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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매매춘

‘탑골공원 = 매춘공원’ 언제까지

‘박카스 아줌마’ 들 부쩍 늘어... “노인 소외가 낳은 슬픈 자화상”

  • 허만섭 기자 mashue@donga.com

‘탑골공원 = 매춘공원’ 언제까지

‘탑골공원 = 매춘공원’ 언제까지
뽀글뽀글한 퍼머 머리, 목에 단단히 두른 스카프, 두툼한 코트에 박카스 10여개가 들어 있는 손가방, 50대의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빨간 립스틱칠….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박카스아줌마들’의 유니폼 같은 ‘전통 복장’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었다.

‘노인 매매춘’의 상징처럼 된 박카스아줌마. 이들이 매스컴에 알려진 것은 오래된 일이다. 그러나 ‘민망한 일’이라며 당국이 덮어 두는 바람에 탑골공원의 매춘시장은 점점 더 커져만 가고 있다. 박카스아줌마의 존재가 고의적으로 잊혔듯 구조적으로 그녀들을 필요로 하는 우리 사회의 노인문제도 함께 망각됐다.

10월30일 오후 2시 탑골공원. 종로구청이 주최하는 ‘어르신네를 위한 열린 음악회’로 시끌벅적했다. 5000여명의 60, 70대 할아버지들이 2만평방미터 공원을 꽉 메우고 있었다. 60여명의 박카스아줌마들도 분주하게 할아버지들에게 말을 붙이고 다녔다.

기자는 그중 54세의 한모 ‘아줌마’와 만났다. 한씨는 한달 전부터 이곳에 나와 노인들에게 한병에 1000원을 받고 박카스나 요구르트, 따뜻한 쌍감탕를 팔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러나 “매춘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한 번도 직접 본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한병에 2만원 주면 따라갈게요”

공원 후문에서 서성이던 40대 후반의 김모 아줌마는 다짜고짜 박카스를 내밀며 “한병에 2만원 주면 여관에 따라가겠다”고 말했다. 김씨와 공원 옆 M다방에서 20분간 얘기를 나눴다. “추운 날씨에 1000원 짜리 장사나 하러 나오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박카스아줌마들은 대부분 매춘을 한다고 보면 된다” 는 것이 그녀가 말하는 요지였다.

박카스아줌마들과의 매춘에 정해진 가격은 없다고 한다. 노인들은 보통 여관 대실비 1만3000원에 ‘ 박카스 값’으로 1만∼5만원까지 되는 대로 지불한다는 것.

박카스아줌마와 노인들이 자주 찾는다는 공원 옆 N극장 골목을 지켜봤다. 공원에서 50m 떨어진 이 골목엔 10여개의 여관이 밀집돼 있다. 조금 전 만난 한씨가 70세쯤 돼 보이는 할아버지의 손을 이끌고 S 여관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10분 새 S여관엔 박카스아줌마-할아버지 세 쌍이 들어갔다.

음악회가 무르익어가는 토요일 오후 공원 곳곳에선 박카스아줌마와 할아버지들 사이의 흥정이 한창이었 다. 그 한쪽에선 박카스아줌마들과 할아버지들의 소주판이 벌어졌다. “이런 일은 흔하다”고 이모 아줌마가 말했다.

노인들이나 아줌마들이나 거의 매일 공원을 찾기 때문에 안면을 튼 아줌마들이 점심상대, 술상대, 매춘 상대 등 역할을 바꿔가며 할아버지들의 고정적인 파트너가 된다는 것이다. 이씨는 “지난해 매스컴에서 떠들다 잠잠해진 뒤로 탑골공원에서 영업하는 박카스아줌마들이 2, 3배는 늘었다”고 말했다.

2년째 공원에서 신문판매점을 하는 신주하씨(34)도 같은 말을 한다. 신씨는 “남산 일대 아줌마들까지 올 가을 들어 탑골공원으로 대거 이동했다”고 말했다. 공원인지 매춘장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공원분위기가 엉망이 됐다는 게 신씨의 설명. 국보2호 ‘원각사지10층석탑’이 있고 ‘3·1독립기념탑’ 이 있는 서울 한복판의 유서 깊은 공원에서 어떻게 이런 낯뜨거운 일이 공공연히 벌어질 수 있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것이다.

