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62

2020.10.30

남중국해 中 전투함 잡으러 美 유령함대 뜬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20-09-24 18: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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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해군이 시험하고 있는 무인 수상함 ‘시 헌터’의 모습. [DARPA]

    미 해군이 시험하고 있는 무인 수상함 ‘시 헌터’의 모습. [DARPA]

    남중국해를 접하고 있는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島)에는 잠수함 전용인 위린 기지가 있다. 중국은 잠수함의 입출항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이 기지를 둘러싼 산허리에 거대한 터널을 뚫었다. 터널 입구 높이는 20m에 달한다. 바다와 연결된 이 지하 기지에서 잠수함이 터널을 통해 출항하면 미군 정찰위성에 포착되지 않는다. 이 기지 부근의 바다 깊이는 수천m에 달해 핵잠수함 기지로는 매우 적합한 곳이다. 

    중국은 이 기지에 최신예 진(晋·094형)급 전략핵잠수함(SSBN) 4척과 상(商·093형)급 핵잠수함 3∼4척을 실전배치하고 있다. 094형 잠수함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8000km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쥐랑(巨浪·JL)-2를 16기까지 장착 가능하다. 중국은 8월 26일 남중국해서 094형 전략핵잠수함에 탑재한 쥐랑-2 SLBM을 시험발사하며 핵 보복 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미군은 그동안 위린 기지를 정탐하려고 각종 정찰기를 보냈지만 중국군 잠수함들을 포착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 기지는 미군의 폭격이나 미사일 공격에도 파괴하기 어렵다. 바다 밑에 자리한 출입구가 폭격 등에 끄떡없기 때문이다.

    일종의 무인 함대

    미국 보잉사가 개발해 시험항해를 하고 있는 대형 무인 잠수정 ‘에코 보이저’.  [Boeing]

    미국 보잉사가 개발해 시험항해를 하고 있는 대형 무인 잠수정 ‘에코 보이저’. [Boeing]

    미국이 남중국해는 물론,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의 도전에 맞서 제해권을 확고하게 유지하고자 2025년까지 이른바 ‘유령함대(Ghost Fleet)’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령함대는 스텔스 구축함, 무인 수상함과 무인 잠수함(잠수정) 등으로 구성된 일종의 무인 함대다. 적 레이더 등 감시망을 피해 은밀히 정찰감시, 타격 등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 붙여진 별명이다. 

    미국이 유령함대를 만들려는 이유는 중국이 2025년 이후 제1다오롄(島鏈·Island Chain)과 제2다오롄을 통해 남중국해를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제1다오롄은 일본 열도~난사이제도~대만~필리핀~인도네시아~베트남으로 이어지는 중국 본토에서 1000km 떨어진 지역이다. 제2다오롄은 오가사와라제도~이오지마~마리아나제도~야프군도~팔라우군도 등으로 연결되는 중국 본토에서 2000km 거리의 지역이다. 중국군은 남중국해가 자국의 핵심 이익인 만큼 ‘반(反)접근-지역 거부’(A2/AD: Anti-Access/Area Denial) 전략에 따라 미국의 접근과 개입을 막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의 핵 항공모함 전단과 이지스 구축함 등을 격침할 수 있는 각종 미사일 등을 개발해 실전배치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초 대함 탄도미사일로 꼽히는 ‘항모 킬러’ 둥펑(東風·DF)-21D(사거리 1500km)를 비롯해 괌까지 타격 가능한 ‘괌 킬러’ DF-26(사거리 4000km) 탄도미사일을 속속 배치하고 있다. 이들 대함탄도미사일은 낙하 속도가 마하 10 이상에 달하고 회피 기동도 할 수 있어 요격이 매우 어렵다. 특히 핵탄두 탑재가 가능해 미 해군 항모 전단 수십km 상공에서 폭발시킬 경우 EMP(전자기펄스)로 함정들의 전자장비를 무력화할 수 있다. 게다가 중국은 극초음속 미사일 DF-17을 개발하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DF-17을 공개한 바 있다. 미국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의 이런 미사일들은 매우 위협적이다. 미 해군 항모들이 중국이 설정한 제1·2다오롄에 진입해 작전할 경우 격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 해군이 중국의 A2/AD 전략에 대응하는 카드가 유령함대다. 미군의 전략은 유령함대를 전면에 내세워 중국 함정과 잠수함 및 지상에 배치된 탄도미사일을 먼저 제거한 후 항모 전단을 투입해 나머지 중국군의 전력을 초토화한다는 것이다. 무인 수상함과 잠수정은 피격돼도 인명피해가 없을 뿐 아니라, 건조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게다가 스텔스 기능까지 갖출 경우 중국 본토 인근 해역까지 깊숙이 침투해 미사일 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 중국군의 미사일 기지는 대부분 해안지역에 포진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군의 잠수함 기지 인근까지 접근해 적 잠수함을 격침할 수도 있다.

