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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즐거움

음양의 조화…과연 장타 나올까

골프장의 남근석

음양의 조화…과연 장타 나올까

음양의 조화…과연 장타 나올까

전북 익산 베어리버골프리조트에 있는 로켓 모양 남근석.

원시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남근(男根)석과 여음(女陰)석은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자 기념물이었다. 아기를 갖지 못한 여인네들은 그곳에서 치성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유명 관광지에 만들어진 거북 조각의 머리(龜頭)와 남근석이 유독 반질반질한 건 오늘날에도 그 상징성과 믿음이 계속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약 100만m2(30만여 평)의 넓은 땅을 캔버스 삼아 만들어진 골프장에도 이런 상징성과 믿음은 빠지지 않는다. 골프장 오너들은 땅을 사 인허가 등 행정절차를 마치고 코스 설계까지 모두 끝내고 나면 마지막으로 지관(地官)을 불러 골프장의 풍수지리를 살핀다. 이는 골프업계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풍수지리와 음양오행의 가치가 아직도 통용되는 우리 정서상 볕 잘 들고 시원하다고 해서 다 명당은 아니다. 그래서일까. 때로는 골프장 설계가도 풍수를 맞춰보고 음양의 기운을 따진다. 음이 강하면 양을 보완하고 양이 세면 음으로 균형을 맞춘다. 이는 꼭 풍수지리나 음양오행설이 아니라도 재미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또 누가 알겠나. 기가 허한 골퍼에게 양기와 음기를 보충해줘 장타를 날리게 하는 효과가 있을지. 분명한 건 음양 원리가 반영된 코스 설계는 세월이 지나면서 두고두고 스토리텔링의 소재가 된다는 점이다.

제주 라온골프클럽은 진입로부터 다양한 조각이 배열돼 장관을 이룬다. 제주 곶자왈 지역에서 난 풍부한 화산암으로 만든 돌 조각들이다. 클럽하우스 앞에도 이들 화산암 조각들이 마치 설치미술품처럼 진열돼 있다. 이 중 특히 눈에 띄는 조각은 조각공원 동물 앞 남근석과 여음석이다. 민망할 정도의 사실성이 특징이나 재미삼아 한 번씩 들러 구경하고 가는(남몰래 슬쩍 만지기도 하는) 골퍼도 꽤 많다.

음양의 조화…과연 장타 나올까

경기 포천 대유몽베르컨트리클럽의 우뚝 솟은 남근석.

경기 포천 명성산의 해발고도 350~450m 에 자리 잡은 대유몽베르컨트리클럽(CC)은 코스를 조성할 때 지관이 “음기가 너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곳 코스의 여성성은 여인이 훈기를 뿜어내는 듯한 얼굴 모양의 골프장 로고에서도 확인된다. 온천과는 거리가 먼 곳임에도 지하 1050m에서 온천수가 콸콸 나온다. 음양오행설에 따르면 음기가 강한 곳은 보양(補陽)을 하는 게 자연의 섭리라고 한다. 실제 남쪽 코스 7번 홀 페어웨이에는 3m 높이 암반이 우뚝 솟아 있는데, 일종의 남근석인 셈이다. 그런데 여성 골퍼들은 지나가면서 별생각 없이 대놓고 만져본다. 남자들 중에도 드물게 어루만지는 이가 있다고 한다.



전북 익산 베어리버골프리조트 베어 코스는 전장이 7777야드(약 7.1km)로 국내 최장 코스다. 2006년 이 코스를 조성하다 나온 큰 바위 세 개를 이용해 12번 홀 그린 왼쪽에 7~8m 규모의 남근석을 세웠다. 직원 사이에 서 “코스 전장이 길고 남성적 스타일인 만큼 남성성을 상징하자”는 의견이 나와 남근석을 세웠다고 한다. 위치 또한 절묘하다. 14번 홀 그늘집 뒤 폭포와 마주 보고 있어 음양 조화를 이루는 구조다.

강원 삼척 블랙밸리CC는 폐광지역을 친환경적으로 개발한 18홀 퍼블릭 골프장이다. 상징홀인 12번 홀 벙커에는 폐광지역이었음을 알리는 검은 모래가 깔려 있다. 4번 홀로 가는 이동로에는 탄광 갱도 모형을 조성해놓아 색다른 체험공간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더 재미난 건 13번 홀이다. 남근조각 소공원이 들어서 있다. 삼척에는 정초 나무로 남근 모형을 깎아 대문에 걸고 무사 풍요를 기원하는 남근 숭배의 향토민속문화가 전래되고 있다. 블랙밸리CC 뒤에 위치한 도화산은 음의 지형이라 음양 조화를 위해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삼척지회(삼척예총) 설계로 13번 홀에 남근조각 소공원을 조성했다.



주간동아 2015.11.16 1013호 (p66~66)

  • 남화영 골프칼럼니스트 nhy629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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