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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건강검진 유용성 논란

해봤자 “못믿겠고” 안하자니 “찜찜”

처음엔 질환 의심, 나중엔 이상없다 일쑤…대충대충 1차검사 오진 부추겨

해봤자 “못믿겠고” 안하자니 “찜찜”

해봤자 “못믿겠고” 안하자니 “찜찜”
63세의 김모씨(여)는 지난해 종합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이 병원에서는 갱년기 증상이라며 호르몬 제재 처방을 했고 김씨는 넉 달 동안 치료받았다. 그러나 상태가 계속 나빠지자 병원을 옮겨 재검사를 받았는데 여기서 대장암 말기라는 진단이 나왔다. 결국 건강검진을 받은 지 6개월만에 김씨는 세상을 떠났다.

충남의 한 직장여성은 직장의료보험조합이 제공하는 단체건강검진을 받은 뒤 “흡연이 지나치니 자제하라”는 통보를 받고 난감했던 경험을 신문 독자란에 투고했다. 평소 담배라고는 피워본 적이 없는데 이런 엉뚱한 진단이 나오는 것을 보면 검진의 실효성에 의심이 간다는 내용이었다.

서울의 한모씨 역시 단체검진 후 간질환이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부랴부랴 2차 정밀검진을 받았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자 병원 자체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졌다고 말한다.

한씨처럼 직장에서 단체검진을 받은 사람들 중 상당수가 ‘질환의심’ 판정이 나오지만, 2차검사를 하면 ‘이상 없음’ 판정이 나오는 일이 허다하다. 실제로 97년 통계를 보면 의보 건강검진을 받은 241만2000명 중 23.5%인 56만8000명이 질환의심 판정을 받았다. 이 가운데 2차 검진에 응한 42만명 중 15만명만이 실제 ‘질환이 있다’는 판정이 나왔다. 1차 질환의심 판정의 60% 이상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봄철 연례행사인 의료보험의 건강검진에 대한 유용성 논란이 그치질 않고 있다. 의보 검진은 키 몸무게 혈압 등 기초체력을 측정하고 흉부방사선 간접촬영, 소변검사, 혈액검사 등 20여 가지를 실시한다. 검사가 ‘수박 겉핥기’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애초에 검사항목이 너무 적다는 데도 이유가 있지만, 1차 검진에서 대충 ‘질환의심’ 판정을 해놓고 2차 검진으로 유도하는 병원의 상업성도 문제가 되고 있다.



그렇다고 대형병원의 종합검진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도 아니다. 병원의 종합검진은 의료보험관리공단이 실시하는 기본항목 외에 위내시경, 초음파검사 등 80여 가지 항목을 패키지 상품으로 운영하고 여기에 컴퓨터단층촬영과 같은 정밀검사는 선택할 수 있도록 돼있다. 기본 검진만 최소 20만~40만원이고 추가옵션을 하면 100만원을 훌쩍 넘는 액수여서 부담이 크다. 또 심혈관 질환처럼 현재의 CT촬영이나 운동검사로는 문제점을 발견하기 어려운 질환이나 폐암 난소암 등 발병 속도가 빠른 특정질환의 경우 종합진단만으로는 조기발견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래저래 신뢰에 금이 간 상태다.

