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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이는 카지노 戰雲

호텔롯데제주 카지노장 개장 못해 ‘발 동동’…법정 공방에 로비 내사 등 잡음

제주도에 이는 카지노 戰雲

제주도에 이는 카지노 戰雲
“제주도 회전(會戰)’. 4월25일 전면개관한 호텔롯데제주 카지노장에 입성하기 위해 그동안 기존 카지노업체들이 벌였던 치열한 물밑 경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카지노=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일반의 인식에 걸맞게 이 과정에서 뒷말도 무성했고 ‘근거 없는’ 투서도 난무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의 특명조사를 전담하는 경찰청 조사과(일명 사직동팀)가 올 초 비밀리에 카지노업계의 로비에 대해 내사를 실시했으나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내사 종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카지노를 둘러싼 제주도에서의 한판 싸움은 ㈜공정관광이 운영하던 제주 라곤다호텔 카지노를 인수해 이를 호텔롯데제주로 이전하려던 두성진흥관광의 승리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아직 문화관광부의 카지노 영업장소 위치 변경 허가를 얻지 못한 데다 공정관광과 라곤다호텔 사이의 소송도 진행중이어서 마지막 ‘관문’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연히 호텔롯데제주측은 초조할 수밖에 없게 됐다. 호텔 개관에 맞춰 카지노를 오픈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데다 소송의 종결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 그러나 현재로선 두성진흥관광과의 계약 때문에 다른 카지노 운영 업체와 섣불리 새로운 계약을 할 수도 없어 애만 태우고 있는 상황.

두성진흥관광 박영철사장은 “부도난 카지노 업체를 인수해 외국인 관광객이 더 많이 오는 호텔로 옮겨 영업을 하겠다는 건 외화획득 차원에서 오히려 장려할 일 아니냐”며 문광부의 허가를 자신했다. 그는 또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에 문광부가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기존 카지노 업계가 호텔롯데제주 카지노장을 탐내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이 호텔의 개관으로 제주 호텔업계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 제주 중문단지 하얏트호텔, 호텔신라 등과 인접한 곳에 위치한 이 호텔은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과 500개의 객실을 보유, 규모면에서 객실 429개의 신라호텔을 앞선다. 여기에 카지노장 규모만 800여평에 달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손색이 없다.



이처럼 좋은 조건 탓인지 호텔롯데와 카지노 영업장의 임대차계약을 했다는 정체 불명의 사람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지노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일본에서 가짜 계약서를 제시하면서 재일교포 등을 상대로 함께 카지노를 운영하자며 자본 투자를 권유한 사기꾼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호텔롯데제주 입장에서도 카지노장 개설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롯데그룹 내에서 카지노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롯데건설 신영재전무는 “카지노장이 개설되면 식-음료 수입 증가 등 호텔 매출 신장에 많은 기여를 한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호텔롯데제주가 카지노장을 유치하는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호텔롯데가 직접 나서든 아니면 호텔롯데측과 계약한 카지노 운영업체가 나서든 문광부로부터 신규 카지노 허가를 받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는 아직 문광부의 신규 허가 방침이 확정되지 않은 데다 카지노 신규 허가를 따낸다는 보장도 없어 호텔롯데 입장에서는 모험일 수밖에 없다.

결국 안전하고도 확실한 방법은 제주도의 기존 업체가 카지노 영업장을 호텔롯데제주로 옮기는 것이다. 이는 문광부로부터 카지노업 영업장소 위치 변경 허가만 받으면 가능하다. 호텔롯데측도 이 방법을 이용해 호텔롯데제주에 카지노장을 유치한다는 계획이었다.

당연히 호텔롯데제주 개관을 앞두고 카지노업계 관계자들이 롯데측에 이전 여부를 타진했다. 롯데건설 신영재전무가 “1년여 전부터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카지노 업자들을 만났다”고 밝힐 정도. 특히 인천 올림포스호텔 카지노 유화열 전회장 유족측과 제주도에서 카지노를 운영하는 업체들이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화열씨는 잘 알려진 대로 국내에 카지노를 처음 들여온 ‘카지노업계의 대부’. 황해도 연백 출신인 유씨는 한국전쟁 때 월남, 군납업체를 운영해 큰돈을 벌었으며 65년 인천에 올림포스호텔을 세운 뒤 국내 처음으로 카지노를 열었고, 68년에는 전낙원 ㈜파라다이스 카지노 회장과 함께 국내 최대인 워커힐 카지노를 개설, 한때 운영하기도 했다.

