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베이스볼 비키니

수비방해 판단, 심판 마음대로?

수비방해 판단, 심판 마음대로?

수비방해 판단, 심판 마음대로?
“세상 모든 복잡한 문제에는 명확하고 단순하나 잘못된 답이 있다.”(미국 저널리스트 헨리 루이 멩켄) 

LG 트윈스 7번 타자 김민성(31)은 4월 13일 서울 잠실LG·두산홈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 7회 말 무사 1, 2루에서 희생번트를 시도했습니다. 상대 팀 두산 베어스 투수 윤명준(30)이 번트 타구를 잡아 1루에 던지는 사이 주자 2명이 한 베이스씩 진루에 성공했습니다. 예년 같았으면 김민성이 희생번트에 성공했다고 기록에 남고 1사 2, 3루에서 LG가 공격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 

하지만 LG 8번 타자 유강남(27)이 타석에 들어섰을 때 아웃 카운트는 하나 늘었지만 주자 2명은 원래 있던 1, 2루로 돌아온 상태였습니다. 이 경기 주심을 맡은 배병두 심판이 김민성에게 ‘3피트 수비방해 아웃’을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김민성이 타석에서 1루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파울라인 안쪽으로 달렸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3피트 수비방해, 애매모호한 규정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프로야구 10개 구단 감독은 지난해 골든글러브상 때 모여 KBO 공식 규칙 5.09(a)(8)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이 조항은 ‘타자주자가 본루에서 1루 사이의 후반부를 달리는 동안 3피트 라인의 바깥쪽(오른쪽) 또는 파울라인의 안쪽(왼쪽)으로 달려 1루 송구를 처리하려는 야수를 방해하였다고 심판원이 판단하였을 경우’ 타자주자에게 아웃을 선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원래는 △타자주자가 규칙에서 허용한 주로(走路)에서 벗어났고 △심판이 보기에 이 주루 플레이 때문에 상대 팀이 수비에 방해를 받았을 때만 타자주자는 아웃됐습니다. 같은 내용을 다룬 메이저리그 규칙도 두 조건 사이를 접속사 ‘and’로 연결합니다.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주로에서 벗어나는 건 사실 못 보기가 더 어렵습니다. 문제는 ‘야수를 방해했다’는 판단에 심판 주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 규칙도 ‘Mr. 애매모호’입니다. 야구 규칙은 (공격 측의) 방해를 ‘공격팀 선수가 플레이를 하려는 야수를 방해하거나 가로막거나 저지하거나 혼란시키는 행위’라고 정의합니다. 

그러니 이 규칙을 적용해도 문제, 적용하지 않아도 문제일 때가 많았습니다. 수비 팀에서 “방해를 받았다”고 주장해도 심판이 “내가 보기엔 아니었다”고 하면 그만이니까요. 그래서 심판 개입을 빼고 타자주자가 본루에서 1루 사이 후반부를 지날 때 파울라인 안쪽(페어 지역)으로 달렸다면 무조건 ‘3피트 수비방해 아웃’을 선언하자고 방향을 정한 겁니다. ‘수비방해=아웃+볼 데드’이기 때문에 이 판정이 나오면 주자도 원래 있던 베이스로 돌아가야 합니다. 

야구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서 공격 팀이 수비 팀을 방해하는 건 사실 아주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농구에서 공격 팀 선수가 스크린으로 상대 팀 선수의 진로를 막는 것은 수비를 방해하려는 목적입니다. 단, 농구 규칙이 이런 플레이를 허용하기 때문에 문제 되지 않을 뿐입니다.


심판 마음대로 반칙 선언

4월 13일 서울 잠실LG·두산홈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SPOTV 캡처]

4월 13일 서울 잠실LG·두산홈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SPOTV 캡처]

그렇다면 야구 규칙에 수비방해라는 항목이 별도로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요? 윤병웅 전 KBO 기록위원장은 한 매체에 연재한 ‘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사이’를 통해 “수비방해의 궁극적 의미는 ‘부당이득 환수’”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윤 전 위원장의 논리에 따르면 어떤 플레이에 대해 수비방해 선언을 하려면 먼저 공격 측이 해당 플레이로 부당하게 얻은 이득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이득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윤 전 위원장은 “공격 측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주자를 아웃시켰다면 수비방해는 없었던 것으로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수비방해 선언을 고민하는 순간 공격 측이 범법 행위인 수비방해로 얻어낸 이득과 피해자 측의 부당 손실을 비교해 손익을 저울질해본다면 보다 용이한 규칙 적용이 가능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다시 4월 13일 잠실야구장으로 가봅시다. LG가 김민성의 이 희생번트 결과로 부당하게 얻은 이득은 무엇인가요? 만약 김민성이 파울라인 바깥으로 뛰었다면 두산이 병살 플레이에 성공해 아웃 카운트 2개를 늘릴 수 있었나요? 그렇지 못해서 두산이 손해를 봤나요? 

