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에서 종로구에 출마하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좌)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우)가 2월 18일 종로구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이낙연 인기가 높았는데, 황교안이 치고 올라갔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2월 18일 경희궁자이에서 총선 1호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황 대표의 1호 공약은 ‘단지 내 초등학교 신설’. 황 대표는 18일 경희궁자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곳에 사는 400여 명의 초등학생이 넓은 도로를 건너야 하고 도보로 10~15분 걸리는 초등학교에 다녀 학부모 걱정이 큰데, 이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대신중·고등학교 존치 역시 추진하겠다”고도 말했다. 사직로를 사이에 두고 경희궁자이와 마주보고 있는 동신중·고는 현재 동작구로의 이전이 검토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인근 중·고교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며 학교 이전을 반대한다.
황 대표의 공약은 경희궁자이의 민심을 정조준했다고 평가받는다. 아파트단지 도로변 곳곳에는 ‘대신고 이전 결사반대’ 등 플래카드가 입주민 일동 명의로 걸려있다. ‘강남 개발 다했으니 종로 학교 제자리에’ 등 종로에서 강남으로 옮겨간 학교를 되찾아오라는 요구도 있다.
서울 종로구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월 18일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주민만남행사에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경희궁자이 주민인 최모(33·여) 씨는 “특히 남자중학교가 없어 딸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는 여자 어린이가 대부분”이라며 “황교안 대표가 주민의 숙원을 해소하는 공약을 제시해 인기가 올라갔다”고 말했다. 송씨는 “경희궁자이 입주민이 모인 인터넷 카페 분위기를 보면 이 전 총리의 인기가 더 높았는데, 황 대표의 공약 발표 이후 두 후보가 대결 구도를 형성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낙연 측, “스팸 전화일 수도”
경희궁자이 주민들의 학교 관련 요구사항이 담긴 플래카드. [최진렬 기자]
이에 대해 이 전 총리 측은 “선거 캠프 내에서 해당 사안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입주자대표회의 측에 누군가가 스팸 전화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신설 현안에 대해서는 “경희궁자이의 학교 문제에 대해 관심 있게 보고 있으며, 관련 공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구 15만 명의 종로구는 민주당과 미래통합당 텃밭이 혼재돼 있다. 동쪽의 창신동과 숭인동이 민주당 색이 강하다면, 북쪽의 평창동은 선거 때마다 보수 성향을 나타냈다. 교남동은 18대 총선에서는 박진 한나라당, 19대와 20대 때는 정세균 민주당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그리고 19대 대선에서 교남동 주민의 40%가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21%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선택했다. 종로구 전체에서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은 41%로 교남동 민심과 거의 일치했다. 그러나 경희궁자이 준공으로 교남동 주민의 구성이 상당히 달라진 현재는 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누구도 ‘교남동은 내 편’이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교남동이 지지율이 검증되지 않은 지역이지만, 소득 수준이나 주민 분포로 볼 때 황 대표의 우위를 점치는 전문가가 많다. 하지만 이 전 총리에 대한 높은 인물 선호도 때문에 박빙의 승부차를 예상하는 관측도 적지 않다. 경희궁자이가 종로구의 표심을 대표하지 않기에 황 대표가 경희궁자이에서 압승하지 않는 한 이 전 총리가 심혈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