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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노갑 vs 정몽준

권노갑-정몽준은 ‘이웃 사촌’

남의 눈 피해 만날 수 있는 “지근거리”…‘한지붕 가족’은 아직 미지수

권노갑-정몽준은 ‘이웃 사촌’

권노갑-정몽준은 ‘이웃 사촌’
9박10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5월23일 귀국한 민주당 권노갑고문은 “정몽준의원 스스로 불원간 민주당 입당 문제에 대해 결정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무소속 정몽준의원의 민주당 입당설에 한층 무게를 실은 발언임에 틀림없다.

정의원의 민주당 입당설은 그 자체로 주목할만한 일이지만, 그 이야기를 권고문이 직접 말했다는 것 또한 관심을 갖게 한다. 4·13총선 과정과 그 이후 한때 이인제고문과의 밀착설이 나올 정도로 ‘친 이인제’ 분위기를 풍겼던 권고문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권고문은 자신이 정몽준의원 영입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줌으로써 이같은 밀착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아울러 ‘포스트 김대중’의 후계 구도 정지 작업을 자신이 주도하고 있다는 뉘앙스도 전달했다. 이른바 ‘막후 조율사’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지키겠다는 ‘선점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권고문과 정의원은 사실 ‘이웃 사촌’이다. 권고문이 거주하는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신원빌라와 정의원의 평창동 단독주택은 지근 거리에 있다. 둘이 만날 의사만 있다면 남의 눈을 피해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위치다. 권고문의 한 측근 의원은 “권고문이 14대 국회에서 국방위에 있을 때 정의원도 같은 상임위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서로 어울릴 기회가 많았다”고 전한다. 이래저래 정의원 영입 작업에는 권고문이 제격이라는 얘기다.

정몽준의원은 최근 현대그룹 정주영가의 지분 정리를 위한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현대 중공업의 개인 최대주주이고 집안의 상속 구도에 일대 변화가 생기는데도 ‘집안 일’에 거리를 두었던 것.



현대그룹 전체가 자금위기설로 비상사태에 들어가 있는 와중에 정의원은 5월29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6월1일 미국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가든에서 열리는 바루흐대학 명예법학박사 학위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정의원은 올 초부터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현대그룹 후계 구도 문제에서도 완전히 비켜서 있었다. 이 때문에 정의원하면 먼저 현대를 떠올리는 등식은 이제 조금씩 탈색되고 있는 것이 사실.

이와 관련, 권고문의 한 측근 의원은 “정의원은 입당하기 전에 먼저 현대와의 관계를 어떤 식으로든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입당 권유자인 권고문은 물론 민주당도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정의원이 자신의 현대중공업 지분을 완전히 처분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그러나 정의원측 입장은 아직 입당을 결심한 단계에 도달한 것 같지는 않다. 정의원의 한 측근은 “서두를 생각도 없고 피할 생각도 없다는 입장에 전혀 변화가 없는데도 민주당에서 너무 앞질러간다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정의원은 지난 3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당 입당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스페인은 1982년 월드컵대회를 치르면서 민주화가 진전됐고 심각한 지역감정도 가라앉기 시작했다. 나는 2002년 월드컵도 이런 의미에서의 커다란 ‘푸닥거리’가 되길 희망한다. 내가 특정 정당에 들어가지 않는 것은 그들(여야 핵심인사들)이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아직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에 대한 해답이 주어져야만 들어갈 수 있다.”

물론 정의원이 말하는 ‘해답’이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말 그대로 지역감정 극복을 위한 가시적인 노력일 수도 있고, 다른 예비주자들과 견줄 수 있는 입지 보장을 의미할 수도 있다. 정의원이 ‘무소속 대권 도전’을 완전히 포기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정의원의 민주당 입당에는 아무래도 권고문의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듯하다. 권고문 역시 “조만간 정의원을 만나봐야겠다”고 말한다.



주간동아 2000.06.08 237호 (p2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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