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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4·15 총선

서울 송파을 헬리오시티가 키를 쥐고 있다

정권 실세 최재성 vs 정권심판의 아이콘 배현진 리턴매치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서울 송파을 헬리오시티가 키를 쥐고 있다

[동아일보]

[동아일보]

2년 만에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2년 전 재보궐선거(재보선)에서는 최재성 후보의 불계승이었으나, 이제는 그 누구도 승부를 쉽게 점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21대 총선에서 서울지역 격전지로 꼽히는 송파을. 박빙인 지지율만큼이나 관심을 끄는 것은 양대 정당 후보의 리턴매치라는 점이다. 2018년 재보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의 압승이었다. 당시 최재성 민주당 후보는 절반이 넘는 표(54.41%)를 획득하며 당선했다. 경쟁 후보였던 배현진(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후보는 29.64% 득표율을 기록해 큰 표차로 낙선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 입주한 헬리오시티 아파트 단지 때문이다. 1만여 가구에 이르는 헬리오시티 입주 이후 가락1동 18세 이상 인구는 2년 전 보궐선거 때보다 유권자 수가 2만명 가까이 늘었다. 때문에 헬리오시티 주민들이 송파을 총선 승패의 키를 쥐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송파을 여론조사는 두 후보의 우열이 엎치락뒤치락 하는 가운데 지지율에서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국리서치가 KBS의 의뢰로 4월 2~4일 송파을 지역구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를 한 결과 최 후보 지지율은 43%, 배 후보 지지율은 41%로 오차범위 내(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 박빙이었다(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 참조).

송파을, 원래 보수가 유리

서울 지하철 잠실새내역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후보. [동아일보]

서울 지하철 잠실새내역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후보. [동아일보]

두 후보의 유세 현장은 같은 듯 달랐다. 유세 현장마다 양측 후보 모두 금방 지지자들이 몰려들었다. 다만 지지자들이 외치는 단어가 달랐다. 최 후보 지지자들은 후보 이름을 연호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배 후보 지지자들은 ‘정권심판’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외쳤다. 



송파을 지역구에서 진보계열 정당이 승리한 역사는 길지 않다. 16대 총선에서는 김성순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당선했지만 이후 선거구 개편으로 거여동, 마천동, 오금동, 장지동이 송파병으로 옮겨갔다. 17대 총선부터 잠실 1·2·3·5·7동이 송파을에 편입되면서 20대 총선 전까지 전부 보수 후보가 당선했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득표율 53.65%), 박근혜 후보의 총 득표율이 51.6%였던 점을 감안하면 보수성향이 다소 강했던 지역구인 셈. 

이를 뒤집은 것이 20대 총선 당시 최명길 전 의원이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로, 현재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20대 총선 때는 김 위원장이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어 민주당 후보로 당선했다. 하지만 애초에 최 전 의원은 범보수파로 분류되는 인물이었다. 기자 재직 시절에는 박근혜 정부의 홍보수석 후보로 거론될 만큼 친박(친박근혜) 성향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민주당의 완벽한 승리는 2018년 재보선 때였다. 최 전 의원은 2017년 12월 선거법 위반으로 법원에서 벌금 200만 원형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선거사무원이 아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전문가를 통해 온라인 선거운동을 해왔다는 혐의였다. 이에 2018년 재보선이 실시됐고, 민주당 최재성 의원이 뽑혔다. 최 의원의 활동 지역구는 원래 경기 남양주갑으로, 이곳에서 17대부터 19대 총선까지 3번 연달아 당선했다. 

최 의원이 생경한 지역구에서 큰 표차로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현 정부와의 관계 때문이었다. 재보선 직전인 2018년 5월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은 70%(2018년 5월 4주 차 기준. 한국갤럽 75%, 리얼미터 71.4%)를 상회하고 있었다. 게다가 최 의원은 대통령 측근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잠실동에서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실을 운영하는 이모(54) 씨는 “원래 (송파을은) 보수 지지자가 많았던 동네다. 지난 선거 결과는 민주당이 전 정권보다 잘하고 있다는 인식이 있어서 생긴 일종의 이변”이라고 말했다.

최재성은 좋지만, 민주당은 싫다?

4월 5일, 서울시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 인근에서 유권자들을 만나는 미래통합당 배현진 후보. [동아일보]

4월 5일, 서울시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 인근에서 유권자들을 만나는 미래통합당 배현진 후보. [동아일보]

여당이나 현 정부에 대한 평가와 무관하게 지역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들은 최 후보에게 호의적이었다. 가락동과 잠실본동, 석촌동에 오래 거주한 주민들은 최 후보가 지역구에서 살림을 잘해왔다고 평가했다. 가락동에서 10년간 미용실을 운영했다는 김모(54·여) 씨는 “(최 의원이)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일주일에 한 번씩 지역구 주민들에게 의정보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정치인들이 국가 재난상황에 한두 번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일이야 종종 있었지만, 3개월 넘게 매주 연락을 돌리는 모습을 보고 이번에도 최 후보를 지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낮은 정부 지지율이 최 후보의 발목을 잡는 것처럼 보였다. 4월 13일 가락동 헬리오시티 앞에서 만난 임모(48·여) 씨는 “현 지역구 의원에게는 불만이 없다. 하지만 여당 독주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번 선거에서는 야당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인근에서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이모(52) 씨도 “이 동네 사람들은 전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 (여권에 대한) 인식이 좋을 리 없다”고 말했다. 

최 후보도 이를 알고 있는지 유세 내내 자신이 당의 정책을 바꾸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4월 10일 거리 유세에서 최 후보는 “단순히 5선 의원이 되겠다는 것이 아니다. 송파구의 최재성이 집권당인 민주당을 이끄는 당대표가 돼 새로운 초석을 놓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1주택자에 한해서는 종부세를 면제해주겠다는 공약도 들고 나왔다. 그는 “야당을 찍어서 종부세 문제를 포기하지 말고, 최재성을 찍어서 이 문제를 마무리 짓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배 후보는 ‘정권교체’와 ‘정치 신인’을 키워드로 유세에 임했다. 4월 13일 유세 현장에서 배 후보는 “문재인 정권의 정책 때문에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먼 꿈이 돼버렸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을 사과하기보다 집권 여당 중진이라는 사람들이 정치 신인 ‘배현진’을 잡기 위해 송파을에 모였다”고 말했다. 전날(4월 12일) 서울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에 민주당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이인영 원내대표, 윤호중 사무총장이 지원 유세를 온 것을 비판한 것. 

지지자들은 ‘정권교체’ ‘정권심판’ 등의 단어를 외치며 후보의 유세에 화답했다. 하지만 오히려 연설을 듣고 배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고민해봐야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직장인 윤모(35) 씨는 “당초 집권 여당의 부동산 실책으로 야당 후보를 지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가두 연설을) 듣고 나니까 배 후보가 어떤 정치를 하고 싶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당장 이곳(헬리오시티)만 해도 아파트 한 채가 최소 17억 원이 넘는 부촌이다. 여기서 내 집 마련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이 의미가 있나 싶다. 차라리 상대 후보처럼 부동산 정책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 서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1235호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