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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다음 ‘사냥감’은 몰도바·조지아

NATO·EU 가입한 발트 3국도 안심 못 해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러시아 다음 ‘사냥감’은 몰도바·조지아

러시아군과 트란스니스트리아군 병사들이 2021년 5월 9일 전승기념일을 맞아 행진하고 있다.[트란스니스트리아 외무부 홈페이지]

러시아군과 트란스니스트리아군 병사들이 2021년 5월 9일 전승기념일을 맞아 행진하고 있다.[트란스니스트리아 외무부 홈페이지]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동유럽 몰도바의 친러시아 세력이 분리독립을 주장해온 지역이다. 몰도바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드네스트르강과 우크라이나 남서부 국경 사이에 위치한 이곳은 면적 4163㎢, 인구 47만여 명밖에 되지 않을 만큼 자그마하다. 전체 주민의 30%가 러시아계로, 러시아어를 사용한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옛 소련이 1924년 ‘몰다비아 자치 소비에트 사회주의공화국’을 세운 곳이기도 하다. 당시 소련은 주민들을 대거 이 지역으로 이주시켰다.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벌어지는 가짜 깃발 작전

몰도바가 1991년 8월 옛 소련 붕괴에 따라 독립하자 이 지역 러시아계 주민들도 같은 해 9월 몰도바에서 분리독립하겠다고 나섰다. 몰도바 국민은 대부분 루마니아어를 사용하는 루마니아계였기 때문이다. 몰도바는 1992년 3월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트란스니스트리아에 군 병력을 투입했고 내전이 벌어졌다. 그러자 러시아가 개입해 같은 해 7월 양측의 정전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후 러시아는 평화유지군 명분으로 군 병력 1500명을 이 지역에 파견했고 지금까지 주둔시켜왔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몰도바가 대폭 부여한 자치권을 거부한 뒤 독자적으로 독립 국가를 창설하고 대통령과 정부, 의회, 헌법, 군대, 경찰, 우편 제도, 통화 등을 모두 갖췄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국기에 소련을 상징하는 낫과 망치를 넣을 만큼 친러시아 성향이 강하다. 반면 몰도바는 이 지역을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자국 영토로 규정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를 합쳐서 부르는 명칭)처럼 트란스니스트리아를 자국에 편입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야심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남부 마리우폴과 오데사, 크림반도 및 몰도바의 트란스니스트리아를 묶어 옛 러시아 제국 영토인 ‘노보로시야’를 복원하는 것이다. 루스탐 민네카예프 러시아군 중부군관구 부사령관은 4월 22일 스베르들롭스크주 군수업체연합 연례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군사작전 2단계 과제 가운데 하나는 돈바스 지역과 남부 지역에서 완전한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이며 “또 트란스니스트리아로 나아가는 출구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네카예프 부사령관의 발언은 러시아가 몰도바까지 진출해 흑해 연안 지역을 모두 차지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에서 사용한 전술인 ‘가짜 깃발(false flag) 작전’을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도 그대로 구사하고 있다. 가짜 깃발 작전은 상대가 먼저 공격했다고 허위사실을 꾸며 상대를 공격할 명분으로 삼는 군사적 술책을 말한다.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는 4월 25일과 26일 자칭 수도인 티라스폴의 국가보안부 건물과 라디오 방송탑 2개가 파괴되는 등 일련의 테러 공격이 발생했다. 트란스니스트리아 측은 몰도바 또는 우크라이나 측 소행이라면서 테러 경보를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 군에 전투 준비태세 상향을 지시했다. 또 55세 이하 성인 남성 전원을 대상으로 병력을 모집 중이다. 몰도바와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들이 자작극을 벌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몰도바 정부는 러시아의 의도가 러시아계 주민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워 트란스니스트리아를 침공하려는 것이라고 본다. 몰도바 정부는 트란스니스트리아의 군 병력 소집 등 과잉대응이 러시아 개입을 위한 준비된 계획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더 타임스’는 우크라이나군 정보부 소식통을 인용해 “트란스니스트리아 상황이 러시아의 개전 직전 돈바스 지역과 비슷하다면서 러시아의 몰도바 침공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제2 우크라이나’ 공포 휩싸인 몰도바와 조지아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몰도바 동부에 위치하며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위키피디아]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몰도바 동부에 위치하며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위키피디아]

