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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장거리 레이더 구입

미국産? 스페인産? “선택만 남았다”

록히드마틴-인드리社, 서로 좋은 조건 내세워 환심사기 공세… “경쟁방식 도입 성공사례 될 듯”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미국産? 스페인産? “선택만 남았다”



전면전을 알리는 한반도의 총성은 반세기 전에 중단됐지만, 지금도 진행중인 전쟁이 있다. 레이더파 전쟁이다. 남북한과 한반도 주변국은 아무리 좋은 시절이 와도 상대방을 향해 끝없이 레이더파를 발사한다. 레이더에 이상징후가 나타나면 그 좋던 선린우호 관계는 봄눈 녹듯이 사라지고, 세상은 한순간에 경직돼 버린다. 따라서 상대보다 1초라도 먼저 이상징후를 포착할 수 있는 장거리 방공 레이더를 촘촘히 배치하는 것이야말로 국가 생존의 첫걸음이다.

몇해 전 국방부는 북한 미사일 위협이 커지는 것 등에 대비해 장거리 방공 레이더의 보강을 결정했었다. 이 사업에 참여한 것은 미국 록히드마틴사와 스페인의 인드라사인데, 록히드마틴은 ‘FPS-117(E)1’, 인드라는 ‘S763-란자F1’을 들고나와 한치의 양보도 없는 경쟁을 벌였다. 외형상 두 기종의 성능은 거의 비슷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대 탐지 고도는 10만피트(약 30km)로 똑같고, 최대 탐지거리는 록히드마틴 것이 463km, 인드라 모델은 470km로 거의 차이가 없다.

지금까지 한국 공군이 써온 장거리 방공 레이더는 록히드마틴사의 FPS-117K형이었다. 따라서 호환성이 있는 FPS-117(E)1형이 상당수의 공군 관계자로부터 지지를 받았으나, 인드라사가 저가 공세로 나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록히드마틴은 직구매 가격으로 7400만달러를 제시했으나,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 시장 첫 진출을 노리는 인드라사는 5800만달러를 들고나와 한국 국방부와 록히드마틴 모두를 놀라게 한 것이다.

“기종-구매방식 곧 최종결정”



이에 당황한 록히드마틴측은 7800만달러만 준다면 FPS-117(E)1을 한국의 LG정밀에서 면허생산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제의했다. 면허생산은 기술을 이전받기 때문에 직구매가보다 30% 이상 비싼 것이 일반적인데, 인드라의 참여로 가격경쟁이 심화되자 직구매와 거의 비슷한 가격대로 면허생산 가격을 제시한 것이다. 인드라는 삼성전자와 손을 잡긴 했으나, 직접판매에만 관심이 있는 듯 면허생산 가격은 ‘터무니없이’ 높은 1억1000만달러를 제시했다.

인드라가 계속해서 직구매시의 비교우위를 강조하자 록히드마틴은 FPS-117(E)1을 구입해주면 현재 한국이 보유한 FPS-117K 전부를 FPS-117(E)1급으로 개량해 주겠다고 제의했다. 이에 대해 인드라도 S763-란자F1을 구입해주면 자기네 기술로 FPS-117K를 FPS-117(E)1급으로 개량해 주겠다고 치고나왔다. 그러자 록히드마틴 측은 더이상 못참겠다는 듯 “애초 한국 국방부와 거래할 때 FPS-117K는 타사가 개량할 수 없도록 계약돼 있다”며 인드라측과 심한 감정싸움을 벌였다.

지금까지 록히드마틴과 국방부는 대잠초계기 P-3C 도입시의 과다 커미션 문제로 마찰을 빚어왔었다. 국방부는 록히드마틴으로부터 P-3C기 8대를 도입하면서 2575만달러의 커미션을 과다 지불했다며, 국제상사중재원에 이 돈을 돌려달라고 제소했다가 98년 10월 패소한 적이 있었다.

지난 10월 록히드마틴은 P-3C의 과다 커미션 문제가 FPS-117(E)1의 한국 판매에 장애가 될 것으로 판단되자, 2575만달러에 해당하는 장비를 현물로 지불하겠다고 제의했다. 국방부는 이렇듯 우여곡절을 겪어온 장거리 방공 레이더의 기종과 구매 방식에 대해 곧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그동안 국방부는 주요 무기를 도입할 때마다 외국 업체에 숱하게 끌려다녔다. 하지만 장거리 방공 레이더 추가도입 사업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도입시키는데 성공함으로써 모처럼 주도권을 쥐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이 사업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주간동아 211호 (p32~32)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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