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72

2021.01.08

“2021 野 대선 전략, ‘윤석열 효과’ 이외엔 대안 안 보여” [이종훈의 政說 13]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입력2021-01-02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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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것’ 같지 않은 국민의힘 지지율, 윤석열 효과에 불과

    • 대안 없다면 정공법 이슈로 초선 의원이라도 띄워야할 판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이에 따라 차기 대선도 1년 2개월, 즉 420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정권을 재창출하고 싶을 테고, 국민의힘은 정권을 되찾아오고 싶을 것이다. 인물과 구도, 그리고 이슈는 선거 결과를 좌우할 세 가지 주요 변수다. 이들 측면에서 각 당에 주어질 기회 요인은 무엇이고 위기 요인은 무엇일까. 민주당에 이어 국민의힘도 점검해보기로 한다.

    인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 윤석열 검찰총장. [동아DB]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 윤석열 검찰총장. [동아DB]

    최근 정당 지지율이 올라 얼떨떨할 것이다. 분명 내 것인데 내 것 같지 않은 지지율이라 더욱 그럴 테다. 순전히 반사적 이익 덕분이니, 왜 아니겠는가. 그 절반은 윤석열 검찰총장 몫이라는 점에서도 내 것 같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윤 총장은 아직 국민의힘 사람이 아니다. 당 밖 인사다. 그런데 범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인물로 떠버렸다. 반면 당내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은 초라하다. 대선주자들이 정당 지지율을 견인해야 정상인데 외부 인사가 오히려 그 역할을 하고 있으니, 이 지지율이 탄탄하다고 말하기도 민망할 것이다. 빨리 당내에서 누군가가 떠줘야 체면이라도 챙길 텐데, 아직은 잘 보이지 않는다. 정당 지지율조차 온전히 받아갈 누군가가 없다는 것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당내 대선주자들의 분발이 필요하다. 

    이런 속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분주하다. 여전히 1970년대생 경제 전문가를 찾아다니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20년 12월 6일 청년국민의힘(청년의힘) 창당대회 축사에서도 이렇게 언급했다. “다음에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지도자는 70년대에 출생한 사람들이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는데, 아직도 그런 사람을 찾기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중략)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다. 많은 청년이 참여해 기득권 정치세력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왼쪽부터) 
 [동아DB, 뉴스1]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왼쪽부터) [동아DB, 뉴스1]

    사람 찾는 일이 용이하지 않자 최근 전략에 약간 수정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 인사 중에서도 가능성 있는 인물을 함께 띄우는 전략이다. 2020년 11월 15일에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당내에서 대통령에 출마하려고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어느 정도 의사를 표명한 사람은 지금 3명밖에 없다. 유승민, 오세훈, 원희룡이다.” 사실 1970년대생 경제 전문가와 당내 중량급 인사의 맞대결은 대선 경선 흥행 차원에서도 좋은 그림이다. 세 사람 가운데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한때 서울시장 차출설이 불거졌지만, 대선 직행을 선언한 상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서울시장 차출설이 불거졌는데, 딱 잘라 거부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 출마 가능성이 남아 있는 듯하다. 오 전 시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면 두 사람만 남는 셈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020년 10월 이미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상태다. 선언만 남겨둔 채 아직은 본격적인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세 사람의 문제는 지지율이 낮다는 점이다.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2020년 12월 21일부터 24일까지 나흘 동안 전국 18세 이상 20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야 주요 정치인 14인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오 전 시장은 2.9%, 유 전 대표는 2.8%, 원 도지사는 1.5%를 획득하는 데 그쳤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p. 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각 사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 참조). 



    당내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계속 정체를 보이는 속에서 1970년대생 경제 전문가 영입도 힘들어진다면 어떤 선택지가 있을까. 당내 경제통 초선의원이다. 1970년대생은 아니지만 비교적 젊고 참신한 경제통이라는 점에서 차선책 정도는 되는 셈이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당내 혁신 주역으로 전문가 출신 초선의원들을 자주 활용해왔다. 내년 재보선과 관련해서도 초선의원 여럿에게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윤희숙 의원이다. 정치 경험 부재로 미숙함이 간간이 드러나긴 하지만, 그래도 초선의원치고는 잘하는 편이라는 중평이다. 이른바 정치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 윤 의원이 최근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부동산 문제로 맞짱을 떴다. 유 이사장이 2020년 12월 25일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 시즌3’에서 “더는 땅을 사고팔면서 부자가 된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히자 “정반대 정책만 내놓으면서 시장을 이겨 먹으려 들어서는 안 된다”고 반박한 것이다. 이미 임대차 3법에 반대하는 본회의 5분 연설로 유명해진 터다. 윤 의원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권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김미애 의원도 관심의 대상이다. 김 위원장이 ‘약자와의 동행위원회’ 위원장으로 선택한 인물이다. 방직공장 근로자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인생 자체가 ‘보수의 가치’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중도를 넘어 진보로까지 외연 확장이 가능할 뿐 아니라, 현장 민생경제 전문가라는 점에서 윤 의원하고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두 사람 모두 내년 재보선을 거쳐 차차기 대선주자로 성장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차기 대선에 곧바로 진출한다면 의외의 다크호스가 될지도 모른다. 물론 국민의힘이 시스템적으로 뒷받침해준다는 전제하에서다. 김 위원장의 생각 속에는 이런 포석도 담겨 있지 않을까 한다.

