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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에 軍 현대화 나선 동유럽 K-방산 절호의 수출 기회

영국·독일제의 ‘반값’에 성능은 우수, 국가 간 외교로 판로 확대해야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우크라 전쟁에 軍 현대화 나선 동유럽 K-방산 절호의 수출 기회

신궁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발사 모습.[사진 제공 · 국방기술품질원]

신궁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발사 모습.[사진 제공 · 국방기술품질원]

4월 중순 국내 방위산업계에 흥미로운 소문이 돌았다. 한국이 공식적으로 수출하거나 공여한 적 없는 국산 대전차 미사일 ‘현궁’과 대공미사일 ‘신궁’이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사용됐다는 것이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현궁, 신궁과 유사한 미사일을 운용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유포되기도 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군이 유사한 무기체계인 미국산 ‘재블린’과 프랑스산 ‘미스트랄’을 쓰고 있어 소문 진위를 판명하기는 쉽지 않았다.

SNS로 한국산 무기 성능 자랑

[사진 제공 · LIG넥스원]

[사진 제공 · LIG넥스원]

그런 와중에 최근 방위사업청이 공개한 정보 목록에서 이목을 끄는 대목이 있었다. ‘주요 방산물자(신궁, 에스토니아) 수출 예비승인 관련 검토 의견’ ‘주요 방산물자(현궁, 슬로바키아) 수출 예비승인을 위한 검토 요청’이라는 제목의 문건이다. 해당 문건을 통해 신궁과 현궁을 각각 에스토니아와 슬로바키아에 수출하기 위한 정부 승인 과정이 진행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들 국가에 국산 방산물자가 수출됐거나 수출이 추진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제까지 한국이 구매 국가의 요청에 따라 비밀리에 무기를 수출한 사례가 적잖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천무’ 다연장로켓을, 사우디아라비아는 현궁을 비공개 조건으로 구매한 바 있다. 한국산 무기체계 성능이 우수한 나머지, 해당 국가 측이 SNS로 도입 사실을 직간접적으로 홍보한 해프닝도 있었다.

특히 현궁은 중동에서 재블린보다 우수한 미사일로 큰 호평을 받는 베스트셀러다. 재블린은 발사 전 조준을 위해 적외선 영상센서를 냉각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와 달리 현궁은 급속 냉각 방식을 채택했다. 그 덕에 적 전차가 나타나면 조준해서 쏘기만 하면 돼 반응 속도가 매우 빠르다. 명중률과 위력이 탁월하고 발사할 때 화염이 적어 사수 위치가 노출될 가능성도 낮다. 현궁은 가격도 싸다. 재블린의 대당 납품가는 17만8000달러(약 2억2400만 원)에 달하지만 현궁은 그 반값 정도다. 사우디아라비아군이나 UAE군, 심지어 현궁을 노획한 후티 반군까지 현궁을 신뢰성 높은 무기로 호평하고 있다.

현궁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사진 제공 · LIG넥스원]

현궁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사진 제공 · LIG넥스원]

현궁에 대한 호평은 중동에 이어 유럽과 아시아에도 퍼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적으로 재블린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현궁이 주목받는 이유다. 두 달 넘게 이어지며 우크라이나 국토를 불바다로 만들고 있는 전쟁의 참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군수물자를 대거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를 돕는다는 명분의 이면에는 노후 재고 무기를 털어내고 최신 무기를 도입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기 미국은 유럽 각국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수준의 국방비를 지출하라고 권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후 유럽에서 국방비 증액 바람이 불고 있다. 그 덕에 유럽 주요 방위산업 업체의 주가도 상승세다.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운용해 혁혁한 공을 세운 무기로는 대전차 미사일 ‘NLAW’와 휴대용 대전차 무반동총 AT-4가 대표적이다. 해당 무기체계들을 생산하는 스웨덴 방산업체 ‘사브AB’ 주가는 개전 이전 213크로나(약 2만7000원) 수준이었으나 전쟁 두 달이 지난 시점에 417크로나(약 5만3300원) 선으로 급등했다. 영국 굴지 방산업체 BAE시스템스 주가도 600GBX(페니·약 9400원)에서 737GBX(약 1만1600원)로 뛰었다. 이번 전쟁의 최대 수혜 업체라 할 수 있는 독일 기갑·화포 제조업체 라인메탈 주가는 전쟁 전 평균 80유로(약 10만6000원)에서 4월 29일 장 마감 기준 216유로(약 28만6400원)를 돌파했다. 세계 다른 주요 방산업체 상황도 비슷하다. 곧 있을 엄청난 매출 증대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동유럽 국가들은 이번 전쟁을 기회 삼아 옛 소련제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넘기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표준 무기체계로 갈아탈 준비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차와 장갑차, 미사일, 탄약, 항공기, 통신장비 등 거의 모든 방위산업 분야에서 신규 구매 사업을 발표하고 있다.

