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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전화요금 논란

”통신료 내리자” 011의 베팅

SK텔레콤, PCS 3社 죽이기 작전… “차세대 이동통신 IMT-2000 사업자 선정 노린 것”

”통신료 내리자” 011의 베팅

”통신료 내리자” 011의 베팅
12월20일 SK그룹 손길승회장과 포항제철 유상부회장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포철 사옥에서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SK텔레콤(011)과 신세기통신(017)의 전략적 제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SK 손회장은 이날 여러 차례 ‘전략적 제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이날 행사는 외형적으로든 내면적으로든 이동통신 시장의 절대강자인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집어삼킨’ 인수합병(M&A)의 전형이었다.

이 사건은 한국 이동통신 시장에 엄청난 변화와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절대 강자’인 SK텔레콤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온 PCS 3개사는 신세기 인수로 가입자 수가 1400만에 육박하게 된 ‘거대 공룡’에 맞서 다시 한번 사활을 건 승부를 펼쳐야 할 상황이 됐다.

“돈 많이 내는 기업에 사업권 줄 것”

신세기통신을 인수한 SK의 베팅은 최근 시민-소비자단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이동통신 요금인하운동과 결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PCS 3개사가 ‘눈에 불을 켜고’ 양사의 합병에 ‘딴죽’을 걸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울 기독교청년회와 참여연대, 소비자를 생각하는 시민의 모임 등 13개 시민-소비자단체는 5대 PC통신의 이동전화 사용자모임연합회와 공동으로 12월16일 ‘이동전화 요금인하 소비자행동 네트워크’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개시했다.

이들은 한국의 이동통신 요금이 가구당 연간 1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지나치게 높고,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소득 수준에서 통신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우리와 비교하면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 이들은 따라서 현재의 요금 보다 40% 이상을 인하해야 한다며 정통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항의글 띄우기, 주요 시간대 한시간 덜쓰기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PCS 3개사는 소비자단체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공멸’할 수 있다는 절박감으로 절대 불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선발 사업자인 SK텔레콤보다 10년이나 늦게 시장에 뛰어들어 올 하반기에야 가까스로 월 단위 수지가 흑자로 돌아선 상태.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금 요금을 인하한다면 새로운 이동통신 서비스인 IMT-2000을 시작하는 2001년 상반기까지도 손익분기점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내년 12월로 예정된 IMT-2000 사업자 선정에 맞춰 충분한 ‘실탄’(자금)을 확보해 놓지 않을 경우 영원히 통신시장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절박감도 깔려 있다.

이들은 이런 의미에서 SK측의 요금인하 움직임이 경쟁 업체 고사작전이라고 말한다. 그런 SK측의 고사작전은 지난 9월 업계가 자율적으로 합의한 단말기 보조금 인하조치 당시에도 드러났다고 입을 모은다. 당시 SK텔레콤을 제외한 이동통신 4개사는 한솔PCS 정의진사장 주도로 가입자들에게 30만원 이상씩 지급되던 단말기 보조금을 15만원선으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나머지 업체들의 아우성과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의 보이지 않는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두 달 가까이 보조금을 줄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10월 이후 SK는 신규 가입자의 80% 이상을 독식했다. 결국 SK는 시장붕괴를 우려한 정통부의 압력에 따라 최근에야 다른 사업자 수준으로 보조금을 낮췄다.

그렇다면 정치권을 비롯해 주무 부처는 시민-소비자단체들의 이동전화요금 인하 운동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내년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2200만 이동통신 가입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국회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요금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정통부의 입장은 좀 다르다. 정통부 서홍석 부가통신과장은 “땅덩어리도 작은 나라에 이동통신 5개사가 치열한 경쟁을 펼친 까닭에 이동통신 요금은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뿐 아니라 태국 멕시코 등 후진국까지 모두 비교해도 전세계에서 가장 싼 수준”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이동통신 요금을 인하할 경우 이미 손익분기점을 수년 전에 달성하고 절대적인 지배적 사업자 입장에 있는 SK텔레콤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사업자 모두가 궤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요금 인하는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그는 특히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통신요금 미납 등으로 인한 직권해지자가 200만명에 달했다”며 “통신 과소비가 문제되는 상황에서 요금을 낮출 경우 미성년자 가입 등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면 이동통신 요금 인하에 대한 SK텔레콤의 입장은 명확해진다. 단기적으로 볼 때 통신요금 인하는 분명히 기업에 ‘악재’임에는 분명하지만 현 시점에서의 ‘인하’는 매우 ‘적절하다’는 게 SK측의 생각이다.

SK측의 이런 생각은 IMT-2000 사업자 선정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차세대 이동통신인 IMT-2000의 사업자 수와 선정 방식을 결정하고 12월까지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PCS사업자 선정 이후 겪었던 ‘고초‘를 떠올리면서 가장 문제의 소지가 덜한 방식인 ‘돈 많이 내는 사람’에게 사업권을 주겠다는 의도를 감추지 않고 있다. 어떻게 사업자를 선정하든 훗날 문제될 것은 뻔하기 때문에 ‘돈 놓고 돈 먹기’ 식으로 사업자를 결정하겠다는 것.

일례로 정부는 지난 정기국회 때 IMT-2000 사업자 선정 방식으로 ‘주파수 경매제’를 추진했으나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끈질긴 로비로 인해 국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정부는 이름은 주파수경매제가 아니지만 ‘최다 출연금제’ 등의 변형적인 방식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겠다는 의도를 공공연히 퍼뜨리고 있다.

그렇다면 SK가 현 단계에서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최다출연금제에 따른 막대한 사업 진입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IMT-2000에 도전할 만한 ‘싹수 있는’ 경쟁자들을 사전에 탈락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 볼 때 IMT-2000 사업권은 3개, 많아야 4개를 넘지 않을 것이 유력하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한 기업들을 미리 탈락시키는 것이 훗날 ‘돈 덜 들이고 포커판을 먹는’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대로라면 신세기통신에 대한 M&A가 그 첫 단계였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아울러 2단계 시나리오는 시민단체의 요구를 수용하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통신요금 인하를 통해 한솔PCS를 비롯한 나머지 3개사에 대해서 경영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이 배경에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단기적으로 통신요금을 내리더라도 경쟁자들을 제거한 뒤 언제든 요금을 다시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자리잡고 있다.



주간동아 216호 (p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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