아닙니다. 이 경기를 중계하던 김재현 SPOTV 야구 해설위원이 “숨을 죽여주면서 착실하게 번트를 잘 대줬다”고 설명할 만큼 타구가 느리게 굴렀습니다. 병살로 연결하기는 쉽지 않은 타구였다는 얘기입니다. 또 김민성은 ‘산보하듯’ 천천히 뛰었기 때문에 두산 2루수 오재원(34)이 공을 잡아 아웃 카운트를 늘린 다음에도 아직 1루까지 세 걸음 이상 남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왜 김민성은 3피트 수비방해 아웃 선언을 받아야 했을까요? 김민성이 정말 두산 야수들을 방해하거나 가로막거나 저지하거나 혼란시켰나요? 그렇다고 칩시다. 그렇다 해도 김민성이 아웃으로 물러났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면 ‘공격 측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주자를 아웃시켰다면 수비방해는 없었던 것으로 처리’하는 게 더 상식적이지 않나요? 

류중일 LG 감독은 “규칙이 있으면 따르는 게 맞다”면서도 “수십년 동안 야구를 하면서 ‘(파울)라인 바깥으로 뛰라’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지금 규정대로면 전력질주가 무색해진다. 우타자의 경우 일단 파울라인 바깥으로 빠진 다음 1루로 뛰어야 한다. 번트나 빗맞은 땅볼 때 1루에서 살기는 힘들어진다”고 꼬집었습니다.


게으르게 뛰어야 수비방해 논란에서 벗어나

LG 트윈스 김민성이 4월 13일 
두산 베어스와 경기 7회 말 
무사 1, 2루에서 희생번트를 댄 뒤 투수 윤명준이 1루로 송구하는 시점에 파울라인 후반부 3피트가 시작되는 구간에서 라인 안쪽으로 달리고 있다. 심판진은 올해부터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한 3피트 수비방해 아웃을 선언하면서 주자들을 모두 원위치로 돌려보냈다. [SPOTV 캡처]

LG 트윈스 김민성이 4월 13일 두산 베어스와 경기 7회 말 무사 1, 2루에서 희생번트를 댄 뒤 투수 윤명준이 1루로 송구하는 시점에 파울라인 후반부 3피트가 시작되는 구간에서 라인 안쪽으로 달리고 있다. 심판진은 올해부터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한 3피트 수비방해 아웃을 선언하면서 주자들을 모두 원위치로 돌려보냈다. [SPOTV 캡처]

맞습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전력질주가 ‘수비방해’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느리게 뛰어 오히려 이득을 본 사례도 있습니다. 3월 31일 잠실야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 8번 타자 나종덕(21)은 9회 초 무사 1루 상황에서 희생번트를 시도하고 줄곧 파울라인 안쪽으로 달렸지만 수비방해 판정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 경기 주심을 맡은 윤근영 심판은 “LG 포수 유강남이 송구한 시점에 나종덕은 3피트 라인 시작 지점까지 가지 못했다”고 수비방해를 선언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발이 너무 느려서 수비방해 선언을 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이 말이 맞다면 적어도 희생번트를 시도하는 타자는 앞으로 괜히 1루로 열심히 뛸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면 수비방해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니까요. 괜히 뛰었다 아웃 카운트만 늘리고 주자가 묶이는 선택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게 공정하고 올바른 야구인가요? 

사실 메이저리그에서도 1931년까지는 타자주자가 1루로 달릴 때 파울라인 안쪽이나 3피트 라인 바깥쪽으로 뛰면 무조건 아웃이었습니다. 이러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경험했기에 1932년 규칙을 손질하면서 ‘야수에게 방해가 됐다고 인정하면’이라는 단서 조항을 넣게 된 겁니다. 이로부터 87년이 지나 한국에서 갑자기 ‘반대방향으로 가자’고 외친 셈이니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공격 팀이 이런 주루 플레이 덕에 부당하게 이득을 봤다고 판단할 때만 수비방해 판정을 내리면 됩니다. 원래대로 규칙을 따르자는 겁니다. 야구 규칙에는 ‘심판원에 대한 일반지시’도 들어 있습니다. “심판원은 경기에 생기를 불어넣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수비방해로 오히려 생기를 빼앗는 일은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요?






주간동아 2019.04.19 1185호 (p64~66)

  • 황규인 동아일보 기자 kini@donga.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13

제 1213호

2019.11.08

매장 차별화와 플랫폼 서비스로 ‘한국의 아마존’을 시험하는 편의점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