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97

2021.07.09

은퇴전문가 김경록 “노후자산 부동산 ‘몰빵’하면 폭망”

“윤택한 노후 원하면 리츠, ETF 투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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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1-07-1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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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츠(소액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뮤추얼펀드)와 ETF(주식처럼 거래가 가능하고 특정 주가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펀드)에 투자하면 글로벌 부동산 임대업자이자 혁신기업 주주로서 윤택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

    김경록(59)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는 노후 자산관리 방법으로 리츠와 ETF 투자를 제안한다. 김 대표가 꼽은 국내 은퇴자의 노후 대비 문제점은 부동산과 창업 편중. 7월 5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부동산 불패신화가 계속됐지만 앞으로 경제 패러다임이 바뀐다” “수억 원 종잣돈을 긁어모아 ‘블러드 오션(blood ocean)’ 분야에서 창업하는 노후 대비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등의 조언을 쏟아냈다.

    김 대표는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최고책임자, 미래에셋캐피탈 대표이사를 지냈다. 2013년부터 소장을 맡아 이끌던 미래에셋은퇴연구소를 올해 투자와연금센터로 개편해 ‘투자’ ‘연금’에 특화된 노후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경록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 [지호영 기자]

    김경록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 [지호영 기자]

    “‘블러드 오션’서 창업 마라”

    부동산에 투자하지 말라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여전히 자산 증식의 중요한 축은 부동산 투자다. 다만 부동산 쏠림 현상이 지나치다는 얘기다. 부동산 유동성을 높여 현금 등 다른 자산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리츠에 투자하면 자산 유동성을 제고하면서도 부동산 투자 이익을 누릴 수 있다.”



    자세히 설명해달라.

    “웬만한 상가나 아파트를 매수하려면 노후 자금을 ‘몰빵’(집중투자)해야 된다. 위험한 방식이다. 세입자로부터 임대료를 직접 받아야 하는 등 관리도 번거롭다. 자칫 사기를 당하면 그야말로 ‘폭망’(크게 망함)이다. 반면 주식회사 형태의 간접투자기구에 투자하면 소액으로도 다양한 부동산에 골고루 투자할 수 있다. 부동산 지분을 확보해 수익을 얻는 식이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부동산시장에 투자할 수 있고 포트폴리오도 호텔, 오피스, 데이터센터, 물류센터 등 다양하다. 가령 미국 워싱턴 오피스나 서울 강남의 유명 백화점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 간접투자로 한 번, 분산투자로 두 번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다. 당장 현금이 필요하면 주식을 팔면 된다. 현재 국내에 상장된 리츠는 13곳 정도지만 글로벌시장은 훨씬 규모가 크다. 성장 여력이 많은 투자처다.”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데.

    “지금처럼 부동산시장 열기가 한창 달아올랐을 때는 3~4년 뒤를 내다봐야 한다. 자산 구조를 재편할 타이밍이다. 최근 부동산시장 사정에 밝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부동산 가격이 실물경제와 달리 과열됐다고 우려한다. 올해 들어선 특히 부동산 투자에 조심해야 한다. 누구도 꼭짓점 가격을 알 수 없다. 약간 손해 본다는 생각으로 자산을 관리해야 한다.”

    “미래 산업 근간 클라우드 컴퓨팅”

    리츠뿐 아니라 어떤 투자에 나서든 경제흐름을 읽어야 한다. 김 대표는 고령화와 기술혁신이라는 두 가지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데모테크’다. 데모그래피(demography·인구구조)와 테크놀로지(technology)를 합친 말로, 김 대표가 최근 내놓은 신간(‘데모테크가 온다’) 제목이기도 하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수축 사회’는 경제위기로 이어지지 않을까. 김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지금 한국 40, 50대는 국민연금제도가 정착된 후 직장생활을 한 덕에 어느 정도 노후를 대비했다. 재테크로 상당한 부를 축적한 이도 적잖다. 자신에게 과감히 투자할 의향도 있다. 새로운 시장 소비자인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대거 생겨나는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향후 세계경제의 가장 큰 트렌드는 고령화와 기술혁신이 될 것이라고 본다. 현재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약 900만 명인데, 2050년 1900만 명까지 늘어난다. 앞으로 40년 동안 전 세계 65세 이상 인구도 11억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노인으로만 구성된 중국 정도의 인구 대국이 생겨나는 셈이다. 이들이 무엇을 소비하는지에 따라 경제와 산업 분야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기술혁신을 통해 고령층이 노후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이 생산될 것이다.”

    어떤 산업이 유망한가.

    “고령자가 늘어나면서 의료 수요 역시 덩달아 많아졌다. 첨단 제약 산업 등 바이오테크놀로지나 원격 의료기술 등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가 뜰 수밖에 없다. 노인의 관심사가 더는 생명연장만이 아니다.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데 소비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어반 그래니(urban granny)’, 즉 ‘도시 할머니’가 화장품, 패션업체 주 고객이 됐다고 한다. 디지털 미디어로 구현한 지구인 메타버스(metaverse)도 고령화에 따른 수혜 산업이다. 일견 젊은이만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를 즐길 것 같지만 재활치료 등 고령 소비자에게 적합한 시장도 잠재력이 크다. 같은 맥락에서 로보틱스 기술로 노인이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같은 미래 산업은 모두 방대한 데이터 서버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은 미래 산업의 근간이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가 2020년 ‘헬스케어 클라우드’ 서비스를 내놓은 것은 데모테크 시대 클라우드 컴퓨팅의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봤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투자할 기업을 찾기가 어렵다.

    “기술혁신이 한창인 시장의 문제는 예측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주가 등락도 심한 편이다. 미국의 원격진료 기업 ‘텔라닥’은 코로나19 수혜주로 꼽혀 주목받았으나, 최근 주가가 올해 2월 초에 비해 50% 이상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는 유망한 산업 분야를 정해 ETF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쉽게 말하면 발전 가능성이 높은 산업 분야의 기업 주식을 묶음으로 사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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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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