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신축 오피스텔과 그 주변. [뉴시스]
돈은 상업용 부동산으로 흐를 듯
개인투자자가 즐겨 찾는 투자처인 국내 주식시장은 수출경기 악화에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팬데믹(pandemic·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 공포가 겹치면서 ‘흐림’을 예고한다. 길 잃은 유동자금은 ‘기승전부동산’을 향해 몰려들었고, 지난해 3.3㎡당 1억 원의 신화를 낳았다.과열되는 부동산 투자를 막고자 정부는 계속해서 규제의 댐을 쌓고 있다. 다만 그 댐은 유독 아파트 앞에만 거듭 쌓아올려지고 있다. 이에 다시 한 번 길 잃은 유동자금은 아파트 외 다른 투자처를 찾아갈 것이다. 필자는 올해 부동산시장이 주거형에서 수익형으로 그 중심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한다. 실버세대(65세 이상)보다 부유한 ‘액티브 시니어’(55~64세)가 본격적인 노후 재테크를 위해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그래프1 참조). 최근 주택 구매의 주류 세력으로 떠오른 3040 역시 내 집 마련 성공 경험을 밑천 삼아 수익형 부동산을 엿볼 것이다.
그러나 수익형 부동산 중 어떤 상품에 언제 투자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객관적 기준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파트 실거래가’는 익숙하지만 ‘오피스텔 실거래가’는 낯설다. ‘아파트 시세 추이’는 쉽게 접하지만, ‘상가의 임대가·공실률 추이’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거래빈도가 높아 비교적 정교한 데이터가 축적된 아파트와 달리 수익형 부동산은 거래빈도가 적고 데이터 신뢰도가 떨어진다.
다만 국토교통부는 2015년부터 오피스텔 실거래가 데이터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한국감정원도 상업용 부동산의 조사표본을 확대해가며 데이터 품질을 끌어올리고 있다. 민간에서도 상업용 부동산 빅데이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등 수익형 부동산 역시 ‘과학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갈 곳 잃은 유동성의 물줄기는 결국 수익형 부동산으로 흐를 것이다. 빅데이터를 통해 2020년 유동성이 몰려올 수익형 부동산 길목의 맨 앞자리에 서보자.
은행 이자보다 높은 오피스텔 수익률
오피스텔은 수익형 부동산 중 가장 친근한 투자상품이다. 1억~2억 원의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으며, 최근 1.5룸 이상 주거형 타입 공급이 늘어 신혼부부 등 젊은 실거주 수요층에게도 인기다.
흔히 오피스텔 하면 전용면적 20㎡(약 6~7평)의 원룸 구조를 떠올린다. 하지만 지난 5년간 ‘1인 가구 대세’ 트렌드가 과잉실현된 덕에 원룸 오피스텔은 현재 포화 상태다. 수익성 면에서 원룸이 1.5룸이나 2룸 대비 유리하기 때문에 공급이 많았던 측면도 있다. 전국 오피스텔은 지난 2년간 역사상 가장 많은 입주가 이뤄졌는데, 그중 원룸 비중이 70%나 된다. 결과적으로 이제 원룸 오피스텔은 5%의 수익률을 담보하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앞으로 본격화, 그리고 심화될 뉴노멀 및 초저금리 기조를 인정한다면 5% 이하 수익률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1% 예금금리보다 3~4% 수익률이 낫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 오피스텔 수익률이 5% 아래로 떨어진 지 오래이기도 하다. 높은 수익률을 쫓기보다 수요가 고여 있는 틈새시장에서 ‘적지 않은 목돈’을 꾸준히 추구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하나은행의 국민연금 수급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령연금 수급자 대부분이 50만 원 미만의 급여를 받는다(그래프2 참조). 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생활비는 210만 원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통계청이 밝힌 적정 노후생활비 264만 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준중형 면적의 희소성, 그리고 월 50만 원이 안 되는 노령연금을 기준 삼아 서울 준중형 오피스텔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지난 1년간 서울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1.5룸 이상 오피스텔의 평균 월세는 약 90만 원으로 조사됐다. 1.5룸 이상 준중형 오피스텔에는 ‘젊은 2인 가구’가 거주할 확률이 높다. 이를 참고해 서울에서 준중형 오피스텔의 희소가치가 있는 지역으로는 송파·관악·강서구가 꼽힌다. 경기에서는 용인 수지구, 수원 장안구, 안양 만안구, 성남 수정구를 들 수 있다(표1 참조).
