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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도사' 이야기

2천만원으로 150억 번 '신의 손'

한국산업투자자문 김신섭이사… 기업내용 꼼꼼히 분석하는 정석투자가 비법

  • 유영을 기자 youngeul@donga.com

2천만원으로 150억 번 '신의 손'



‘단돈’ 2000만원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해 7년만에 150억원이란 거금을 만든 사람이 있다. 한국산업투자 자문의 김신섭이사(38)가 바로 그 주인공. 잔돈 몇푼 챙기다가 코 깨지기 일쑤인 일반투자자들로서는 감 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재테크 솜씨를 발휘한 김씨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경북대 상업교육학과와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한 김씨는 86년 대우경제연구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가 맡은 업무는 기업분석과 코리아펀드 담당. 91년에는 외국계인 유바프은행 심사역으로 자리를 옮겼 다. 그곳에서도 역시 기업분석 업무를 맡았다. 그런 과정을 통해 김씨는 국내 기업들의 속사정을 훤히 꿰뚫게 되었는데 그것은 훗날 주식투자에 큰 도움이 되었다. 루머나 정보에 휩쓸리지 않고 철저한 자료 분석을 통해 매매를 하다보니 수익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

그가 주식투자에 나선 것은 93년 여름부터였다. 그 전에도 주식에 손대고 싶었으나 여윳돈이 없어 하지 못했다. 주식투자의 종자돈은 2000만원. 유바프은행으로 옮겨 주택자금대출을 받은 돈이었다.

매수가격서 20% 내리면 무조건 “팔자”



93년 여름에는 장세가 그런 대로 괜찮았다. 이듬해 말 장세가 한풀 꺾일 때까지 김씨는 제법 많은 돈을 벌었다. 94년 12월 은행을 퇴직했다. 본격적으로 주식투자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주식투자 초기 돈을 빨리 불릴 수 있었던 것은 예리한 분석력을 바탕으로 ‘안타’를 많이 때려냈 기 때문. 기업의 속살을 샅샅이 해부한 뒤 주가가 싸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배팅했다. 때로는 사고 난 뒤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기도 했지만 김씨는 단기간의 등락에는 신경쓰지 않았다. 오른다는 확신이 있 었기 때문이다.

주식 보유기간을 짧게 하고 신용을 적극 활용한 것도 도움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한 종목으로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승률은 상당히 높았다. 매수 매도 단가에는 구애받지 않았다. 어느 기업 의 주식이 싸다고 생각되면 가파른 오름세에 있더라도 적극 매수했고, 아니다 싶으면 하한가에라도 던 져버리는 적극적인 매매 패턴을 구사한 것.

주식투자에는 매수보다 매도가 훨씬 어렵다고 한다. 또 손절매를 잘해야 돈을 번다고 한다. 그 역시 마 찬가지 견해를 갖고 있다.

그러나 손절매가 말이 쉽지 ‘간이 작은’ 일반투자자들로서는 손해보고 판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남들이 다 팔아치울 때도 본전 생각하다가 집도 절도 다 날리는 어리석음을 범한 투자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주식 도사’인 김씨도 손절매를 적지 않게 했다고 한다. 그는 매수 가격의 20%를 하한선으로 정해놓 고 그 이하로 내려가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팔아치운다. 다시 사서 손해를 만회할 기회는 항상 있 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일반투자자들의 약점 중 하나는 돈을 버는 데만 신경쓰지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는 무지하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손절매를 잘 못하는 게 바로 그런 사례다. 김씨는 주식투자는 수익률 관리인 동시에 리스크 관리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수익률 관리에만 신경써 큰 돈을 벌지 못하 거나 실패하게 된다는 것.

김씨가 주식투자의 금과옥조로 여기는 말은 ‘원칙에 충실하라’는 것. 원칙이란 쉽게 말해 투기가 아 닌 투자의 자세로 임하는 것이다. 남들이 사니까, 자꾸 오르니까 덩달아 사는 게 아니라 기업내용을 꼼 꼼히 분석하고 그 기업이 속한 업종의 현재와 미래를 전망해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될 때 주식을 사 는 정석투자를 말한다. 그러려면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한다고 김씨는 조언한다.

“증시에서는 누구나 실수로라도 돈을 벌 수 있어요. 그런데 그걸 실력이라고 믿고 덤비다가 큰 손해를 보는 것이죠. 공부를 하지 않으면 절대로 큰 돈을 벌 수 없습니다.”

‘주식 도사’가 주식을 고르는 노하우는 무엇일까. 그는 경제의 펀더멘털과 산업 전망을 가장 우선적 으로 고려한다고 한다. 국내 언론에 보도되는 각종 경제 뉴스를 챙기고 외국 자료까지 더해 증시를 전 망하고 투자 종목을 발굴해내는 것이다. 그런 노력 덕분에 그는 증권가에서 ‘족집게’로 통한다. 그가 지난 6월 현재의 직장인 한국산업투자자문으로 스카우트된 것도 그런 실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IMF 관리체제가 시작되기 직전인 97년 가을 보유 주식을 모두 팔아치웠다. 해외 경제동향에 밝 은 그는 인도네시아 태국 홍콩을 덮친 금융불안사태가 머지 않아 한국에도 찾아오리라 예상했기 때문이 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증시가 폭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1년 동안 푹 쉬었다. 머릿속에서 주식은 싹 잊어버렸다. 김씨가 다시 증시를 찾은 것은 지난해 가을부 터. IMF 위기 상황이 좀더 오래갈 것으로 예상했으나 의외로 빨리 경제가 안정되는 기미를 보였기 때 문이다. 외국인의 폭발적인 매수를 기반으로 증시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승부사’ 김씨가 그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작년말부터 지금까지 그는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

증권투자를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들은 주식에서 손을 뗀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안다. 하물 며 수십억원을 굴리던 김씨 같은 사람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일 터이다. 그런데 그는 거짓말처 럼 딱 끊었다. 만일 그가 IMF 사태 이후에도 증권투자를 계속했다면 그의 재산은 지금처럼 불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가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나무보다는 숲을 볼 줄 아는 지혜가 있었기 때문 인데, 그것은 끊임없는 공부와 분석작업을 통해 얻어진 것이다.

‘마이더스의 손’ 김신섭씨가 보는 한국 증시의 미래는 어떠한가.

“지금은 적극적으로 주식을 살 때입니다. 대우문제를 비롯해 여러 악재가 해결 기미를 보이는데다 해 외 여건도 좋기 때문이죠. 내년엔 증시가 1500포인트까지 갈 것으로 보이는데 여윳돈이 있는 사람들은 핵심 우량주를 사서 묻어 놓으면 제법 괜찮은 수익률을 올릴 것으로 봅니다.”

일반투자자 중에는 수십개 종목을 거래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그런 투자방식으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고 김씨는 말한다. 분석력과 정보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는 일반투자자들로서는 각 업종 의 대표적인 우량기업을 골라 집중 투자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는 것. 자기가 잘 모르는 주식이라면 상 한가 행진을 계속하더라도 못본 체 두 눈 딱 감고 있으라는 이야기다. 김씨는 또 직접투자보다는 간접 투자를 권한다. 프로와 아마의 싸움 결과는 뻔하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9호 (p24~25)

유영을 기자 younge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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