NATO의 대러시아 최전선 국가인 폴란드의 군비 확장이 특히 눈에 띈다. 폴란드는 현재 GDP 대비 2% 수준인 국방예산을 당장 3%로 증액하기로 결정하고 대규모 무기 도입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당장 윤곽이 드러난 계획만 살펴봐도 상당한 규모다. 20억 달러(약 2조5100억 원)를 들여 영국이 개발한 신형 호위함 3척을 조달하고, 160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의 영국제 단거리방공시스템 ‘CAMM-i런처’ 도입 사업도 발표했다. 러시아 전차군단을 견제할 기갑 전력 확충도 주목된다. 폴란드 육군은 60억 달러(약 7조5500억 원)를 들여 미국제 M1A2 전차 250대, 50억 달러(약 6조3000억 원) 넘는 예산으로 신형 ‘보르숙(Borsuk)’ 보병전투장갑차 800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90억 달러(약 11조3000억 원) 규모 예산으로 노후 PT-91 전차 및 T-72 계열 전차를 대체할 차세대 전차 개발 프로그램도 추진 중이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슬로바키아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대량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른 전력 공백을 메우고 무기체계를 NATO 표준에 맞춰 재정비하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슬로바키아군은 옛 소련제 BMP 계열 보병전투장갑차를 대체하고자 164대의 신형 장갑차 구매 소요를 제기했다. 독일제 ‘링스 KF41’ 모델이 유력한 후보다. 옛 소련제 T-72M1을 대체할 차세대 전차 도입 사업은 국산 K2 전차가 핵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신형 전차와 장갑차, 자주포 구매 사업을 공식 발표했거나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유럽 국가는 폴란드와 슬로바키아 외에도 체코, 슬로베니아,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세르비아, 노르웨이, 영국 등이다. 이 중 일부 국가의 신규 무기 도입 수주전에 한국산 K2 전차와 K9 자주포가 이미 참가했다.

‘깡통’ 버전도 100억 넘는 영국·독일제 무기

한국이 독자 개발한 K9 자주포.[사진 제공·한화디펜스]

한국이 독자 개발한 K9 자주포.[사진 제공·한화디펜스]

동유럽 국가들이 그간 쉽사리 시도하지 못한 군사력 현대화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면서 그야말로 ‘제2 창군’에 나선 모양새다. 이들 나라는 NATO 가입 후 지속적으로 군 장비의 NATO 표준화 압박을 받아왔다. 군사동맹체제인 NATO 회원국으로서 같은 규격의 군용 장비를 사용하는 것은 상호 군수지원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동유럽 각국이 아직까지 옛 소련제 장비를 쓴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동유럽 국가들 처지에서 이웃한 독일, 프랑스, 영국산 무기는 탐나지만 구입·유지비용 탓에 범접할 수 없는 그림의 떡이다.

유럽 강대국이 출시한 주요 무기체계 가격을 살펴보면 동유럽 국가들의 고심을 알 수 있다. 유럽의 베스트셀러 전차인 독일제 ‘레오파르트2’ 최신 A7+ 버전의 가격은 독일연방군 납품가 기준 1500만 유로(약 199억 원)에 달한다. 전차 운용을 위한 교육 훈련 및 정비 인프라, 예비부품과 후속군수지원 등 가격이 포함된 ‘프로그램 가격’은 더 비싸다. 가령 카타르는 해당 전차를 대당 400억 원 이상 가격에 구매한 바 있다. 그 대안으로 거론되는 미국제 M1A2 SEP V3 전차도 폴란드의 최신 계약 가격 기준 대당 2400만 달러(약 302억 원)다. 레오파르트2 A7+보다 저렴하지만 40년째 같은 주포를 고집하고 있어 공격력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방 국가의 전차 모델 중 유일하게 가스터빈 엔진을 장착해 유지비가 높다는 단점도 있다.

