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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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안철수·김동연·금태섭, 흩어지면 오리알

[김수민의 直說] ‘대항마 vs 2중대’ 갈림길

  • 김수민 시사평론가

    입력2021-10-1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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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금태섭 전 의원. [동아DB]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금태섭 전 의원. [동아DB]

    근래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승리 가능성을 보여준 대선주자는 ‘빅4’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이낙연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홍준표 후보다. 이들을 거리낌 없이 지지하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9월 14일부터 사흘간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후보자별 호감도·비호감도 결과가 입때껏 언론에 회자되고 있다.

    ‘울며 겨자 먹기’ 지지↑

    호감도·비호감도 결과는 이렇다. 이재명 후보(34%/58%), 윤석열 후보(30%/60%), 홍준표 후보(28%/64%), 이낙연 후보(24%/66%). 함께 실시한 가상대결 조사를 보자. 이재명 43% 대 윤석열 42%, 윤석열 42% 대 이낙연 40%, 홍준표 40% 대 이낙연 39%, 이재명 44% 대 홍준표 39%가 나왔다. 가상대결에서 39~44%를 받은 후보들이 호감도는 24~34%에 불과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비호감으로 여기는 후보일지라도 상대 후보보다 덜 비호감이면 ‘울며 겨자 먹기’로 지지하는 유권자가 상당수다.

    제3후보가 부상하는 게 정상인 구도다. 양강 구도이던 2002년, 2012년 대선에서도 각각 정몽준, 안철수라는 제3후보가 등장했다. 거대 양당 중 하나가 제3후보와 단일화하고 나서야 양강 구도를 형성할 수 있었다. 반면 이번 대선은 거대 양당 이외에 나머지는 제압당하다시피 한 채로 시작됐다.

    2017년 대선은 다자 구도였다. 후보 단일화는 없었다. 4년 반 만에 에누리 없는 양강 대결로 뒤바뀐 이유는 뭘까. 다당제에 질린 국민이 양당제로 정돈하기를 바란 결과는 아니다. 2020년 총선 전까지 다당제 국면에서 ‘양당제냐, 다당제냐’에 답하는 여론조사 응답자의 다수는 늘 다당제 편을 들었다. 승자독식 대통령제나, 지지율 - 의석수 사이 비례성이 낮은 의회 선거제도에 원인을 돌릴 수도 없다. 이 모든 것은 제3세력 스스로의 책임이다.

    정의당 경선에 나선 심상정 의원은 10월 1일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34% 대통령’을 말했다. ‘34%’는 거대 양당을 밀어내는 ‘삼분지계(三分之計)’를 의미하지만 정의당은 34%의 5분의 1도 확보하지 못했다. 민주당 정권에서 일어난 조국 사태, 위성정당 프로젝트, 검찰 장악, 거대 양당의 경제입법 합작 등에 결사항전하지 않은 대가다. 이번 대선에서 기호 3번을 달 것이 유력시되지만, 다수 유권자는 정의당을 ‘기호 1.5번’쯤으로 본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의당 내에서는 “민주당과 연합정부를 검토하자”는 말이 버젓이 흘러나온다.



    국민의당에서는 안철수 대표가 다시 대선 출마를 벼르고 있다. 안 대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모두 겨냥해 “대선이 상대 진영을 초토화할 왕을 뽑는 선거가 돼가고 있다”고 맹비판했다. 그는 본인이 이런 대선 구도를 만든 제1책임자라는 것부터 반성해야 한다. ‘19대 대선 득표율 21%’라는 자산을 이리저리 다 털어버렸다. ‘반문재인’(반문) 말고는 기억에 남는 것이 없으니 민주당에서 이탈하는 민심이 국민의당으로 올라타지 못했다. 국민의힘과 합당을 무산시켰지만 거기서 새로운 명분이 피어나지는 않았다.

    여기서 새롭게 등장한 제3후보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다. 어느 당과도 연대하지 않겠다며 독자노선을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그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부총리였다. 그를 돕는 ‘시대전환’은 민주당의 위성정당 프로젝트에 가담해 1석을 선물 받았다. 선거연대를 하지 않는다면서도 거대 양당 모두에게 정책을 제안하는 모습도 뜬금없다. 매니페스토 운동가인가. “거대 양당이 거부 못 할 요구를 하겠다”는데, 신진 정치세력이 해야 할 것은 ‘수용 못 할 요구’로 거대 양당의 문제를 폭로하고 현실 정치를 뒤흔드는 일이다.

    ‘1987년 넘어선 제7공화국’ 기치 세워야

    정의당, 국민의당, 김동연, 그리고 이번 대선을 ‘에일리언 대 프레더터’로 규정한 금태섭 전 의원까지, 이들이 받고 있는 의심은 같다. 지금은 거대 양당을 ‘나쁜 놈들’이라고 규정하지만, 본인을 태워주는 쪽은 ‘좋은 놈’이라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자기 몸값을 올려 막판에 합류할 곳을 찾는 것은 아닌지. 이들이야말로 ‘거대 양당의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대중은 마음을 주지 못하고 거대 양당과 기성 유력 주자들의 지지율도 유지된다. 제3세력은 점점 입지가 좁아져 ‘말라 죽느냐, 한편에 붙느냐’로 내몰릴 테다.

    2017년 대선처럼 제3주자들 각각이 독자적 역량으로 각개약진을 하는 경우는 물 건너갔다. 마지막으로 남은 가능성은 하나로 보인다. 이들 세력이 연대하는 것이다. 민주당과 손잡지 않은 쪽과 국민의힘에 안길 리 없는 쪽이 한데 모인다면, ‘거대 양당의 2중대’로 비치던 각자의 이미지를 극복하고 ‘앞으로도 거대 양당과 맞서 싸운다’는 확약이 된다.

    제3정치세력은 진보-보수에 걸쳐 형성돼 있다. “정책 기조의 차이 때문에 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반론이 나오겠지만 이미 확인된 공통점도 있다. 정의당, 국민의당, 김동연 등은 승자독식의 양당제-대통령제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단순한 거대 양당 반대가 아니라, ‘1987년을 넘어선 제7공화국’이라는 목표를 세울 수 있다.

    사회경제정책에서도 대합의가 가능하다. 일단 ‘복지 확대’는 합의가 유력해 보인다. 심상정 의원과 안철수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공방을 주고받으면서도 “신자유주의는 그르다”고 입을 모았다. 안 대표는 최근 국민의힘이 박근혜 정부 정책에서 나아가지 못했다고 비판했으며, 심 의원은 진보정당 재구성 과정에서 일관되게 대기업 정규직 이기주의를 질타했다. 김 전 부총리의 소득주도성장론 비판과 토지공개념 주장은 진보-보수 이분법을 해체하고 있다. 이들의 합의는 노사정 대타협보다 수월할 것이다.

    그래도 나오는 차이는 절충과 타협으로 좁혀나갈 수 있다. 유럽 이야기로나 여겨지던 정책협상과 정치연합이 대선을 통해 생중계되는 것이다. 원전 문제나 동성혼 승인 등은 미합의 과제로 남을 텐데, 이것들은 ‘범국민 합의 기구에서 논의할 주요 의제’로 설정하면 된다. 중소정치세력 입장에서 이보다 좋은 기회가 있는가. 정녕 이번 대선을 정면돌파할 의지가 있는가. 제3정치세력들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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