 있다고 한다.

    2000년 5월 R&R은 조기퇴직에 관해 우리나라 성인 600명에게 물어보았다. 응답자의 78%는 경제적 여유가 있더라도 가능하면 오랫동안 일하며 살고 싶다고 응답한 반면, 22%는 경제적 여유만 있다면 빨리 은퇴해 일하지 않고 살고 싶다고 응답했다. 조기퇴직을 바라는 응답률은 젊을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소득이 높을수록 많았다. 아마 10년 후면 조기퇴직희망 응답이 일본처럼 30%를 넘을 것이다. 바야흐로 한국사회도 일에 미친 사람(Workholic), 평생노동, 근로의식을 강조하는 성장사회에서 삶의 질, 행복추구, 복지 등을 강조하는 성숙사회로 진입하게 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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