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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토플리스’ 바람

‘아슬아슬 패션’에 미래 있다

“대담하게 섹시하게” 해외 연예인들 앞다퉈 노출경쟁… 일부선 “잘못된 환상” 지적도

  • 김상현 기자 walf@donga.com

‘아슬아슬 패션’에 미래 있다

‘아슬아슬 패션’에 미래 있다
1988년 인기가수 셰어가 오스카상을 받기 위해 무대에 올랐을 때, 웬만한 차림에는 이미 면역이 돼 있는 할리우드 인사들도 벌린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녀가 입은(걸친?), 속이 훤히 비치는 검은색 망사 드레스 때문이었다.

그러나 11년이 지난 지금 그녀의 사진을 보면, 도리어 지나치게 옷치장을 많이 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만큼 여성들의 패션 경향은 더 얇게, 더 짧게, 더 투명하게 나아가고 있다.

언제라도 벌거벗을 준비?

영국의 권위지 ‘더 타임스’는 최근 여성들의 옷차림이 점점 더 대담해져서, 마치 ‘언제라도 발가벗을 준비가 된’(Ready to bare) 것 같다고 보도했다. 특히 연예인들이 공식석상에 입고 나타나는 옷들은 속이 훤히 비치거나, 네크라인(드레스의 목을 판 선)은 거의 곤두박질치듯 가슴 부위까지 내려갔으며, 치마 부분은 거의 허벅지 끝까지 찢어져 있다. 등쪽은 아예 맨살인 경우가 많다.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몇몇 노골적인 쇼클럽이나, 플레이보이 같은 잡지에서나 볼 수 있었던 차림들이다.

몇몇 경우에는 ‘드레스’라는 표현이 민망할 정도로 뻔뻔하고 노골적이다. 패션디자이너들은 어떻게 하면 천을 좀 덜 쓸 수 있을까 경쟁이라도 벌이는 듯하다. 침실에서 입기에도 야해 보일 듯한 옷차림들. 더 타임스는 이러한 경향에 대해 “얼마 안있어 사람들은 아예 옷이 필요없어질지도 모른다”고 냉소적으로 보도했다.



잘못된 性정치학으로의 회귀 우려

영국의 유명 연예인인 빅토리아 베컴은 얼마 전 유명 패션디자이너의 밴대너(Bandannas·대형 손수건, 네커치프)를 가슴에 두르고 런던의 테아트르에 나타났다. 메그 갤러거는 가슴께가 도려진 구치 웃옷을 선보였는데, 둥그렇게 도려진 구멍은 열쇠구멍이라기보다는 맨홀 구멍에 더 가까워 보였다. 그런가 하면 여배우 탬진 아우스웨이트는 등 부분이 아예 없는 드레스를 입고 내셔널TV상 시상식장에 나타났다.

그런데 잠깐, 그렇게 ‘있는 것이 거의 없는’ 옷이라고 가격까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실상은 그 반대다. 대체로 이런 옷들은 천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간 다른 옷보다 오히려 더 비싸다.

그렇다면 이러한 ‘거의 발가벗은’ 패션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더 타임스는 그에 대해 ‘또다시 여성들이 그들 스스로를 섹스의 대상으로 표나게 내세우기 시작했다는 징후’라며 ‘성정치학의 퇴보’, 혹은 ‘잘못된 성정치학으로의 회귀’라고 우려한다. 그에 따르면 힘겨운 싸움 끝에 얻어낸 남녀평등의 이념, 직장이나 일반 관계에서 끌어낸 평등의 원리를, 여성들 스스로 걷어차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큰 부와 인기를 얻은 배우들이, 굳이 1970년대식의 모터쇼 모델이나 플레이보이지 모델처럼 꾸미고 나올 이유가 뭐란 말인가. 그들의 태도는 이렇다. ‘당신이 멋진 몸매와 자신감만 갖고 있다면, 그걸 남들에게 자랑하지 못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물론 그처럼 빼어난 ‘신체 자산’을 가진 여자들은 힘주어 주장한다. ‘우리는 주변 상황을 잘 통제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이런 차림을 하는 유일한 이유는 단지 그렇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라고.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늘 마찬가지다. 그것은, 남자들이 그녀들을 응시하는 이유는 그녀들이 보여주는 것―거의 발가벗은 신체―때문이지, 그녀들이 하는 말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남성들엔 환상적 이미지 불과

하긴 도발적인 패션을 선보인 사람들의 개인적인 경우만 본다면, 그들은 성공했다. 1996년 가슴이 도드라져 보이는 원더브라와, 그물 커튼처럼 성긴(그래서 속이 훤히 비치는) 드레스를 입고 방송국 시상식장에 나타났던 캐프리스는 그를 계기로 ‘떴다’. 엘리자베스 헐리와 에마 노블은, 아마도 그들의 의도대로, 타블로이드 신문들의 1면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특히 영국의 대표적인 타블로이드 신문 ‘선’은 충격적인 의상으로 바프타스(Baftas·영국의 유명한 TV 관련 시상식·영국판 토니상이라고 보면 된다)에 나타난 에마 노블의 사진을 1면에 싣고 ‘에마, 버프터스에 나타나다’(Emma’s at the Buff-tas)라는 익살맞은 제목을 붙였다(‘Buff-tas’는 ‘Baftas’를 패러디한 것. 버프(Buff)는 ‘알몸으로’ ‘벌거벗은’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못해 안달하는 여성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그들의 그런 모습은, 남성들에게 단지 환상적인 이미지, 물화(物化)한 이미지로밖에 다가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남자들은 흔히 이런 식으로 말한다. “야, 멋진데! 그래, 난 저렇게 입은 여자가 좋더라… 물론 내 아내나 여자친구, 딸만 아니라면….”

세계를 놀라게한 패션 경향들

● 1910년대: 네크라인이 급격히 짧아지자 의사들은 “폐렴이 급증해 여성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

● 1920년대: 남성 바지에도 단추 대신 지퍼가 달리자 교회와 군에서는 부도덕한 행위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

● 1921년: 여자 테니스 세계 챔피언인 수잔 렝글렌이 종아리가 드러난 옷을 선보임. 남성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낳음.

● 1926년: 마를렌 디트리히가 남성의 정장과 타이 차림으로 파리에 나타나 충격을 줌. 그러나 여성의 바지 차림은 1960년대에 와서 가능해짐.

● 1930년대: 할리우드 영화에 처음 등장한 발가락이 보이는 구두는 느슨해진 성윤리의 상징으로 여겨짐.

● 1947년: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새로운 패션 의상을 입은 여성들이 다른 여성들의 공격을 받음. 사치스러워 보인다는 것이 그 이유.

● 1953년: 위티 형제가 폴리에스테르 섬유로 만든 옷을 처음 선보임.

● 1964년: 루디 게른라이히에 의해 토플리스(유방을 드러낸) 수영복이 처음 나왔으나 ‘미치광이의 작품’으로 간주됨.




주간동아 211호 (p78~79)

김상현 기자 wa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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