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6

2016.07.13

최성자의 문화유산 산책

동서 문명 교류의 현장으로

‘아프가니스탄의 황금문화’ 특별전

  •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sjchoi5402@naver.com

    입력2016-07-12 11:3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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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빛이 찬란하다. 틸리야 테페 출토 금관이다. 또 원초적 형태의 불상 모습이 새겨진 동전 모양의 인도 메달리온과 영생을 상징하는 큰 뿔이 달린 정교한 숫양 장식도 있다. 7월 5일부터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황금문화’ 특별전에 나온 인류의 귀중한 유산들이다. 모두 231건, 1412점의 유물은 아프가니스탄(아프간)의 참담한 현대사를 보여주는 아픈 증거이기도 하다. 아프간에선 1978년 쿠데타 이후 79년 옛 소련이 침공해왔고, 민족 내분이 이어져 200만 명 이상 희생됐다. 전란으로 박물관들까지 약탈되거나 소실됐다. 박물관 직원들이 중요 유물들을 몰래 중앙은행 금고에 감춰 보존될 수 있었지만 2001년 더 큰 사건이 벌어졌다. 바미얀 석불을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한 탈레반이 모든 문화 흔적을 제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만행을 피하고자 아프간 유물은 세계순회전을 시작했다. 파괴 위험 탓에 아직 고향으로 돌아갈 계획은 없다.

    아프간은 이란고원 동북단에 위치해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이란, 파키스탄 등에 둘러싸여 있다. 서쪽 유럽, 동쪽 중국, 남쪽 인도를 연결하는 문명의 교차로였다. 토착 요소와 외래 요소가 융합해 탄생한 고대 문화는 여러 지역의 문화 연구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번 특별전은 기원전 2000년 무렵 청동기 유적부터 1~3세기 도시 유적에 이르기까지 4부로 구성됐다. 테페 푸롤, 아이 하눔, 틸리야 테페, 베그람 등의 유적지를 시기별로 조망한다. 1991년 10월 국립중앙박물관이 기획한 ‘스키타이 황금문화’ 특별전과 함께 동서문명의 교류를 살펴보는 귀한 전시회다.



    고대 박트리아 지역인 틸리야 테페 유적에서 출토된 금관은 흥미롭다. 고대 신라의 황금유물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전시장에 중년의 고고학자가 땅에 엎드려 발굴하는 모습을 담은 큰 흑백사진이 보인다. ‘황금의 언덕’이란 뜻의 틸리야 테페 유적을 1978년 발굴한 옛 소련의 고고학자 빅토르 사리아니디(Viktor Sarianidi)다. 그 발굴은 이집트 투탕카멘 발견에 버금가는 성과로 주목받았다. 1세기 무렵 여성 무덤 5기와 남성 무덤 1기에서 ‘박트리아의 황금’이라 부르는 화려한 금제 부장품이 나왔다. 당시 유라시아를 중심으로 활약한 유목민들의 광범위한 활동을 보여주는 유물로 그리스, 로마, 중국, 인도, 스키타이-시베리아 등 폭넓은 문화 요소가 들어 있다. 특히 피장자가 여성인 6호묘에서 발굴한 ‘금관’은 신라금관과 비교돼 우리 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황금금관은 머리에 쓴 모습으로 발견됐는데, 둥근 모양의 달개가 달린 관테 위에 5개의 나무 모양 장식을 세웠다. 또 나무 위에는 날개를 편 한 쌍의 새가 마주 보고 있다. 이 금관은 분리, 해체할 수 있게 돼 있다. 최근 사리아니디의 약식 보고서인 ‘박트리아의 황금비보’(통천문화사)를 번역한 민병훈 전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부장은 “신라 적석목곽묘의 주인공들을 북방 유목민족으로 봐왔다. 틸리야 테페 금관과 신라금관에 유목민이 숭상한 태양(둥근 달개), 나무, 영생을 상징하는 양이나 사슴의 뿔 모양을 붙인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설명한다.





    또 연구자들은 동전 모양의 인도 메달리온에 주목한다. 남자 피장자 가슴에 있던 이 메달리온의 앞뒤에 새겨진 글자와 양각조각은 중요한 단서를 전해준다. 앞면에는 카로슈티문자로 ‘법륜을 굴리는 자’, 뒷면에는 ‘두려움이 없는 사자’라고 새겨져 있다. 수레바퀴를 굴리는 어깨에 수피를 걸친 헤라클레스는 불상 제작 이전의 원초적 형태의 부처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전에 이어 경북 경주전(9월 27일~11월 27일)도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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