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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초선들의 희망

정치란 ‘가슴을 여는 일’

김근태의원·오세훈 당선자 대담 … 대화·토론 적극 참여, 때론 ‘왕따’ 각오해야

정치란 ‘가슴을 여는 일’

정치란 ‘가슴을 여는 일’
16대 총선에 당선된 김근태의원(민주당·서울 도봉갑)과 오세훈당선자(한나라당·서울 강남을)가 만났다. 두 사람은 4월15일 오후 5시, 서울 충정로에 있는 주간동아 회의실에서 ‘정치개혁’을 주제로 1시간 30분 동안 대담을 나눴다. 김의원은 재선에 성공했고, 오당선자는 국회에 처음 진출했다.

오세훈 ? 선거를 치러보니 전쟁터가 따로 없더군요. 제일 불만스러운 점이 선거법이 유급 선거운동원을 쓸 수밖에 없도록 돼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정치권에 뛰어들면서 선거는 자원봉사자만으로 치르겠다고 결심했었습니다. 그런데 선거법에 자원봉사자는 후보자를 홍보하는 띠도 못 두르게 돼있고 피켓, 사진도 들 수 없게 돼 있었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실내에서 전화로 홍보하는 것 정도였어요. 돈은 물론 식사도 자기 돈으로 사먹게 돼있습니다. 한국 현실에서 이게 되겠습니까.

이렇다보니 처음 생각했던 구도가 깨지면서 결국은 저도 다른 사람들하고 똑같이 유급선거운동원을 썼습니다. 선거운동 하는 모습이 앞으로 정치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해 절약하고 싶고 다른 모습을 보이고 싶었는데…. 국회에 들어가면 반드시 문제 제기를 할 생각입니다.

김근태 ? 이번 선거는 민주당과 한나라당 모두 미흡한 승리였습니다. 정치에는 미흡함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대화와 타협이 가능합니다. 초선의원들이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입지(立志)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오세훈 ? 선진들의 대거 진출은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의 혐오감이 표출된 결과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진출한 것도 의미가 있지만 의석수 분포를 보면 여야가 대화를 안하면 안되도록 돼있습니다. 국민이 절묘하게 의석 翁隙?해줬습니다. 초선의원들이 여야 대화 분위기 형성에 일조하지 않겠나 하는 바람과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김근태 ? 현실을 보면 한계도 많습니다. 영-호남 대립구도가 조금도 완화되지 않았고, 투표율도 낮아지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감이 위험 수준에 와 있습니다. 낮은 투표율은 형태적으로는 선진국 수준이지만 내용적으로 볼 때 대표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올 가능성이 있을 정도입니다. 북유럽이나 호주 등에서는 투표에 불참할 경우 사유를 설명해야 하는데 그런 점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세훈 ? 선거운동 하면서 혐오감에 가까운 냉소주의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청운의 꿈을 품고 뛰어든 사람에게 축복해 주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어요. ‘열심히 하라’고 해주어야 하는 사람도 더 잘하고 싶은 법인데, ‘그게 그렇게 좋아보이냐’는 식이었습니다. 기대도 안하고 요구도 안하는 거의 포기에 가까운 상태라고 느꼈습니다. 신뢰감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잘하고 열심히 일해야 ‘저런 사람도 있구나’하는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김근태 ? 정치개혁의 핵심은 네 가지입니다. 우선 지역주의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말로는 안되고 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공천을 민주화하는 것입니다. 개방적 예비선거제를 검토할 때가 됐습니다. 공천권이 총재에게 집중돼 있는 한 정당 민주화는 이뤄지지 않습니다. 어떻게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할 것인지, 시민의 정치 참여를 제도적으로 어느 정도-수준까지 보장할 것인지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오세훈 ? 제도를 바꾸는 데 있어 초선의원들은 능력과 재량에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동질감을 바탕으로 의견을 나누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변화욕구가 결집되면 결과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김근태 ? 중요한 지적입니다. 다 알면 잘 못합니다. 잘 몰라야 당차게 밀고나갈 수 있어요. 인간관계 등이 쌓여 관행에 물들면 선택이 어려워지게 됩니다. 초선의원들이 협력하면 크로스 보팅(자유선택 투표)분위기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오세훈 ? 국회가 그런 모습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무엇이든 갑자기 변화할 수는 없습니다. 욕심내지 않고 서두르지 않는 것도 방법일 것입니다

김근태 ? 이상은 드높고 강력하게 갖되, 실행은 신중하고 섬세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정치는 현실’이라는 말은 현실을 타개하는 데 반드시 좋은 말은 아닙니다.

오세훈 ? 선배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김근태 ? 정치개혁에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많아요. 크로스 보팅이 어려운 것이, 다른 상임위 해당 사안일 경우 무엇이 문제고 처리하는 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등을 모릅니다. 또 크로스 보팅의 기초인 토론과 표결제도가 안돼 있어요. 사안마다 당 지도부 위신과 연계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칫하면 지도부에 이의제기로 비칠 수 있어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확신이 있더라도 ‘왕따’ 될 가능성이 있기에 실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먼저 국회의 제도와 토론 과정을 개선해야 합니다.

오세훈 ? 공부하는 자세를 가질 수밖에 없군요.

김근태 ? 처음에는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다가도 나중에는 주민과 악수하고 TV 출연하는 게 낫다는 식으로 변합니다. 언론에서 주목하지도 않고 다음 선거에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에서지요.

오세훈 ? 초선의원들이 처음에는 정치개혁을 이루려고 모임도 만들고 하다가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압니다.

김근태 ? 제일 중요한 이유는 공천권이 지도부에 집중돼 있기 때문입니다. 대화와 토론이 제도화되지 않는 한 공천권은 지도부가 장악할 수밖에 없어요. 여야를 막론하고 공천 안받고 당선되는 경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자유로운 선택을 하기가 어려운 구조입니다.

오세훈 ? 뭔가 변화를 이끌어내야 깨지기 시작할텐데…. 공천권은 지도부의 결단 문제인데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막 원내에 진입한 마당에 당장 대들 수도 없으니 문제입니다.

김근태 ? 처음부터 비관적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예를들면 남북정상회담 사안 같은 경우 열린 토론회가 필요합니다. 연구회 등을 여야 의원들이 같이 조직할 수도 있습니다.

오세훈 ? 저는 원내에 진입하면 세 가지는 반드시 지킬 작정입니다. 우선 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생각입니다. 또 패거리 정치 등 계파정치에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민주적으로 결정된 당론이 아니면 내 의견과 다름에도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습니다.

김근태 ?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저는 지역주의를 완화시키는 제도를 도입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노무현의원이 이번에 당선됐으면 국민통합에도 중요하고 지역주의를 완화시킬 수 있는 근거지를 마련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또 지방자치단체, 지방경찰 등의 독자성 강화, 1인 2투표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이번에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도입됐으면 여야가 영-호남에서 각각 몇 석씩 얻었을 것입니다. 저는 16대 국회에서는 부패방지법을 통과시키고 규제개혁을 하는데 노력할 것입니다.

오세훈 ? 많이 배웠습니다. 선배님을 귀감삼아 ‘점잖은 정치인’이라는 소리를 듣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근태 ? 오당선자로부터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평가받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 배우고 싶습니다. 앞으로 같이 서로 고민을 나누고 정치개혁을 위해 노력합시다.



주간동아 2000.04.27 231호 (p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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