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13

1999.12.16

“신세대 패션, 우리에게 물어봐”

머리서 발 끝까지 ‘新 패션’리드… “쇼핑 안하면 불안해요”

  • 입력2007-05-02 11: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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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달라, 왜? 난 갤러리아족이니까.”서울 강남에 사는 신현미씨. 올해 대학에 들어간 새내기 멋쟁이. 취미는 쇼핑이다. 틈만 나면 인근의 한 백화점에 들른다. ‘애견’을 가슴에 안고. 특별히 물건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다. 눈에 띄는 ‘패션 꺼리’를 찾기 위해서다. 학교 시험기간이나 친구들과 장기간 여행 뒤에 맨먼저 달려가는 곳은 바로 G백화점. 며칠씩이나 들르지 않으면 ‘왠지 불안하다’. 혹시 백화점을 비운 사이 ‘새로운 패션’이 유행할까 때론 두렵기까지 하다.

    그의 신발은 살롱화. 최근 유행하는 통굽형 구두을 즐겨 신는다. 고세 오토 세라(15만원선) 등 유명상표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캐주얼차림 땐 영국제 닥터마틴 신발을 신는다. 투피스는 타임, 마인 등을 입는다. 40만 ~50만원 선. 캐주얼하게 입을 땐 단연 폴로. 핸드백은 샤넬 등 명품보다는 이미테이션을 주로 구입한다. 때론 독일제 MCM을 어깨에 걸기도 한다. 시계는 일본제 G shock. ‘15만원 선밖에’ 안되지만 맘에 드는 디자인이 많아 몇 개씩 가지고 있다. 등에 메는 가방은 루카스, 목걸이는 10만원대의 아가타.

    한껏 멋을 내고 가는 곳은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놀 곳도 많고 무엇보다 그의 입에 맞는 먹거리가 있기 때문. 퓨전푸드를 즐긴다. 월남식 만두는 그가 제일 좋아하는 메뉴. ‘한 식사’하고 난 뒤엔 퓨전카페에서 우아한 시간을 보낸다.

    신씨는 ‘갤러리아족’의 전형이다. 갤러리아족은 서울 강남의 패션을 리드하는 신세대 여성그룹을 일컫는 말. 강남의 ‘잘 나가는’ 다른 백화점보다 독특한 패션이 많은 G백화점이 그들의 주요 활동무대. ‘갤러리아족’들은 서울의 유행패션을 리드한다. 그들의 패션은 불과 몇주 뒤엔 한강다리를 건너 동대문, 대학로, 이태원, 신촌, 홍익대 앞으로 진출한다.



    몇 년 전에 선풍적인 패션으로 자리를 잡았던 ‘선글라스’도 갤러리아족이 만들어낸 작품. ‘찢어진 청바지’ ‘배꼽티’패션도 갤러리아족이 퍼뜨린 유행이다.

    이들의 특징은 명품을 지향하나 경제력이 따라주지 않아 중고가의 패션을 선호한다는 것. 그런 면에서 초호화 ‘샤넬족’과 구별된다. 대부분 일본잡지에서 눈에 익은 패션을 ‘찜’해 두었다가 그 브랜드나 패션이 국내에 상륙하면 제일 먼저 구매, 압구정 거리로 나가 퍼뜨린다.

    갤러리아백화점 영업기획팀 박승희씨의 말. “갤러리아족의 패션은 곧 강남의 최신 유행이 됩니다. ‘어? 저거 처음 보는 건데’하면 조금 뒤엔 서울의 유행이 되지요. 이런 특성 때문에 업체들이 최신 의류나 신발 등을 개발하면 먼저 갤러리아족의 반응을 봅니다. 갤러리아족에게 ‘먹혀들면’ 일단은 성공한 것이죠. 갤러리아족은 유행의 안테나입니다.”

    최근 갤러리아족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은 여성들이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 일명 로드흡연. 낮에도 거리낌없이 담배를 피운다. 박씨는 곧 ‘로드흡연’이 일반화될 것이라고 귀뜀한다.

    그러나 밖에서 갤러리아족을 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속칭 압구정로데오거리에서 만난 20대 초반의 한 여성은 “갤러리아족이 유행을 선도하기는 하지만 대부분 일본패션을 베낀 것에 불과하다. 또 다소 비싼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 같다”며 폄하(?)하기도 한다.

    신세대 패션을 리드하는 갤러리아족. 그들은 오늘도 새로운‘패션 꺼리’를 찾아 등엔‘루카스’ 색을 메고 한 손에 일본패션잡지를 끼고 쇼핑에 나서고 있다. 왜? 그들은 갤러리아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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