장갑차 가격도 만만찮다. 최근 독일과 링스 KF41 보병전투장갑차 218대 구매 계약을 체결한 헝가리는 능동방어장치 등 주요 옵션이 빠진 ‘깡통’ 버전을 대당 122억 원에 구매했다. 영국 BAE시스템스와 스웨덴 헤글룬스가 공동 판매하는 CV90 Mk.4 장갑차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부분 옵션이 빠진 모델의 차량 가격만 대당 100억 원을 훌쩍 넘겨 호주군의 차기 장갑차 도입 사업에서 가장 먼저 탈락했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독일 ‘복서’ 차륜형 장갑차도 차량 가격 기준 대당 50억 원, 포탑 등 필수 옵션을 추가하면 가격은 100억 원을 넘어선다.

현대 화력전의 핵심인 자주포 시장도 가격 허들이 높다. 독일제 PzH-2000 자주포는 탄약과 후속군수지원을 제외한 화포 가격만 대당 200억 원이 넘는다. 비슷한 스펙의 미국제 M109A6도 최근 대만에 대당 230억 원 이상 가격에 팔렸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주목받는 프랑스 차륜형 자주포 세자르(CAESAR)의 대당 가격은 88억 원(지난해 체코 계약 기준), 스웨덴 아처(Archer) 자주포의 순수 화포 가격도 60억 원에 육박한다.

대(對)유럽 외교 매진해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월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연설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에 대전차·대공 무기 지원을 요청했다.[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월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연설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에 대전차·대공 무기 지원을 요청했다.[뉴시스]

현재 동유럽 각국의 전차 및 장갑차 소요는 각각 1000~1500대에 달한다. 이들 나라의 포병 전력도 상당히 노후한 점을 감안하면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등 무기체계의 대체 소요 역시 수백 문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NATO 표준화를 노리는 동유럽 국가들이 한정된 예산으로 우수한 군사 장비를 획득하려면 사실상 유일한 대안은 ‘K-방산’이다. 국산 K2 전차 성능은 레오파르트2 A7+ 또는 M1A2 최신형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이다. 그럼에도 가격은 해당 외국 전차의 30~50% 수준이다. 호주군이 채택할 것으로 유력시되는 국산 보병전투장갑차 AS-21도 능동방어장치 등 최고급 사양의 옵션을 추가한 모델이 100억 원 수준이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 품질을 인정받은 K9 자주포는 탄약지원장갑차 패키지를 합쳐도 60억~70억 원에 불과하다. 구매 후 정비에 수개월씩 소요되는 유럽제 무기와 달리 한국산 무기는 후속군수지원도 신속·정확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이처럼 한국산 무기는 확실한 성능, 저렴한 가격과 유지비, 검증된 후속군수지원이라는 삼박자를 갖췄다. 그럼에도 유럽에서 한국산 무기에 대한 관심이 비교적 저조한 이유는 외교 노력이 부족한 탓이 커 보인다. 동유럽 각국은 NATO 표준 사양의 신형 무기를 원하고 있지만 부족한 예산 때문에 쉽게 유럽·미국산 무기 구매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강대국 무기를 구매해 그들과 관계를 강화하려는 속내도 있다. 이러한 정치적 고려는 개별 방산업체의 판촉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국가 외교 영역이다. 지금은 냉전 이후 처음으로 찾아온 유럽의 군사적 대격변기다. 수출을 통한 경제적 이익은 물론, 군사협력 강화와 외교적 영향력 확대를 함께 추구해야 한다. 정부가 K-방산의 판로 확대를 위해 대(對)유럽 외교에 매진할 때다.





주간동아 1338호 (p46~49)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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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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