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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하재봉의 ‘내게 거짓말을 해봐’

“내게 섹스를 말해봐”

  • 김정희 기자 yhong@donga.com

“내게 섹스를 말해봐”

“내게 섹스를 말해봐”
‘내게 거짓말을 해봐’가 연극무대에 오른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이를 귀기울여 들었던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두가지였을 것이다. ‘소설은 판금되고 영화도 등급보류돼서 도대체 온전한 실체를 볼 수 없었던 작품을 드디어 접하게 됐다’라는 호기심 어린 기대가 그 하나요, ‘원작과 영화가 화제에 오르니까 이 기회를 잽싸게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게 아닌가’하는 의혹의 눈길이 그것이다.

정작 연극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각색-연출한 하재봉씨는 “평소 존경했던 장선우감독이 원작에서 이야기하려는 우리 사회의 지배-피지배 코드는 외면한 채 곧바로 유희로 들어간 점에 아쉬움을 느껴” 이 연극을 제작했다고 말한다.

과연 사회적 억압과 권위를 폭로하는 원작의 메시지를 살리겠다는 의도를 위해 연출자가 많은 부분 신경쓴 흔적이 극중에 역력히 드러난다. 연극은 ‘아버지의 권력’을 상징하는 군화발 소리로 시작돼, J가 Y와 섹스를 시도하려 할 때마다 J의 죽은 아버지 모습이 환영으로 등장해 공포스런 유년기의 기억을 일깨우고 있다. 어려서부터 아들을 학대한 아버지 때문에 J는 은연 중 사도 마조히즘에 탐닉하게 되고 변태적 성행위자가 되어 자기 모멸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이런 J의 정신적 상흔을 모호하게 처리한 반면, 연극의 경우 이 점을 매우 의식한 듯 아주 ‘설명적으로’ 자세히 다루고 있는 편.

원작과 영화에서 논란이 된 ‘음란성’ 문제를 비켜가기 위해 연극에서는 성애 묘사의 많은 부분이 은유적으로 처리되는가 하면, 아예 여주인공 Y가 끝까지 ‘처녀’로 남는 것으로 설정돼 있다. 오히려 성애장면보다는 갈수록 파괴적인 흉기를 사용해 상대방을 구타하는 주인공들의 가학행위들이 더 ‘리얼하게’ 묘사돼 있다.

극의 진행이 J와 Y 두 사람에게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탓에 무대가 조금은 단조롭고, 장면전환을 오로지 암전에 의존하다 보니 암전이 지나치게 잦고도 길어져 극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게 다소 거슬리는 점. J역의 신인여배우 이지현의 발음이나 발성이 약간 불안정하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극 후반으로 가면서 도발적이면서도 수줍은 소녀의 모습에서 광적인 새디스트로 드라마틱하게 변신하는 이지현의 연기력은 눈여겨볼 만하며, 20년의 탄탄한 무대경험을 지닌 J역의 오광록의 연기 역시 진지하다. 이 작품은 12월31일까지(12월1~8일 제외) 매일(월요일 제외) 4시30분과 7시30분에 홍익대 앞 씨어터제로 무대에 오른다.



문의 02-338-9240

[인터뷰|Y역 신인 여배우 이지현]

“몸만 보지 말고 연기를 봐주세요”


이 연극의 출연진과 스태프 중에서 가장 큰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인물은 여주인공 Y역의 이지현씨. 올해 21세인 그녀는 모델라인 44기 출신으로 CF계에서 주로 활동하다 연출가 하재봉씨의 눈에 띄어 발탁됐다. 연극은 처음.

영화에서 Y역을 맡은 김태연씨가 중성적인 느낌이 들 만큼 마르고 가는 몸을 지닌 데 비해, 대조적일 만큼 여성적 이미지가 강하고 몸매도 ‘입체적’이다. 히로인으로 발탁된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연출가가 소녀적인 이미지와 함께 요염한 여성적 매력을 동시에 지닌 배우를 원했는데, 내가 그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지녔다는 게 연출가의 판단이었다. 특히 소설 원작에 Y를 제인 마치에 비유한 부분이 나오는데, 내가 제인 마치를 닮은 점도 고려됐다고 들었다.”

캐스팅 섭외를 받고 부담도 컸을 텐데….

“노출이나 성행위 장면에 대해 다소 걱정이 되긴 했지만 ‘음란성’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애쓴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 출연을 결심했다. 그래서 학교까지 휴학(서울예대 1학년)하고 두달간 연습했는데, 맞는 연기를 리얼하게 하다보니 맞은 부위에 굳은살이 배길 정도다.”

객석에 몸을 노출시키는 게 힘들지 않은지, 특히 남성관객들이 많이 찾는 것 같은데…(연극을 관람한 날, 오후 4시30분 관객은 모두가 남자들이었다).

“내 연기가 아닌 ‘몸’에 시선이 집중되는 느낌이 들 땐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욱 표정연기나 대사에 신경을 쓴다. 내가 연기를 잘하면 잘할수록 관객들도 내 몸보다는 연기 자체에 집중하리란 믿음에서. 특히 발성이 부자연스럽다는 단점을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에 매일 신문 사설을 소리내 읽으면서 발음연습을 한다. 그런데 사실 나 자신이 너무 ‘뚱뚱하다’고 느껴지긴 해서 요즘 살을 빼려고 노력중이다.”




주간동아 211호 (p98~98)

김정희 기자 y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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