    구도

    윤 총장이 정말 대선에 뛰어든다면 국민의힘은 입당을 추진하려 들 것이다. 일단 대선 경선 흥행에 긍정적이다. 최종적으로 윤 총장이 경선을 통과해도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지지율 승수 효과를 누릴 수는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윤 총장이 독자적으로 대선에 뛰어든다면 선거연대라도 성사시키려 들 것이다. 공동 경선 또는 순차 경선으로 범야권 후보를 정하는 방식이다. 윤 총장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이 경우 윤 총장 지지율을 끌어와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김 위원장이나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윤 총장의 입당을 더 선호할 것이다. “그렇게 지지율을 보태주기만 했으면…”할 것이다. 반면 당내 조직기반이 없는 윤 총장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대안이다. 그래서 출마한다면 순차 경선을 선호할 것으로 봐야 한다. 

    국민의당과 연대도 변수다. 사실상 1인 정당이기 때문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연대로 봐야겠지만 말이다. 안 대표는 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국민의힘에 공동 경선까지 제안한 상태다. 안 대표의 대선주자로서 지지율은 낮다. 반면 서울시장 후보로서 지지율은 비교적 높게 나오는 편이다. 대통령으로는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서울시장 정도라면 괜찮다는 인식이 국민 사이에 존재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서울시장 후보로 지지율을 5% 정도만 유지해도 국민의힘으로서는 안 대표와 연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테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압도적 격차로 민주당 후보를 앞서가지 않는 한 그렇다는 이야기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연대가 이뤄진다면 차기 대선에서도 비슷한 맥락에서 연대가 이뤄질 개연성이 높다. 그즈음에는 아예 합당으로 나아갈지도 모른다. 이 국면에서 국민의힘은 당연히 흡수 통합을 원할 테고, 국민의당은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선호할 것이다. 당세를 봐도 그렇고, 창당과 당명 교체가 지겹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안 대표가 아예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편이 나을 것 같긴 한데, 어떤 선택을 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번에도 변죽만 울리다 합당도, 통합도 물 건너가는 일이 반복될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어렵다. 이 경우 안 대표는 ‘대한민국 정치사의 미스터리’로 남게 될 것이다.

    이슈

    반사이익만으로 여기까지 왔다. 윤석열 효과도 톡톡히 봤다. 야당이 된 이후 한 일은 따지고 보면 문재인 반대, 추미애 반대뿐이다. 그 연장선에서 아예 ‘반문연대’로 차기 대선 이슈를 삼을 조짐까지 보인다. 위험한 선택이다. 분노의 정치가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반면 역풍 우려도 상존한다. 일정 부분 그것을 활용하더라도 대안 제시를 주축으로 삼아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국민의힘 내에서 ‘반문연대’라는 표현을 자제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안철수 대표가 반문연대가 아니라 혁신연대, 미래연대, 국민연대 방향으로 가는 게 유일한 길이라고 언급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지난 총선 때 국민의힘은 어김없이 ‘정권심판론’을 제기했다. 그 결과 패했다. ‘정권심판론’도 ‘반문연대’와 동일한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역풍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 

    그렇다면 내년 재보선과 차기 대선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개별 후보의 철학과 비전 위에 수권 정당으로서 노하우를 담은 정책을 선보여야 한다. 물론 ‘서진정책×중진정책’도 준비해야 한다. 호남과 중도를 동시에, 또는 따로 공략할 수 있는 정책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담아야 할 것은 ‘작은 정부’ 비전이다. 보수는 전통적으로 감세와 재정 지출 최소화를 지향한다. 시장 자율성을 존중하는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는 증세와 재정 지출 극대화를 추구했다. 그 결과 정부도, 기업도, 가계도 부채 더미에 올라앉았다. 부채 증가 속도도 역대급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제2의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위기를 막을 수 없다. 차세대에게 그 부담이 전가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국가경제 전반의 재건과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방향에서도 실효성 있는 해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수권정당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의 요소들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정책적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몇 가지 핵심 이슈로 각을 세우기에는 용이한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아직까지는 국민의힘 내 대선주자 중 어느 누구도 설득력 있는 이슈를 제기하지 못한 상태다. 기본소득 이슈조차 선점하는 데 실패했다. 김종인 위원장이 경제민주화 이슈로 불을 다시 댕겨보려 하고 있지만, 재탕이다 보니 신선함이 떨어진다. 포장만 바꾸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는 있을 테다. 그런데 그것 역시 흔해 빠진 고답적 방식이라 먹히기 어려울 것이다. 이럴 땐 차라리 정공법으로 정직하게 나아가는 것이 더 나을지 모른다. 정직한 후보에 정직한 공약이 어떠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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