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28

2020.02.28

연예 트렌드

남자 연예인 조기 입대 바람

제대 후유증 줄이기 위해 스타로 뜨기 전 ‘군필’하고 인기 관리한다는 계산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20-03-0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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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내 입대가 유력한 1992년생 아이돌 가수들. 방탄소년단 진, EXO 백현, 블락비 출신의 지코(왼쪽부터). [뉴스1]

    연내 입대가 유력한 1992년생 아이돌 가수들. 방탄소년단 진, EXO 백현, 블락비 출신의 지코(왼쪽부터). [뉴스1]

    미룰 수 있는 만큼 미뤄라! 대한민국 만 18세 이상 남자에게 부과되는 병역의무에 대처하는 연예계의 오랜 불문율이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관행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입영 기한인 만 30세까지 병역의무를 미루지 않고 만 28세 이전에 입대하는 스타가 점점 늘고 있는 것. 

    세계적인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은 멤버 중 맏형인 진(본명 김석진)의 군 입대시기가 다가오고 있어 내년에는 완전체 활동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진은 2월 24일 유튜브에서 진행된 BTS 4집 앨범 발매 기념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 입대와 관련, 처음으로 직접 입을 열었다. 

    “많은 분이 제 입대에 관해 궁금해하는데 아직 결론 난 게 없습니다. 병역은 당연한 의무라 생각하고, 언제든 응할 예정입니다.”

    “병역은 당연한 의무, 언제든 응할 것”

    지난해 군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배우 김수현, 임시완, 강하늘(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키이스트, 뉴스1]

    지난해 군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배우 김수현, 임시완, 강하늘(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키이스트, 뉴스1]

    세간에서는 진의 입대시기를 올 연말로 점친다. 1992년생인 진이 12월 4일 생일을 기점으로 만 28세가 되기 때문이다. 3년 전만 해도 대학원 재학, 홍보대사 활동 등을 이유로 만 30세까지 입영을 미룰 수 있었지만, 지금은 만 28세 후로 입영을 연기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한다. 2018년 5월 개정된 ‘병역법’에 따라 질병이나 심신장애, 가족 사망 등 불가항력적인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만 군 입대를 늦출 수 있다. 

    같은 이유로 1992년생인 다른 아이돌 가수들도 줄줄이 입대할 것으로 보인다. EXO 멤버 수호, 백현, 찬열, 첸과 블락비 출신의 지코, B1A4 산들과 비투비 임현식, FT아일랜드 최민환과 위너 김진우, 이승훈, 그리고 몬스타엑스 셔누 등이 대상이다. 병역법 제60조에 의하면 병역판정검사와 입영을 연기할 수 있는 사유 및 기한은 대학으로 만24세, 대학원 석사과정으로 만 27세, 박사과정으로 만 28세까지다. 다만 연예인의 경우 만 28세 이후부터 만 30세 이전까지는 한류에 기여하는 해외활동을 전제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추천과 병무청의 승인을 거쳐 입영을 연기하고 출국할 수 있다. 하지만 만 28세 전에 소속 그룹의 해외활동을 위한 입영 연기 제한 횟수(5회), 연기 가능한 기간(2년)을 모두 소진한 경우에는 국가의 부름을 순순히 받아야 한다. 최근 연예계 인기 스타의 입대가 만 28세에 집중되는 이유다. 



    한때는 입영 기한인 만 30세에 임박해 입대하는 것이 일반적 추세였다. 연예매니지먼트업계 관계자들은 그 이유에 대해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처럼, 인기가 절정일 때는 입대를 미루는 것이 상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렇지 않으면 군복무 중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져 제대 후 예전만큼 사랑받기 어렵다는 관념이 강했다. 여러 아이돌 가수를 키운 한 매니저는 “아이돌그룹의 경우 멤버 한 명이 빠지면 팀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입대시기를 가능한 늦춰왔다”며 “연습생 때도 데뷔 준비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 입대를 생각할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연예 스타들이 선호하는 입대시기가 만 30세에서 만 28세로 빨라진 데는 ‘사회 관심계층의 병적 별도관리제도’의 영향도 적잖다. 병무청은 누구나 예외 없는 공정한 병역 이행 문화를 정착하고자 2017년 9월부터 개정 병역법에 따라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관심 높은 4급 이상 공직자와 그 자녀, 종합소득과세표준 5억 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와 그 자녀, 대중문화예술인과 체육선수가 대상이며 인원은 3만5000여 명에 이른다. 병무청은 이들을 대상으로 병역의무가 발생하는 만 18세부터 병역의무가 종료될 때까지 전 과정을 살펴 병역을 성실히 이행하도록 관리한다. 병무청 관계자는 “그 여파로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병역 비리가 확실히 줄었을 뿐 아니라 만 28세를 넘기지 않고 병역을 이행하는 문화가 정착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군복무가 ‘대중 호감’ 상승 요소로 진화

    20대 초반에 군복무를 마친 배우 박서준, 정해인, 유승호(왼쪽부터). [스포츠동아]

    20대 초반에 군복무를 마친 배우 박서준, 정해인, 유승호(왼쪽부터). [스포츠동아]

    정식으로 데뷔하지 않은 배우 지망생들 사이에서는 ‘뜨기 전 병역필’이 대세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관계자는 “연기를 전공하는 남학생은 대부분 재학 중에 군대를 다녀오려 한다”고 전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연기과 관계자도 같은 상황이라면서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병역의무를 마친 후 연예계에 데뷔하는 것이 나중을 위해 이롭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연예기획사도 인지도가 약한 신인 배우에게 “뜨기 전 군복무를 마치고 오라고 권하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한 방송국 인사는 귀띔했다. 

    실제로 20대 초반 일찌감치 군복무를 마치고 연예계에 데뷔한 덕분에 활동 공백 없이 승승장구하는 스타가 적잖다.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인 배우 박서준, 아이돌 못지않은 팬덤을 몰고 다니는 배우 정해인,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연기파 배우 박정민,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류준열이 대표적이다. 

    ‘아시아의 프린스’라는 애칭을 가진 이광수는 연기를 시작하기 전 모델로 활동할 때 입대해 조교로 복무하기도 했다. 영화 ‘집으로...’로 데뷔한 배우 유승호도 조교 출신이다. 유승호는 고교 졸업 후 여러 명문대의 특례 입학 제의를 뿌리치고 조용히 입대했다. 이후 국방홍보원, 군악대 등 상대적으로 편한 보직을 권유받았으나 이마저도 마다하고 이기자부대의 신병교육대 조교로 복무했다. 2014년 만 21세에 제대한 유승호는 앳된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변신을 거듭하며, 외모와 연기력에 개념까지 장착한 배우로 인기와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군복무에 대한 연예인들의 인식 변화도 입대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예전에는 군복무 자체를 연예계 생명을 죽이는 지뢰밭처럼 여겼지만, 요즘은 병역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면 이미지 쇄신과 호감도 상승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분위기다. 정덕현 대중문화연구가는 “병역을 기피해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유승준과 MC몽이나 그 반대인 송중기, 공유, 현빈, 강하늘 등의 사례를 통해 얻은 학습 효과가 크다”며 “많은 스타가 전역 후 한층 더 단단히 뿌리내리고 화려한 꽃길을 걷는 모습을 보면서 군복무에 대한 긍정마인드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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