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인간 고유의 예술에 도전하는 ‘AI 로봇’

  • 이혜주 한국트렌드연구소 빅퓨처 연구위원·중앙대 명예교수

인간 고유의 예술에 도전하는 ‘AI 로봇’

[GettyImages]

[GettyImages]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스며들고 있다. AI(인공지능) 로봇이 창조하는 예술 분야도 그 가운데 하나다. 예술창작은 인간 고유의 행위인가. 1955년 창안된 AI가 그동안의 ‘기술결정론’ 논의를 뛰어넘어 인간 고유의 본질적 영역에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다학제적 융합 인재인 브랜 페렌(Bran Ferren)은 TED 강연에서 “예술은 생각을 나누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이고 세상의 지식과 통찰력을 연결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예술 영역에 AI가 들어와 전문가와 비전문가, 창작자와 향유자의 경계를 해체하고 ‘창작의 민주화’에 앞장서면서 인간 대신 땀(?) 흘리고 고민하겠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질문과 상상들이 심장을 뛰게 만든다. 사람이 평생 걸려도 볼 수 없는 이미지의 양을 쾌속으로 학습하는 천재 AI가 만들어낼 예술 현상이 궁금해진다.

새로운 소리와 스타일을 추구하는 AI 음악가들

[GettyImages]

[GettyImages]

AI 예술의 근본은 신경망 기반의 ‘진화 생성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s)은 1970년대 음악 작곡 분석을 위해 최초로 개발됐고, 그 후 쿨리타(Kulitta)는 확률적으로 새로운 음악 구조와 멜로디를 생성하는 자동 음악 작곡용으로 사용돼왔다. IBM의 ‘왓슨 비트(Watson Beat)’는 AI 인공신경망에 리듬과 멜로디, 악기 편성, 장르 간 차이를 학습시켜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것인데, 인간 작곡가가 선호하는 음악을 이해해 유사한 형태로 새롭게 작곡해낸다. 스페인 멜로믹스(Melomics)는 생태계 진화 과정을 모방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작곡하는 AI 음악 시스템으로, 인간의 개입이 필요 없다. 또한 예술음악용 AI 프로그램인 이아무스(Iamus)는 독자적인 스타일의 음악을 작곡해 AI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 앨범으로 발매한 바 있다. 구글 ‘마젠타(Magenta) 프로젝트’는 미술·음악 AI 개발을 위한 ‘텐서플로(Tensorflow)’ 머신러닝 기반의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2017년 다양한 악기의 음색을 조합해 새로운 소리를 창출하는 ‘엔신스(NSynth)’를 개발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자동반주 생성 프로그램 ‘송스미스(Songsmith)’는 음성신호를 분석해 적절한 코드를 찾아내고 선택된 음악 스타일에 맞춰 반주를 입히기 때문에 완성도가 높다.

작품을 판매하는 AI 미술가

AI 미술은 특정 기법을 모방, 재현, 추상화하는 화가는 물론, 도자기를 빚는 공예 분야까지 진출했는데, 특히 작품 평가 기능의 AI가 등장해 예술품으로서 가격 형성에도 당당히 개입하고 있다. 구글의 AI 화가 플랫폼 ‘딥드림(Deep Dream)’은 작품을 그리는 AI와 작품의 질을 평가하는 AI가 상호 소통함으로써 높은 품질의 작업을 도출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빈센트 반 고흐를 모사한 작품 총 29점을 9만7000달러(약 1억1800만 원)에 판매했다. 

더욱 놀랍게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AI 화가인 ‘오비어스’의 초상화 ‘에드몽 드 벨라미’가 예상가보다 40배 더 높은 43만2500달러(약 5억2500만 원)에 낙찰되는 쾌거를 이뤘다. 이제 AI 예술이 인간 예술을 제치고 미술시장에서 보란 듯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 아트투게더(Art Together)는 화가 ‘두민’과 펄스나인의 ‘이매진(Imagine) AI’를 협업케 한 ‘커뮤니 위드(Commune with…)’ 작품에 2000만 원을 모집해 이목을 끌 수 있었다. 한편 직관적인 AI 화가 ‘사라 살레바티(Sara Salevati)’는 AI 기반의 챗봇을 통해 수집한 인간의 감성 정보를 전통 회화의 화풍을 자동 모사하는 데 활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인간과 함께 춤추는 AI 로봇

[GettyImages]

[GettyImages]

무용 부문은 현재 인간 무용수와 휴머노이드형 로봇이 함께 공연하는 인간-기술의 협업 수준이다. 일본 극작가 겸 연출가인 히라타 오리자와 로봇과학자로 유명한 이시구로 히로시 박사가 만든 20대 여성 형태의 AI ‘제미노사이드 F’는 65가지 표정 연기가 가능한 안드로이드형 로봇이다. 2018년 공연한 체조선수형의 로봇 ‘아틀라스’, 판소리·연기·유머까지 가능한 소녀 형태의 로봇 ‘에바’ 등은 인간형 휴머노이드 타입이라 친근한 느낌이다. 2018년 스위스 취리히대는 댄싱 로봇 ‘애니몰(ANYmal)’을 개발했다. 애니몰은 직사각형 몸체에 다리가 4개 있는 형태인데, 음악 템포(Beat Per Minute·BPM)를 분석하고 그 속도에 맞는 움직임을 생성한 다음, 운동 속도가 음악 속도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AI 소프트웨어가 장착돼 있다. 이 애니몰 로봇은 프로그램 된 동작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음악을 느끼고 춤추는 인간적인 단계를 보여준다. 

한편, 인간과 AI가 협업해 기존의 예술적 개념을 파괴하는 혁신적인 발상도 선보이고 있다. 악기로 유명한 일본 야마하는 모리야마 가이지 무용수의 신체에 센서를 여러 개 장착해 움직임을 파악한 뒤 자동반주 기능이 있는 AI 피아노가 그에 맞는 멜로디를 자동으로 연주하는 역발상적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AI는 이미 천재 화가 피카소나 렘브란트의 그림을 똑같이 그리는 모사 능력을 지녔고, 모차르트에 버금가는 음악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AI 작가와 인간 작가를 구분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오히려 AI 작품을 더 선호하는 경우도 나타나 예술시장에서 AI와 인간의 경쟁이 현실화하고 있다. 인간만의 감성적 영역이던 예술 분야까지 진출한 AI는 인간의 조력자일까, 아니면 인간이 AI의 조력자가 되는 것일까. 

지금까지 미술사를 지배해온 거대 서사와 내러티브의 종말을 뜻하는 아서 단토(Arthur C. Danto)의 ‘예술종말론’에서와 같이 AI 예술은 전통적인 예술사적 관점에서 접근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슈퍼휴먼 시대 인간과 AI는 서로 토론하고 감성을 공유함으로써 예술이 고양되고 상상력은 강화되며 세상은 더 평화로워질 수도 있을 테다. ‘창의적인 것’ ‘예술적인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독보적 영역이 더는 아닐 수 있지만, 인간과 기술의 관계가 새로운 차원으로 전개돼 창조성과 미학을 발굴해나갈 것이다.





주간동아 1235호 (p53~55)

이혜주 한국트렌드연구소 빅퓨처 연구위원·중앙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