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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전환기’ 화제의 책 3選

고대 문명 ‘시간여행’ 떠나볼까

고대 문명 ‘시간여행’ 떠나볼까

고대 문명 ‘시간여행’ 떠나볼까
‘밀레니엄의 전환기’라는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탓인지, 최근 인류의 문명사를 재조명하는 책들의 출간이 유독 눈에 띈다. 특정 책을 읽기에 맞춤한 시기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역사’를 읽기에 세기의 전환이라는 시점처럼 드라마틱하고 설득력있는 때가 또 있을까.

해냄에서 출간한 ‘문명의 창세기’는, 제목부터가 새로운 세기의 출발점에서 읽기에 어울릴 법한 책이다. 고대 이집트학자 데이비드 롤이 지은 이 두 권짜리 책은 성경의 창세기를 중심으로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문명사를 새롭게 발굴, 조명하고 있다.

“창세기는 한낱 신화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실제 역사 속에 존재한 사실의 기록이다”는 저자의 주장은 사뭇 흥미롭다. 그에 따르면 성서 속의 에덴동산은 실제로 이란 북서부에 존재하며, 바벨탑 역시 고대 사회의 종교 분열과정에서 건축된 대규모 신전의 한 예다. 또한 노아의 방주가 실제 상륙한 지점을 쿠르디스탄으로 지목하는가 하면 카인과 아벨의 갈등을 사냥과 채집이라는 원시시대 대표적 생산양식이 빚어낸 갈등의 메타포라고 분석한다.

저자가 연대기학이나 음운론, 문헌학 등을 박람하며 고대 문명사의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다소 복잡하고 때로는 지나치리만큼 꼼꼼해 속도감 있는 독서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 저자의 섬세함에 동참할 의욕을 지닌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한편 사계절에서 펴낸 ‘여성에게 문화는 있었는가’(이케가미슌이치 지음)는 비교적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 지난 2000년간 서구를 지배해온 남성중심적 문화가 어떻게 여성상을 정형화해 왔는지가 서술돼 있다. 중세 기독교 문화에서 여성상(像)은 남성으로 하여금 하나님을 배신하게 만든 나쁜 여자 ‘이브-마녀’와, 여성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신에게 귀의한 ‘마리아-성녀’로 이분됐다. 근대로 오면서 이런 이분법은 해체되고 ‘어머니로서의 여성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여성의 가치를 ‘집에서 아이들 교육 잘 시키고 살림을 이끄는 현모양처’에 묶어둠으로써 여성의 정치-경제 분야로의 진출을 가로막았다.



저자는, 하지만 그렇게 억압받는 과정에서도 여성들은 여성 나름의 고유 문화를 꿋꿋이 형성했다고 주장한다. 여성들만의 노동공간인 ‘기나에케움’의 존재, 중세 여성들의 독서문화, 이단 종교활동을 통해 경제공동체를 꾸려나간 여성들이 그 예다. 피억압자로서의 과거 여성의 삶을 이해하는 작업. 그것은 현재 여성의 위치는 물론, 남성문제를 해결하는 독법까지 제시해준다는 게 저자의 의견이다.

앞의 두 책이 대륙의 ‘서쪽 이야기’에만 국한되었다는 데 아쉬움을 느낀 독자라면 ‘갑골문이야기’ (바다출판사)를 통해 동아시아의 고대문명을 탐색할 수 있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도발적인 저서를 펴내 화제를 모은 김경일교수(상명대 중어중문학과)가 집필한 이 책은 갑골문의 변천사와 독해법을 소개하는 한편 갑골문에 기록된 내용을 통해 중국 고대사회의 정치-경제-문화를 읽어내고 있다. 눈높이를 철저히 ‘한문화 입문자’ 수준에 맞춰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이들 세권 책의 공통적 특징은 풍부한 도판과 사진자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갑골문 이야기’의 경우 ‘그림’은 글의 이해를 ‘도와주는’ 소극적 장치가 아니라, 갑골문의 세계로 향한 문을 열어주는 ‘열쇠’ 역할을 한다. 다양한 도판의 활용은 비단 이들 세 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요즘 활발히 출간되는 역사-문화서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트렌드이기도 한다.

문명의 창세기/ 데이비드 롤 지음/ 김석희 옮김/ 해냄 펴냄/ 전2권, 각권 1만원

여성에게 문화는 있었는가/ 이케가미 슌이치 지음/ 강응천 옮김/ 사계절 펴냄/ 252쪽/ 7500원

갑골문이야기/ 김경일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256쪽/ 1만2000원



주간동아 2000.01.13 217호 (p9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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