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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도 ‘방’ 시대

“떴다 주식방”

하루종일 PC앞에서 주식 사고파는 ‘주식카페’ 첫 선…정보교류·장외거래도 척척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떴다 주식방”



‘떴다. 주식방’. 국내 증시 활황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주식만 사고 팔 수 있는 ‘주식 카페’가 선을 보였다. 24시간 게임방이나 PC방처럼 칸막이 안에 들어앉아 ‘사고 팔고’를 계속할 수 있는 ‘주식방’이 출현한 것이다.

130평이 넘는 넓은 실내 공간, 푹신한 의자, 격조있는 인테리어, 다트 게임기와 포켓볼용 당구대…. 어디를 보아도, 시끌벅적하고 어수선한 증권사 객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아늑하고 분위기 있는 카페일 뿐이다. 다른 카페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한쪽에 공중전화 부스형의 칸막이를 만들어 놓고 사이버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컴퓨터를 갖춰 놓았다는 것이다.

강남의 최대 번화가인 테헤란로 선릉역 부근에 지난 11일 문을 연 ‘정보 카페’(InfoCafe)는 ‘주식 투자자를 위한 꿈의 궁전’을 표방한다. 회원들만이 출입할 수 있는 멤버십 클럽 형태로 운영함으로써 투자자 클럽이라는 ‘격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 카페에 드나드는 사람들도 대부분 중장년의 전문 직업군에 속하는 사람이다. 카페측은 변호사나 세무사, 변리사 등 전문 직업인들 뿐 아니라 연구원, 언론인 등도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고 설명한다.

변호사 세무사 등 대부분 전문직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이 ‘정보 카페’는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장이 끝날 때까지 주식만을 사고 파는 미국식 데이 트레이딩(Day-trading)과 똑같은 것은 아니다. 주식 거래도 하되 이와 함께 각종 기업 설명회, 투자 설명회를 개최하고 투자자들간의 정보 교류를 통해 증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그래서 카페를 찾는 회원들은 각종 벤처기업들의 기업 내용을 알 수 있는 사업계획서나 재무제표 등을 언제나 열람할 수 있다.

이 ‘정보 카페’의 모태가 된 것은 ‘정보 중개인 클럽’이다. 정보(Information)와 브로커(Broker)를 합성해 ‘인포커’(Infoker)클럽이라고 이름 붙인 이 클럽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산업 재산권이나 제품 노하우 및 신기술 등을 중개하는 ‘프리랜서 정보 중개인 클럽’을 표방한다. 한마디로 ‘당신이 가진 정보를 팔고 원하는 정보를 사라’는 것이다. 신기술 관련 각종 아이디어나 정보뿐만 아니라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불붙기 시작한 도메인 네임도 이 홈페이지를 통해 적지 않게 거래됐다. 최근 한 젊은이가 한눈에 안과 관련 사이트임을 알아볼 수 있는 ‘아이닥터’(eyedoctor.pe.kr)를 개인 도메인 네임으로 먼저 등록해 놓았다가 홈페이지를 만들어 놓고도 쉬운 이름을 못찾아 헤매던 한 안과 의사에게 1000만원을 받고 팔았던 ‘사건’은 많은 회원들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튀는’ 젊은이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도 각양각색이다. 이들은, 칫솔모만 갈아서 칫솔을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 밥그릇을 싱크대까지 귀찮게 옮기지 않도록 식탁 옆에 식기 세척기를 설치할 수 있는 방법, 남성들이 양변기의 중간 덮개를 손으로 열지 않고도 소변을 볼 수 있는 방법 등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관심있는 개인이나 기업의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 핀란드의 한 대학생이 윈도를 능가할 만한 운영체제인 ‘리눅스’를 개발한 ‘기적’이 우리나라라고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잇단 사업 실패 끝에 자살을 결심했다는 한 회원은 ‘인포커 클럽’에 자신의 유통 회사 경력과 향후 사업 아이디어를 알리는 장문의 사연을 올려놓고 ‘어차피 죽기로 결심한 이상 3억원만 투자해주면 나 자신을 드리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밝혀놓기까지 했다.

언뜻 보면 황당한 것처럼 들리는 이런 아이디어들이 사이버 공간에 점점 늘어나고 거래도 활성화되자 아예 함께 모여서 터놓고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데 자연스럽게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거래되던 아이디어와 정보를 모아 내놓은 일종의 ‘오프라인 미팅’인 셈이다. 당연히 투자자와 개발자를 연결시켜 최대의 이익을 내는 것이 목표인 이상 즉석에서 장외 거래가 이뤄지기도 하고 기술 관련 정보를 토대로 현장에서 사이버 주식 거래를 하기도 한다. 이 ‘정보 카페’를 연 ㈜한국 정보중개 백성우대표이사는 “남들로부터 ‘종교 단체 같다’는 농담을 들을 정도로 신념에 찬 사람들만이 모여 있다. 정보와 기술만이 21세기 한국을 이끌어 갈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정보 카페’는 앞으로 전국 대도시에 체인점을 낸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올해초부터 주식 시장이 활황 장세를 연출하면서 주식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주식방’의 출현은 때늦은 감마저 있다. 게임천국인 일본이나 미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게임방’이나 ‘PC방’이 유독 우리나라에만 1만개가 넘는 것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반대로 활황 장세에 편승한 ‘묻지마’ 투자가 몰고 올 부작용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에서 데이 트레이딩이 성행하면서 몇달만에 패가망신하는 주식 중독자들이 속출했던 경험을 보더라도 ‘주식방’ 출현은 일단 신중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우려를 자아내는 것은 ‘정보 중개인 클럽’과 같은 단체가 작전 세력과 결탁하거나 기업의 내부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에 이용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백성우대표이사는 “정보 중개인이라는 말은 3년전부터 써오던 말이다. 클럽 형태로 느슨하게 운영하기 때문에 그럴 위험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카페는 개업 기념으로 12월10일까지 매일 1000여만원씩을 내걸고 ‘매일 주가 맞추기 대회’도 개최한다. 그날의 종합주가지수를 소수점까지 정확하게 맞추는 사람에게 1000만원씩을 상금으로 준다는 것이다. 주식에 살고 주식에 죽는 사람들이 모인 ‘주식 카페’다운 발상인 것이다.



주간동아 211호 (p40~41)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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