관할 종로2가파출소도 이런 사정을 훤히 꿰고 있었다. 올들어 파출소에 들어온 박카스아줌마와 할아버지 사이의 매춘신고는 20여건. 대부분 고객을 빼앗긴 데 ‘앙심’을 품은 다른 박카스아줌마가 신고한 것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에 대한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

“탑골공원을 찾는 할아버지들은 집에서나 밖에서나 대화를 나눌 상대도, 일거리도, 여가생활도 없다고 합니다. 그나마 대화상대가 돼 주는 박카스아줌마까지 단속하지는 말라는 겁니다.” 파출소장 김재훈경위(41)는 “가족에 대한 체면을 생각해 할아버지를 매춘혐의로 형사입건하기가 곤란하고, 그렇다 보니 박카스아줌마도 함께 풀어줄 수밖에 없는 현실적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탐골공원관리사무소 직원 임명환씨는 “관리소 직원이 단속을 하면 할아버지들이 옹호해 버린다”고 말 했다.

사실 노인매춘은 탑골공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관악산 남산 등 서울 곳곳과 대구 달성공원 등 전국 각지 노인들이 붐비는 곳엔 이미 다 퍼져 있다.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윤동성회장(광주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탑골공원은 우리나라 노인문제의 치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배우자와 경제력을 모두 잃은 노인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형식에 그치는 상황에서 이들이 손쉬운 매춘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는 것이다. 윤회장은 “노인들도 성적인 욕구를 갖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노인복지정책은 노인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파악하지 않은 채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윤회장은 일례로 전국 109개 노인종합복지회관과 통폐합되는 동사무소 공간을 활용해 노인들의 이성간 만남을 주선하고 여가나 직업활동을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노인들의 성문제도 숨기지만 말고 적극적으로 해법을 찾자는 취지다.

그러나 정부는 노인문제에 대한 무관심한 태도를 바꿀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전국 65세 이상 노인 350 만명의 복지를 위해 내년에 배정된 보건복지부 예산은 2700억원. 이중 경로연금 지급에 배정된 2000억 원과 복지시설의 인건비 등을 빼고 나면 변변한 사업 하나 추진하기에도 어려운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노인매춘에 대한 문제 말인가요? 그런 것은 생각해 본 바 없습니다”고 말했다. 노인의 고독과 가난, 질병을 정부나 사회는 사실상 내팽개쳐 두고 있다. 탑골공원의 박카스아줌마는 늙고 외로움에 지친 우리의 ‘어르신들’이 찾는 유일한 ‘해방구’로 언제까지 그 자리에 남아 있어야 할 것인가.

우리의 노인복지시설은 ‘알맹이 없는 사랑방’

美선 노인 전원이 회원 등록 … 의료 혜택-세제 지원 속 취미활동 즐겨


서울 종로구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약 1만3000명. 비슷한 노인인구를 갖고 있는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주 앨킨스라는 도시와 종로구의 노인복지정책을 비교해 보자.

종로구엔 60개 공-사립 경로당 이외의 노인시설은 없다. 경로당 총 회원수는 약 2400여명. 따라서 복지시설을 이용하는 노인은 총 노인인구의 18% 정도다.

종로구는 60개 경로당에 취미교실운영 강사 3명을 지원하고 있다. 종로구의 노인복지시설은 알맹이 없는 ‘사랑방’에 불과한 셈이다. 대신 종로구에선 탑골공원이 매일 3000∼4000명 노인의 ‘유흥장’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기자가 앨킨스를 방문취재한 바에 따르면 이 도시에 사는 1만명 노인 전원은 현대식 노인복지시설의 회원으로 등록돼 있었다. 이곳에서 남녀노인들은 하루종일 취업기술교육-취미활 동 등 30여가지 프로그램을 선택해 즐긴다. 회원들에겐 의료혜택도 주어진다. 운영비는 전액 시청예산으로 충당되고 노인들은 세금도 상당액을 면제받는다.

연금과 감세, 의료혜택은 은퇴자의 경제력 붕괴를 막아 주는 3대 축이다. 복지시설소장 레베카 포(여·40)씨는 “일을 매개로 한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이성교제는 노후생활의 고독을 이기는 효과적인 수단” 이라고 말했다. 이 도시에선 ‘공공복지시스템’만으로도 노인들의 다양한 욕구가 충족되고 있었다.




주간동아 208호 (p58~59)

허만섭 기자 ma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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