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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음악산업 디지털 혁명

MP3 열풍 “법도 못말려”

저자권 침해 판결 불구 네티즌 지지 높아…“시대에 뒤진 실정법”

MP3 열풍 “법도 못말려”

MP3 열풍 “법도 못말려”
4월28일 미국 뉴욕 지방법원은 엠피스리닷컴(MP3.com)의 맞춤형 서비스인 마이엠피스리닷컴(my.mp3. com)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MP3.com은 디지털 음악 형식의 ‘사실상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mp3파일의 총집합소. 요즘 유행어로 말하자면 mp3파일의 ‘포털’ 사이트다. 법원은 블루스 재즈 록 컨트리 클래식 등 음악의 모든 장르를 총망라, 이를 mp3파일 형태로 유통시키는 MP3.com의 서비스 중 일부가 현행 저작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한 것이다. 현행법으로만 본다면 MP3.com으로서는 승산이 별로 없다. 저작권을 가진 음반사들의 허락 없이 인기 노래나 연주곡을 mp3파일로 바꿔 네티즌들에게 제공해 왔기 때문이다. 이를 CD분량으로 따지면 어림잡아 8만여 장에 이른다는 것이 음반사들의 주장이다. MP3.com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서비스 중 하나인 ‘빔-잇’(Beam-It)만 하더라도 사전에 이용자가 해당 음반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기 때문에 현행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빔-잇’ 서비스는 이런 방식이다. 가령당 샌타나의 ‘슈퍼 내추럴’ CD를 CD롬 드라이브에 넣는다. MP3.com사이트는 이를 통해 핑크 문 CD를 이미 정당하게 ‘소유’하고 있음을 인지한 뒤 해당 CD에 수록된 음악의 mp3파일을 제공한다. CD가 있는데 왜 굳이 mp3파일을 이용하느냐고? 일단 그러한 확인이 끝나면 언제 어디서든 MP3.com 사이트에 접속,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자유롭게 ‘슈퍼 내추럴’ 앨범의 음악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MP3.com으로서는 이미 적법하게 그 CD를 소유한 이에게만 곡을 제공한 셈이 되므로 면책이 된다(결과적으로는 면책되지 않았다. CD를 빌리기가 얼마나 쉬운가!).

어쨌든 디지털 음악 혁명의 선도자로 평가받던 mp3파일 형식은 좋든 싫든 한 전기를 맞게 됐다. 그 상징 사이트라 할 만한 MP3.com이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MP3.com의 마이클 로버트슨 사장은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판결이 번복될 것 같지는 않다. “우리는 5명의 헤비급 복서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이 5명은 물론 유니버설 소니 BMG 등 5대 공룡 음반사를 가리킨다. 로버트슨 사장은 사실 오래전부터 법정소송을 예견해 왔다. 4000억원에 이르는 거금을 화해나 타협에 쓰기 위해 모았고, 웹사이트에 ‘소송 정보’란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소송 결과가 아니다. 현실이다. 기술 진보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법. 그리고 5대 음반사들. 현행법대로라면 CD나 카세트테이프를 산 사람이 ‘개인적 용도’로 소량의 복제본을 만드는 것은 위법이 아니다.

미국음반산업협회(RIAA)는 그러나 CD파일을 mp3파일로 바꿔 서버에 올리는 것은 ‘개인적 용도’가 아니라 ‘방송’(Broadcasting)에 더 가깝다며 제재를 주장해 왔다.



냅스터(Napster)라는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나오면서 RIAA는 더욱 다급해졌다. 냅스터는 그것을 이용하는 네티즌들이 서로의 PC에 보관된 mp3 음악 파일을 서로 공유할 수 있게 해준다. 즉 인터넷에 접속해 있는 다른 사용자들의 컴퓨터를 검색, 그 안에 들어있는 mp3 파일을 자유롭게 자신의 컴퓨터로 내려받거나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이 중에는 허가받지 않은 불법 복제 mp3 파일도 포함되어 있다(냅스터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그러한 경고문이 뜬다). RIAA는 1999년 12월7일 냅스터사가 음악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고소했다.