이 때문에 몰도바 정부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토 면적이 3만3846㎢로 한국 경상도 크기인 몰도바는 인구 328만 명, 1인당 국내총생산(GDP) 4791달러(약 603만 원·국제통화기금 2021년 기준)로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다. 변변한 군사력도 없다. 게다가 에너지를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100% 의존하고 있다. 이 가운데 80%가 트란스니스트리아를 통해 들어온다. 만약 러시아군이 트란스니스트리아를 점령하고 가스를 차단할 경우 몰도바는 항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몰도바 수도 키시너우에서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오데사를 점령하고 트란스니스트리아에 무혈입성 후 몰도바 정부에 항복을 요구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몰도바는 2020년 11월 대선에서 친서방 성향인 마이아 산두 대통령이 친러시아 성향인 이고르 도돈 당시 대통령에 승리하면서 집권했고, 지난해 8월 총선에서는 친서방 성향인 행동과 연대당(PAS)이 압도적으로 승리해 단독 정부를 수립했다. 산두 대통령과 몰도바 정부는 그동안 유럽연합(EU)과 관계를 강화하고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3월 EU에 가입을 신청했으며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EU와 NATO가 몰도바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일지는 불확실하며, 이 때문에 몰도바 정부와 국민은 ‘제2 우크라이나’가 될 수도 있다면서 전쟁 공포에 떨고 있다.

러시아가 사실상 차지한 조지아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Eurasianet]

러시아가 사실상 차지한 조지아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Eurasianet]

동유럽의 작은 나라 조지아도 몰도바와 동병상련(同病相憐)이다. 흑해 연안 남캅카스 지역에 위치한 조지아는 과거에는 러시아명인 ‘그루지야’로 불렸다. 1991년 소련 붕괴 후 독립했으며 국토 면적 6만9700㎢, 인구 400만 명, 1인당 GDP 4808달러(약 605만 원·국제통화기금 2021년 기준)로 역시 유럽 최빈국 중 하나다. 조지아에는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라는 자치 지역이 있다(지도 참조). 조지아가 소련에서 독립하자 남오세티야도 조지아로부터의 독립을 추진해 내전이 벌어졌다. 이곳도 역시 러시아의 개입으로 1992년 휴전에 합의했다. 남오세티야는 면적이 4000㎢로 한국 전북의 절반 정도이며 인구는 5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 남오세티야가 2006년 실시된 주민 투표를 통해 완전 독립을 선언했다.

조지아는 2008년 8월 1일 양측 국경선에서 분쟁이 벌어지자 남오세티야의 가칭 수도인 츠힌발리를 점령하기 위해 군대를 투입했다. 그러자 러시아는 같은 해 8월 8일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날 러시아계 주민 보호 명분을 내세워 조지아를 침공했다. 국력과 군사력에서 엄청난 열세인 조지아는 닷새 만에 러시아군에 항복했다. 이후 남오세티야는 독립했고, 자치공화국이던 압하지야도 동참했다. 압하지야 역시 1992~1994년 조지아와 내전을 벌인 바 있다. 러시아는 2008년 8월 26일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를 독립국으로 공식 승인했다. 또 러시아 이외에도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나우루, 시리아 등 4개국이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를 국가로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볼 때 러시아는 조지아 영토의 5분의 1에 이르는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를 사실상 차지한 셈이다.

그런데 남오세티야가 3월 30일 느닷없이 러시아로의 편입을 위한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남오세티야 수장인 아나톨리 비빌로프는 “러시아와 통합은 국민의 염원”이라면서 “조만간 필요한 법적 조치에 따라 남오세티야는 역사적 조국인 러시아의 일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오세티야가 러시아와 편입 추진 의사를 발표한 의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지원하려는 속셈이라고 볼 수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분리독립을 선포한 돈바스 지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의 러시아계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특별군사작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안드레이 클리모프 러시아 상원의원은 “남오세티야 국민이 국민투표를 통해 러시아와 병합을 지지한다면 러시아 또한 이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EU 가입 신청했지만 불확실

조지아 정부는 남오세티야의 이런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아무런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다. 조지아 정부가 남오세티야의 러시아 편입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무력을 동원할 경우 러시아가 자국을 또다시 침공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남오세티야에 각종 자금을 지원하고 주민들에게 자국 여권을 발행하는 등 사실상 러시아 국민으로 간주해왔다. 반면 조지아 정부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유럽 각국이 제재에 나섰지만 이에 동참하지도 못한 채 러시아 눈치만 보고 있다. 조지아 정부는 자구책으로 4월 3일 EU에 가입 신청을 했으나 가입 여부는 불투명하다. 조지아 집권 여당 ‘조지아의 꿈’의 지오르지 켈라슈빌리 의원은 “우리는 화산 옆에 살고 있다”며 “그 화산이 방금 폭발했고 용암이 반대편 산에서 흘러내리는 중”이라고 조지아 처지를 한탄했다.

1991년 소련 붕괴 후 15개 공화국이 독립했는데 그중 몰도바나 조지아처럼 약소국들은 소련 후신인 러시아의 ‘사냥감’이 되고 있다. 일단 발트 3국(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은 EU와 NATO에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러시아의 ‘표적’에서 벗어났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간동아 1338호 (p42~44)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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