제주도에서 카지노를 운영하는 일부 업체들의 경우 호텔롯데제주 입성은 벌떡 ‘일어설 수’ 있는 좋은 기회. 따라서 이들도 호텔롯데제주 입성을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제주에는 모두 여덟곳의 업체가 서로 제살깎이식 경쟁을 하고 있어 파라다이스그랜드 등 일부 업체 외에는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귀포KAL은 적자에 시달려 현재 영업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

이렇듯 많은 업체 중 롯데측이 손을 들어준 곳은 ㈜두성진흥관광. 이 회사 박영철사장은 “거창한 영업계획보다는 롯데 이미지에 손상을 주는 일이 절대 없도록 하겠다는 사업계획이 큰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호텔롯데 신영재전무도 “두성측이 상대적으로 참신해 보였다”고 밝혔다.

두성은 워커힐 카지노를 운영하는 ㈜파라다이스 카지노 출신의 허덕행씨와 박영철씨가 설립한 업체. 박씨는 87년 무렵 롯데호텔측과 카지노로 인연을 맺었던 주인공. 당시 롯데와 파라다이스측은 파라다이스측이 운영한다는 조건으로 카지노 신규 허가를 추진했으나 신규 허가를 받지 못해 계약 관계가 무산됐다. 박씨는 이때 파라다이스측 책임자로 잠실롯데호텔 카지노 영업장 시설 공사를 감독했다.

두성 허회장과 박사장의 이런 과거 경력 때문에 카지노 업계 일부에서는 카지노계의 ‘대부’ 파라다이스 전낙원회장이 이들을 내세워 호텔롯데제주 카지노에 입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그러나 박영철사장은 “국내 카지노 업계 인사들 중 파라다이스 출신이 아닌 사람이 있느냐”면서 “일부 경쟁업체에서 지어낸 얘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호텔롯데측의 낙점을 받은 두성은 작년 말 ㈜공정관광이 운영하던 제주시 라곤다호텔 카지노를 인수해 이를 호텔롯데제주로 옮기기로 했다. 95년 12월28일 카지노업 허가를 받은 공정관광은 이후 주주들 사이의 내분 등으로 실질적인 영업 활동을 거의 하지 못해 작년 10월22일 부도를 낸 상태여서 두성측의 인수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인수 작업을 완료한 두성측은 올 4월10일 문광부에 카지노 영업장소 위치 변경 신청을 냈다. 그러나 무슨 이유 때문인지 두성측은 4월 말 카지노 영업장 변경 신청서를 자진 철회했다. 이에 대해 두성관광 박영철사장은 “호텔롯데제주 준공검사가 끝나지 않아 건물대장이 나오지 않는 등 신청서에 필요한 서류가 미비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사직동팀의 내사가 있었던 데다 라곤다호텔측의 민원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추측한다. 라곤다호텔측의 민원이란 라곤다호텔 카지노의 호텔롯데제주 이전을 반대해 제주지법에 소송을 제기해 놓은 것을 말한다. 라곤다호텔 황시형전무는 “관광진흥법 시행규칙 제8조에 규정된 ‘카지노업 영업장소의 위치’ 변경은 ‘영업장소 소재지(주소지)’ 변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라곤다호텔 카지노를 호텔롯데제주로 옮길 수 없다”면서 “따라서 96년 경주 코오롱호텔 카지노를 힐튼호텔로 옮긴 것도 명백히 잘못된 행정처분”이라고 주장했다.

황전무의 주장처럼 ‘카지노업 영업장소의 위치 변경’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법제처 박재옥법제관도 이 점을 인정했다. 다만 부처간 또는 같은 부처내 국(局)간 이견이 있는 경우에 한해 유권해석을 하기 때문에 공식 입장을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광부 관광시설과 전승일사무관은 “일반적으로 주소지를 말할 때는 소재지라고 하지만 위치라고 했을 때는 주소지뿐 아니라 같은 건물내 위치 변경도 포함된다”고 해석했다. 이런 해석에 따라 96년 동일 시-도 내에서는 카지노 영업장을 옮길 수 있다는 문광부 내부 지침을 만들어 경주 코오롱호텔 카지노의 이전을 허가했다는 것.

두성관광 박영철사장도 대법관을 역임한 윤일영변호사 등의 법률 검토 결과 카지노 영업장 이전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윤변호사의 법률 검토 의견서를 제시했다. 박사장은 또 “라곤다호텔과 공정관광 사이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송과 문광부의 카지노 영업장 이전 허가는 별개의 사안”이라면서 “호텔롯데제주 준공검사가 끝나는 대로 카지노 영업장 변경 허가 신청서를 다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문광부 박양우관광국장은 “우리나라 관광 발전을 위해 어떤 결정이 바람직하고 합리적인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제주 회전’의 결과가 주목된다. 이번 회전이 카지노 신규 허가를 앞두고 벌어진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주간동아 2000.05.18 234호 (p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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