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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보험, 3초 만에 가입 끝

금융위 규제 샌드박스 1호 사업…‘보험 선물하기’도 인기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19-10-0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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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홍중식 기자]

    [GettyImages, 홍중식 기자]

    30대 직장인 이모(여) 씨는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있는 해외여행보험 창구에 줄을 선다. 평소에는 회사 일이 바빠 해외여행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잊고 지내다 출국 직전에야 다급하게 가입하는 것. 긴 줄을 서고, 각종 서류에 서명하는 절차가 번거롭다고 여기던 그는 최근 보험사의 온라인(모바일 포함) 홈페이지를 통해 해외여행보험에 가입하면 보험료가 40%가량 더 저렴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씨는 “미리 해외여행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더라도 공항 보험 창구에 줄을 설 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홈페이지에 접속해 가입했다면 9월에 다녀온 2박 3일 일정의 해외여행보험료를 1만 원이나 아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온라인(모바일) 보험 가입이 대중화하면서 가입 절차가 날로 간소화되고 있다. 보험사 영업사원을 만나 각종 서류에 서명할 필요가 없고, 공인인증서가 없어도 온라인 가입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해외여행보험 가입 시 해야 하는 ‘보장 내용에 대한 사항’ ‘개인(신용)정보의 수집·이용에 관한 사항’ 등 각종 동의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보험도 나왔다. 한 번 가입해놓으면 재가입할 때 여행기간을 입력하고 결제만 하면 돼 ‘3초 보험’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삼성화재 다이렉트’보다 저렴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현재 해외여행보험 3초 가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돈 관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뱅크샐러드와 NH농협손해보험(농협손보) 두 곳. 해당 서비스에 뱅크샐러드는 ‘스위치보험’, 농협손보는 ‘On-Off 해외여행보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둘 다 보험이 필요할 때 ‘켰다’가 그렇지 않을 때는 ‘끈다’는 의미를 강조한 네이밍. 

    3초 보험에 가입하는 절차는 간단하다. 먼저 뱅크샐러드의 경우 앱을 다운로드 받아 회원가입을 한 뒤 비행기 아이콘과 함께 있는 ‘스위치보험’ 메뉴를 찾아간다. 약관 동의 후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귀가할 때까지’ 여행 날짜와 시간을 입력하면 보험료가 제시된다. 해외여행자보험은 집에서 공항으로 이동할 때 발생한 사고 등 해외 출국 전 사고에 대해서도 보장한다. 뱅크샐러드는 삼성화재의 해외여행자보험을 중개판매하는데, 삼성화재의 실속·표준·고급플랜 가운데 상해·질병 의료비를 2000만 원까지 지급하는 표준플랜만 판매한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뱅크샐러드 회원들을 단체로 간주하고 ‘단체형’을 적용하기 때문에 삼성화재 다이렉트에서 ‘개인형’으로 가입하는 것보다 보험료가 다소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뱅크샐러드와 삼성화재 다이렉트의 해외여행보험을 4박 5일 일정으로 비교해보니 각각 1만1700원, 1만4680원으로 3000원가량 차이가 난다. 

    이후 ‘여행 위험 국가로 떠나시나요?’ ‘위험한 운동이나 전문적인 체육·운동 대회 참가를 목적으로 출국합니다’ 등 질문에 답하고 영문 이름, e메일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을 입력한 뒤 결제하면 가입 완료. 그럼 ‘스위치보험’ 메뉴 아래에 ‘◯◯일 뒤 여행 시작’이라는 알림이 뜬다. 참고로 외교부가 지정하는 ‘여행경보’ 중 적색경보(여행자제), 흑색경보(여행금지), 특별여행주의보(철수권고), 특별여행경보(즉시대비) 지역은 보험 가입 및 보상이 불가능하다. 뱅크샐러드 관계자는 “스위치보험에 한 번 가입한 회원이 재가입할 때는 여행 일정만 입력하고 결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농협손보의 On-Off 해외여행보험 가입 절차도 스위치보험과 유사하다. 농협손보 앱을 다운로드 받은 뒤 On-Off 해외여행보험 메뉴를 찾아가 가입 절차를 따르면 된다. 기존 농협손보 회원이 아니더라도 공인인증서 없이 바이오 인증이나 간편비밀번호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앱 외에도 온라인 홈페이지나 영업점에서도 가입이 가능하다. 

