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1

2000.04.27

부드럽고 듣기 편한 ‘발라드’

  • 입력2006-05-19 12: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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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드럽고 듣기 편한 ‘발라드’
    일본 음악은 전면개방될 것인가? 그렇다면 시기는 언제일까. 사카모토 류이치의 새 앨범 ‘BTTB’(Back to the basic·소니클래시컬)와 구라모토 유키의 ‘Sailing in silence’(씨앤엘 뮤직)의 발매소식을 들으며 다시 한번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사카모토나 구라모토는 국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일본 음악인이다. 구라모토는 지난해 5월 한국공연 전석 매진에 발매 음반마다 베스트셀러 20위 진입이라는 괄목할 만한 기록을 세웠다. 사카모토 역시 올해 영화음악 ‘마지막 황제’가 수록된 ‘Cine mage’와 ‘BTTB’를 동시에 발표하고, 여세를 몰아 4월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할 계획이다.

    이들의 음악이 이처럼 국내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좀 야박하게 말하면 이지리스닝(Easy-listening)과 발라드에 길들여진 한국인의 음악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말로는 개방을 외치면서 일본어 노래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표시하고 자꾸 개방시기를 늦추는 기성세대들에 의해 빚어진 촌극이기도 하다.

    구라모토와 사카모토의 음악은 듣기 편한 부드러운 선율이 대부분이다. 여기서 이들의 음악성 자체를 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사실 이런 류의 연주음반은 우리에게 전혀 새롭지 않다. 카시오페아나 T. 스퀘어 같은 퓨전재즈 그룹의 연주반이 오래 전부터 라이선스로 발매돼 꽤 많은 인기를 누려왔다.

    문제는 점진적 문화개방이라는 정책 덕분에 한국음반시장에는 진정한 의미의 일본 대중음악이 아닌 일본의 연주음악만 판을 치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서 진짜 일본가요라면 아무로 나미에, 스맵, 퍼피, 글로브, 자드, 스피츠, 튜브 등 일본가수가 부른 노래를 의미한다. 바꿔 말해 재즈 피아니스트 김광민의 연주곡이나 사물놀이를 가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외국인들이 이들의 음악만 듣고 “한국가요는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나 타악기 리듬이 훌륭하다”고 말한다면 그야말로 우스운 일이다.

    지금 우리는 일본음악에 대해 이처럼 잘못된 이해를 하고 있다. 사카모토 류이치나 구라모토 유키의 음악은 일본음악이 아니라 일본인이 연주한 이지리스닝 연주곡일 뿐이다.

    한때 한국에서는 X재팬(비주얼록 밴드)이 일본음악을 대표하는 음악인으로 알려졌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퓨전재즈 음악이나 피아노 연주가 일본 팝의 주류라고 생각하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일본문화 개방 후 경제적, 정신적 타격을 우려해 점진개방이라는 과도기적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불법시장에서 유통되는 일본문화는 적정선을 넘어선 지 오래다.

    오히려 과도기가 길면 길수록 일본문화가 어느 한쪽으로 편중되거나 왜곡되어 전해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적당한 기간을 거친 뒤 전면개방을 해 일부 작곡가들의 고질적인 표절문제를 저지하고 국제 경쟁력이 있는 가요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일본 대중음악, 그것은 아무리 힘든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리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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