서울 세란병원 건강검진센터 장일태소장은 “어디서 실시하든 종합검진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몇 년 전 어느 건설회사 사장이 종합검진에서 이상 없다는 판정을 받고 한 달 후 갑자기 쓰러져 사망한 일이 있었습니다. 급사(急死)의 원인은 대개 뇌질환이나 심장질환일 가능성이 높은데 일반종합검진에서는 초기에 이런 질환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뇌나 심장 등 분야별 특수검진이 필요하죠. 그렇다고 정기적인 종합검진을 무시해서도 안됩니다. 종합검진을 하되 일정한 자각증세가 나타나거나 혹은 가족의 병력(病歷)에 고혈압 당뇨 간질환 암 심장질환 등이 있는 사람은 주기적인 특수검진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 형제 중에 간질환 환자가 있을 경우 유난히 피로증세가 심하고 몸이 무겁다고 느껴지면 별도의 간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또 머리가 아픈 증세가 지속적이면 두통약으로 해결할 게 아니라 뇌혈관촬영, 뇌혈류초음파, 뇌파검사 등을 해야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서울 삼성동 하트스캔센터의 박성학원장은 지난해 11월 이후 506명에게 EBT(Electron Beam Tomography·전자빔 단층촬영장치)검사를 시행한 결과, 그 중 29.8%가 자각증세가 없었는데도 심각한 관상동맥질환을 나타냈다. 한국에서 질병에 의한 사망원인 1위인 관상동맥질환이 자각증세만으로는 조기 발견할 수 없음을 입증한다.

폐암도 자각증세가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기침 가래가 생기면 감기나 기관지염으로 오인돼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조기진단이 페암 치료의 제1원칙인데 종합검진에서 실시하는 흉부사진이나 객담검사만으로는 폐암이 발견되지 않는다. 주로 폐의 단면을 위에서 아래로 여러 단계 나눠 찍는 CT촬영법을 사용하는데 EBT검사를 통해 훨씬 세밀하게 관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래서 요즘은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면서 우려되는 질병에 따라 필요한 검사만 받는 ‘맞춤 검진’이 인기를 끌고 있다.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고 수검자에게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질병을 조기 발견하는 것이 맞춤검진의 목적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소화기 부인암 유방암 등으로 나누어 건강검진을 시행하고, 강북삼성병원은 수검자 편의를 위해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출장건강검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서울 중앙병원은 기본종합검진 검사 항목 외에 심장, 여성, 정밀 등 검사항목을 추가했다. 분당 차병원은 간 비뇨생식기 내분비기 등 성인병을 중심으로 ‘성인병건강검진’을 하고 있으며, 울산대학병원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사업장별 유해인자(분진 소음 진동 이상기압 유해광선 등)에 노출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특수건강검진을 한다. 세란병원은 뇌질환 조기발견과 예방을 위한 ‘뇌종합검진’외 소아건강검진 학생건강검진 및 노인-성인-미용종합검진 등 다양한 맞춤건강검진을 실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한방병원의 검진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자생한방병원은 제성의원(양방협진기관)과 연계해 내과 방사선과 임상병리검사 등 한양방통합검진 프로그램을 실시중이다.

맞춤검진을 할 경우 비용은 20만~40만원 선. 병원에서 실시하는 종합검진과 비슷한 가격이면서 특정질병에 대해 훨씬 정밀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비용부담이나 시간적 제약 때문에 몸의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 한 자주 검진을 받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연령과 필요에 따라 검진항목을 달리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세란병원 장일태소장은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소아종합검진(비만, 알레르기, 학습장애 검사 등이 포함돼 있다)을 받도록 하고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기 전에 청소년기에 자주 나타나는 척추와 안과질환을 검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이어 20~30대에는 갑산성이상 혈압 대변 위, 여성의 경우 자궁경부세포진 검사를 매년 받도록 한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는 간염과 에이즈 검사를 하는데, 여성의 경우 일반종합검진에 없는 풍진 항체 검사를 한다. 임신 중 풍진에 걸리면 기형아를 낳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풍진 항체가 없는 여성은 미리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40대 이후에는 과로나 일반검진에서 나타나지 않는 병으로 급사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기이므로 성인병 검사를 받는다. 또 65세 이상이 되면 퇴행성질병을 앓게 되는데, 뇌졸중 치매 심장질환을 중심으로 노인종합검진을 받는다.

종합검진에 대한 불신 때문에 건강검진을 피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건강검진을 통해 자신이 몰랐던 질병이 발견될까봐 두려워서 기피하는 일도 있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으로 다룰 수는 없다. 건강검진을 적절히 이용한다면 최선의 치료인 예방을 할 수 있다.



주간동아 2000.05.18 234호 (p7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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