    2025년까지 유령함대 구축 예정

    미 해군의 스텔스 구축함 ‘줌왈트호’가 태평양에서 초계 항해를 하고 있다. [US Navy]

    미 해군의 스텔스 구축함 ‘줌왈트호’가 태평양에서 초계 항해를 하고 있다. [US Navy]

    미 해군은 중국군이 실제로 A2/AD 전략을 시행할 시점인 2025년까지 유령함대를 구축할 예정이다. 미 해군은 2020∼2024년 예산으로 45억 달러(약 5조2710억 원)를 책정하고 무인 수상함과 무인 잠수함(정)을 각각 4종류(대-중-소-초소형)씩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유령함대의 주축은 대형 무인함(LUSV)과 대형 무인 잠수정(XLUUV)이 될 것으로 보인다. LUSV는 길이 60∼90m에 만재 배수량 2000t, 최대 속력 38노트(시속 70km)로 척당 건조 비용은 2억 달러(약 2,342억 원)다. 2024년까지 총 10척을 확보할 계획이다. LUSV의 마크 41 수직발사대에는 SM-2 대공미사일, 탄도미사일 요격용 SM-3 미사일, 지상 타격용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 등이 장착된다. LUSV가 사실상 알레이 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수준의 무장을 하는 셈이다. 

    미 해군은 현재 국방부 고등기술연구원(DARPA)이 개발한 ‘시 헌터(Sea Hunter)’라는 무인 수상함으로 각종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길이 40m, 배수량 140t인 시 헌터는 이미 9600여km 시험항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시 헌터보다 2배 정도 큰 ‘시 헌터Ⅱ’도 올해 안에 미 해군에 인도돼 각종 시험에 들어간다. 미 해군은 시 헌터 시험 결과를 토대로 연안 대기뢰전(MCM)과 연안 대잠전 해군작전을 수행하는 소형 무인함(SUSV)을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배타적경제수역(EEZ) 인근 해역에서 지휘통제통신(C4)과 전자전 임무를 수행할 중형 무인함(MUSV), 타격 임무를 수행할 LUSV 등을 확보해 유령함대에 배치할 예정이다. 

    대형 무인 잠수정(XLUUV)은 중국 해군 잠수함을 격침할 목적으로 운용될 것으로 보인다. ‘에코 보이저(Echo Voyager)’로 불리는 이 잠수정은 길이 15.5m, 배수량 50t급으로 핵추진 공격용 잠수함보다 훨씬 작다. 하지만 핵추진 공격용 잠수함처럼 어뢰, 하푼 대함미사일,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 등을 장착할 수 있다. 무인 자동항법으로 1만2000km를 항해할 수 있다. 특히 일반 잠수함보다 소음이 훨씬 적어 중국 해군 잠수함의 음향탐지기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미 해군은 2024년까지 8억 달러(약 9367억2000만 원)를 투입, XLUUV 9척을 건조한다는 계획이다. 정찰 등의 임무에 투입될 XLUUV보다 훨씬 작은 무인 잠수정들도 개발하고 있다. 

    미 해군은 본토에 설치된 중앙통제센터에서 유령함대를 전체적으로 통제, 운용할 계획이지만, 해상 작전에선 줌왈트급 스텔스 구축함을 지휘함으로 삼을 예정이다. 길이 182m, 만재 배수량 1만6000t으로 미 해군 구축함 가운데 가장 큰 줌왈트급 구축함은 피라미드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외관과 레이더에 소형 어선 정도의 크기로 나타날 정도로 강력한 스텔스 기능을 갖췄다. 미 해군은 당초 줌왈트급 구축함 32척을 건조할 계획이었으나, 척당 제작비가 최소 44억 달러(약 5조 원)이나 되면서 3척으로 줄였다. ‘꿈의 구축함’이라는 말을 들어온 줌왈트급 구축함은 초음속 레일건을 비롯해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 지대함미사일, 로켓형 대잠 어뢰 등 막강한 화력을 갖췄다. 1번 함인 줌왈트호는 이미 실전배치된 상태이며, 2번 함과 3번 함은 건조 중이다. 유령함대는 앞으로 해킹 등 사이버 공격에 대응해야 할 과제들도 남아 있다. 특히 유령함대는 원격조종 또는 자율주행으로 움직이는 만큼 해킹 등 사이버 공격이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퓨처 포워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9월 16일 해군력 증강 계획을 밝히고 있다. [US DOD]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9월 16일 해군력 증강 계획을 밝히고 있다. [US DOD]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9월 16일 캘리포니아주 랜드연구소에서 연설을 통해 중국의 해상 도전에 맞서기 위해 해군력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퓨처 포워드(Future Forward·미래로 향해)’라는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에스퍼 장관은 “중국의 위협에 맞서 각종 함정을 현재 293척에서 355척으로 확대하는 등 해군력을 증강할 계획”이라면서 “미래 함대는 공중과 해상, 수중에서의 치명적인 공격력을 투사하기 위한 능력 측면에서 균형을 더욱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해군력 증강은 중국의 해군력 강화에 따른 대응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총 350척 규모의 각종 구축함과 프리깃함, 잠수함 등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해군 함정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에스퍼 장관은 “시 헌터는 한번 출항하면 두 달 이상 해상에서 적 잠수함을 자율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며 “미 해군이 앞으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를 보유할 것”이라고 밝혀 유령함대 구축 계획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미국 언론들은 해군력 증강 계획에는 소형 수상함과 잠수함 증강, 유인 또는 무인 수상함과 잠수정, 다양한 항공모함 탑재용 항공기 등이 포함된다고 분석했다. 에스퍼 장관은 “우리의 미래 함대는 무인 시스템이 치명적인 화력을 내뿜고 기뢰를 뿌리는 것에서부터 보급 수행과 적에 대한 정찰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투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에스퍼 장관의 말대로 미 해군의 유령함대가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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