    농협손보는 뱅크샐러드와 달리 ‘가족형’ 가입을 제공하며, 해외여행 계획이 없어도 일단 보험 가입만 해놓을 수 있다. 보험상품은 고급형과 실속형 두 가지. 해외여행 시 발생한 상해사망 후유장애에 대해 각각 최대 2억 원, 7000만 원을 지급한다는 차이가 있다. 일단 가입해놓으면 재가입 시 여행 일정을 입력하고 결제만 하면 되는 것은 뱅크샐러드 스위치보험과 동일하다.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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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3초 보험상품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4월 17일 금융위원회(금융위)가 뱅크샐러드와 농협손보에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가입자에게 각종 설명을 제공할 의무가 있고 공인인증 절차를 밟게 해야 하는데, 재가입할 경우에 한해 이러한 의무를 면제해준 것이다. 당시 금융위는 총 9건의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했는데, 그중 2건이 뱅크샐러드와 농협손보의 3초 보험. 두 회사 모두 6월부터 3초 보험 서비스를 개시해 규제 샌드박스가 실제 현장에서 실행되는 1호 사업이 됐다. 

    3초 보험은 2030세대에서 각광받고 있다. 스위치보험을 총괄하는 ㈜레이니스트보험서비스에 따르면 전체 가입자 중 20대가 39%, 30대가 36%를 차지한다. 이 회사는 “특히 스위치보험 앱 페이지 방문 고객의 60% 이상이 보험 가입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농협손보의 On-Off 해외여행보험 가입자는 3040세대가 50% 이상이고 20대가 20%를 조금 밑돈다. 농협손보는 3초 보험 출시로 해외여행보험 판매가 상당히 늘었다. 9월 말까지 5만6000여 건을 판매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4만2500건) 대비 32% 늘어난 판매량이다. 

    금융위의 규제 샌드박스 기한은 2년이며 최대 2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3초 보험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이 좋을 경우 금융위는 보험업법을 개정해 모든 보험사를 대상으로 보험 재가입 시 각종 설명 및 공인인증 의무를 해소해줄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다른 금융사들도 3초 보험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뱅크샐러드 관계자는 “앞으로 파트너십을 맺는 보험사를 늘리고 해외여행보험 외에도 단기운전보험, 레저·스포츠보험, 가전제품보험 등 생활밀착형 보험을 필요할 때만 켜고 그렇지 않을 때는 끌 수 있도록 스위치보험 형태로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보험 선물하기’ 해보셨나요?
    귀가안심, 웨딩, 반려견 보험도 앱으로 간편하게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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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슈어테크(정보기술(IT)을 결합한 보험산업) 스타트업 보맵은 8월 ‘보험 선물하기’ 서비스를 개시했다. ‘귀가안심보험’ ‘웨딩보험’ ‘반려견보험’ 등 3개의 보험상품에 한해 선물할 대상자의 이름과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커피 선물 쿠폰을 보내듯 보험상품을 전달할 수 있다. 보험 선물을 받았다면 보맵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로드 받아 회원가입을 한 뒤 보험 가입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 

    귀가안심보험은 하루 700원씩의 보험료로 교통상해, 강력범죄 등에 대해 100만 원까지 보장한다. 웨딩보험은 2만 원의 기본 보험료로 결혼식 취소(100만 원), 신혼여행 축소(특약·200만 원) 등에 대해 보상한다. 반려견보험은 반려견의 통원·입원비를 70%까지 보장하는 상품이다. 

    보맵 측에 따르면 보험 선물하기를 출시하고 한 달간 이 상품을 이용한 사람의 62.5%가 2030세대였다. 류준우 보맵 대표는 “보험 선물하기는 소액으로 ‘안심’을 선물하는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비) 높은 서비스”라며 “앞으로 자동차, 여행자, 반려견을 위한 맞춤형 보험 서비스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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