RIAA는 냅스터가 “거대한 온라인 해적 시장과도 같다”고 주장한다. “냅스터는 사용자들에게 저작권 침해에 동참하도록 부추길뿐 아니라 그 수단까지 제공한다”는 것이다.

과연 냅스터는 mp3파일에 대한 관심을 새삼 증폭시켰다. 수많은 사람들, 특히 대학생들이 열풍처럼 냅스터에 매달렸다. 끊긴 링크도 없고, 저작권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네티즌들끼리의 연결망. 냅스터는 뛰는 mp3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었다.

냅스터 열풍은 급기야 몇몇 대학에서 이에 대한 이용을 제한하는 조처까지 취하게 만들었다. 미국 일리노이주 노스웨스턴대학은 학생들의 냅스터 이용이 전체 인터넷 접속량의 3분의1 이상을 잠식하고 있다며, 사용 제한 조처를 내렸다. 어바나 샴페인에 있는 일리노이 주립대학도 비슷한 대응책을 발표했다.

몇몇 인터넷 전문가들은 그러나 각 대학들의 반응이 꼭 접속량 때문만은 아닐 것으로 추정한다. 거대 음반사들과의 저작권 문제가 민감하게 얽혀 있음을 간파한 일선 대학들의 몸사리기라는 것.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냅스터보다 한 술 더 뜨는 프로그램이 등장한 것이다. 누텔라(Gnutella)가 바로 그 주인공. RIAA나 음반사가 볼 때 누텔라는 ‘악몽’에 가깝다. 냅스터의 경우 mp3파일을 중개해주는 서버가 있어서 이를 막으면 어느 정도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누텔라는 따로 중앙 서버를 요구하지 않는다. 말단의 개인 이용자들이 무작위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파일을 교환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막는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더욱이 누텔라는 그 내부 구조까지 속속들이 공개한 ‘오픈-소스’다(이름 앞머리 단어 ‘GNU’에 주목할 것. GNU는 유닉스와 완벽하게 호환하는 ‘무료’ 소프트웨어 시스템이다). 누구라도 이를 변형-개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누텔라를 써서 찾고자 하는 파일 이름만 입력하면(mp3는 그 중 일부일 뿐이다), 이 소프트웨어는 자동으로 인터넷상의 다른 누텔라 이용자를 찾는다. 이들 누텔라 이용자끼리는 워낙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연결되므로 이를 일일이 추적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 벤처투자사인 벤치마크 캐피털의 분석가 윌리엄 걸리는 이에 대해 “개인적인 용도로, 개인적인 저장 공간에 노래를 올리는 데 대해 방송 관련법을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디지털 시대의 소비자 입장에서 현행 저작권법을 재고(再考)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휴대용 CD플레이어, 컴퓨터 CD롬 드라이브, 카스테레오, 혹은 친구 집 오디오시스템 등 그것을 재생하는 도구가 바뀔 때마다 같은 CD를 사지는 않는다. 요컨대 우리는 CD를 살 때 이에 대한 자유로운 ‘재생권’(Playback license)까지 사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음반사는 mp3라는 지니(Genie)를 병 속으로 다시 밀어넣고 새로운 ‘디지털 수입원’을 얻고자 한다. 리퀴드 오디오(Liquid Audio)나 a2b뮤직 같은 경우가 그런 사례다.

문제는 다시 ‘현실’이다. 압도적 다수가 mp3파일을 선호한다. ‘디지털 시대의 소비자’들이 그것을 선택한 것이다. 게다가 냅스터나 누텔라 같은 신기술이, 저작권의 칼날을 미처 들이대기도 전에 mp3파일을 통제 불능의 상황까지 확장시킨다. 인터넷은 너무나 빠르고, 현행법은 너무나 느리다.

윌리엄 걸리는 “(음반사들로서는) 불행하게도, MP3.com은 법리상으로는 불리한 처지지만 시장 논리로는 도리어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계속 대치 국면으로 몰아가기보다는 서로 협력하는 방안을 찾는 편이 훨씬 더 생산적일 것이다.”



주간동아 2000.05.18 234호 (p6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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