한편 준중형 오피스텔은 소형 신축아파트가 희소한 곳에서는 아파트 매매가 흐름과 동조화돼 높은 매매가 상승을 나타낸다(표2 참조). 월세 수익뿐 아니라 시세 차익의 기회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강남은 자곡동, 부산 해운대는 좌동 거래 활발
원룸 오피스텔 공급이 증가했다지만 ‘월세 수요’가 꾸준한 곳에서는 여전히 적은 투자액으로 꾸준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월세 수요가 꾸준한 곳은 어떤 데이터로 찾아낼 수 있을까. 월세 거래가 꾸준한 곳, 즉 월세 실거래 데이터에서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필자는 국내 오피스텔 중심지 세 곳에서 최근 1년간 월세 실거래 빅데이터를 분석했다(표3 참조). 서울 강남구에서는 자곡동이 역삼동을 제치고 가장 많은 실거래 건수를 나타냈다. 역삼동 대비 저렴한 월세, SRT(수서발 고속열차) 개통, 그리고 수서역세권 개발이 꾸준한 수요를 끌어들인 결과로 자곡동은 오피스텔 신흥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는 판교테크노밸리 직주근접 수요와 신분당선 역세권 수요가 강세를 보이며 정자동과 구미동 오피스텔 거래가 활발하다. 더불어 이 지역에서는 강남 대비 전용면적이 큰 원룸이 강세를 보이므로 투자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
부산 해운대는 마린시티와 센텀시티가 있는 우동보다 좌동 오피스텔 거래가 활발하다. 이는 ‘적은 투자금이 곧 높은 수익률’이라는 오피스텔 투자의 기본 원칙에 따른 결과로, 마천루가 즐비한 화려한 지역의 오피스텔이 정답이 아님을 시사한다. 또한 해운대에서는 10층 이상 오피스텔 거래가 강남이나 분당보다 더 활발하다. 저렴한 월세로 마린시티와 센텀시티의 조망을 누릴 수 있는 ‘조망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가 있는 오피스텔이 인기인 것이다.
자영업 성공 신화를 다룬 TV프로그램은 보통 ‘대박 아이템’에 초점을 맞춘다. 요즘의 대박 아이템은 식당은 마라탕, 공간대여업은 무인 스터디카페인 듯하다. 그런데 이러한 아이템은 복제가 수월하다. 경쟁자에게 노출되고 분석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상권 흐름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현재 공실이 즐비하다면 이미 ‘쇠퇴 변곡점’을 한참 지난 상태다. 즉 어떤 업종이든 해당 상권이 현재 어느 국면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 상권의 흥망성쇠를 먼저 읽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소상공인도 매출 증감이 상권에 달렸다고 인식하고 있다(표4 참조).
강남대로는 불황 진입한 듯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주변. [사진 제공·강남관광정보센터]
한국감정원은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서 공실률과 임대가 추이를 공표한다. 이 데이터로 상권의 흥망성쇠를 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느 상권의 임대가가 상승해 그 여파로 공실률이 눈에 띄게 증가한다면 해당 상권은 ‘활발’에서 ‘둔화’ 국면에 진입한 것이다. 반대로 임대가는 하락했지만 공실률이 줄어들었다면 ‘불황’에서 ‘회복’ 국면으로 들어섰다는 뜻이다.
이러한 분석 틀로 한강 이남과 이북 주요 상권의 흐름을 나타낸 것이 ‘그래프3·4’다. 우선 한강 이남에서는 압구정 상권의 공실률이 눈에 띄게 감소하며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 구매력 높은 액티브 시니어의 의료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면서 압구정 상권의 회복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강남구 테헤란로, 광진구 건국대 상권에서 공실률이 감소했다. 반대로 젊은 층 수요가 두터웠던 강남대로,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의 도산대로 상권은 불황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강 이북에서는 광화문, 시청, 충무로, 동대문 상권의 공실률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모두 도심 상권에 해당하는데, ‘힙지로’(힙한 을지로)로 대표되는 뉴트로 트렌드가 ‘강남에 싫증난’ 밀레니얼 세대를 도심으로 끌어들인 영향이다. 더불어 ‘대기업 직장인’ 수요가 상권을 든든하게 떠받쳐주고 있다. 한편 젠트리피케이션이 크게 이슈가 된 이태원, 신촌, 혜화 상권은 불황 국면에서 여전히 길을 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