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9

2015.10.19

옆 사람이 결핵? “무조건 검사받아라!”

가족, 직장동료까지도 전액 무료 검진 가능…의사 처방 철저히 따라야

  • 김수빈 객원기자 subinkim@donga.com

    입력2015-10-19 10:0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옆 사람이 결핵? “무조건 검사받아라!”

    서울특별시 서북병원에서 결핵환자가 상담을 받고 있다.

    처음에는 그냥 감기인 줄 알았다. 직장인 이모 씨는 기침이 2주가 넘도록 그치지 않자 불안감에 병원을 찾았다. 정밀검사 끝에 호흡기 결핵 확진 판정을 받고 치료를 시작했다. 어디에서 어떤 경로로 감염됐는지는 알지 못했다. 이씨의 결핵 확진 판정에도 가족은 검사를 받지 않았다. 별다른 증상이 없는 데다 가난한 시절에나 번지던 병인데 검사까지 받으며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위 사례는 우리나라 국민의 결핵 대비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가천의대 소아청소년과의 조혜경 교수팀이 9월 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가족 구성원 가운데 결핵 감염자가 발생했지만 검사를 받지 않은 경우가 50%에 이른다. ‘증상이 없어서’ ‘전염성이 없다고 들어서’ ‘검사해야 하는지 몰라서’ 등이 그 이유였다. 논문은 결핵 발병자의 가족 전부가 검사를 받은 경우는 44%에 불과하다고 했다.

    환자 가족 절반이 검사 안 받아

    결핵은 공기를 통해 감염되는 질병이다. 기침이나 재채기는 물론이고 대화하는 과정에서도 결핵균이 공기 중으로 분사된다. 미량의 결핵균을 흡입하는 것만으로도 감염이 가능해 심지어 10개 미만의 균 흡입조차 감염을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간에 걸쳐 근거리에서 환자와 자주 접촉한 사람들의 전염률은 22% 정도로 추정된다. 생활공간을 공유하는 가족은 당연히 전염 가능성이 가장 높다. 게다가 감염되더라도 곧바로 발병으로 이어지지 않고 잠복기를 거치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늦은 상태인 경우가 다수다. 실제로 2010년 결핵을 앓은 사람의 10대 아들이 2012년 결핵 판정을 받은 사례가 있다. 잠복결핵 검사를 받고 미리 처방받았더라면 훨씬 간단한 방법으로 치료가 가능했을 것이다.

    결핵환자 수를 줄이는 일이 시급한 정부는 결핵 검진과 치료 과정 대부분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가족 가운데 결핵 확진자가 발생한 경우 지역보건소 등지에서 가족 검진 쿠폰을 발급해준다. 이를 가져가면 지역보건소나 ‘민간-공공협력(PPM) 국가결핵관리사업’ 참여 의료기관(현재 전국 122개소)에서 무료로 검진받을 수 있다.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동료가 결핵 판정을 받았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결핵 확진 판정을 받으면 지역보건소와 병원에서 전염병 환자 신고를 하고 이를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에 등록하게 돼 있다. 여기에는 환자가 다니던 회사 등의 정보가 등록되며 해당 지역보건소에서 이를 열람할 수 있다. 가족, 동거인을 포함해 최근 3개월 이상 매일 환자와 생활공간을 공유한 사람들이 ‘접촉자’에 포함된다.

    옆 사람이 결핵? “무조건 검사받아라!”

    결핵이 발병했을 때 한 번에 먹어야 하는 약의 양은 이 정도로 많다.

    접촉자가 지역보건소나 국가사업 참여의료기관을 방문하면 먼저 결핵 발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받는다. 결핵 발병이 확인되지 않으면 35세 이하 또는 고위험군(당뇨 등으로 면역이 취약한 사람) 접촉자에 한해 잠복결핵 검사를 실시한다. 7월부터 잠복결핵 진단은 전액 무료로 바뀌어 부담도 없다. 현재 결핵환자는 총 요양급여비용의 5%만 부담하면 되는데, 통상적으로 6개월 치료에 총 50만 원 정도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도 내년 하반기부터는 전액 보조가 될 것이라고 조영수 서울특별시 서북병원 결핵과장은 말했다.

    결핵은 잠복기에 관리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잠복결핵이 확인되면 보통 이소니아지드라는 약을 매일 한 알씩 9개월간 복용하는 치료를 받는다. 치료기간이 긴 반면, 복용해야 하는 약이 한 알에 불과해 발병 시 치료보다는 간편하다.

    잠복 단계를 넘어 결핵이 발병한 경우에는 이소니아지드에 리팜핀, 에탐부톨 등의 항생제를 복합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발병 시 복용해야 하는 항생제가 많아 성인 환자도 많은 고충을 토로한다.

    부작용보다 발병 피해가 극심

    결핵이 처음 발병하는 경우 초기 1~2개월간 치료만으로도 증상은 매우 호전된다. 이 때문에 중도에 치료를 그만두는 환자도 많다. 전문의들은 잠복결핵을 포함한 결핵균 감염자들이 중도에 치료를 그만두는 것에 대해 큰 우려를 표한다. 재발 가능성이 높으며 재발 시 치료제에 내성이 생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만일 기존 항생제에 내성이 생길 경우 신약을 사용해야 할 수도 있는데 그 약값이 매우 비싸다. 기존 치료법으로는 6개월 치료에 50만 원 정도가 드는 반면, 신약을 사용하면 같은 기간 치료에 3000만 원이 든다고 한다. 60배가 더 드는 셈이다. 현존하는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전약제내성결핵(TDR-TB), 이른바 ‘슈퍼결핵’도 존재한다. 학계에서는 현재까지 인도, 이란, 이탈리아에서만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최근 산후조리원을 통한 신생아 잠복결핵 감염 사례와 관련해서는 치료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보호자들은 아기에게 치료제를 먹였더니 혈뇨를 눈다며 부작용을 의심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자면 이는 혈뇨가 아니다. 조영수 과장은 “두 가지 약제를 사용해(잠복결핵) 치료기간을 3개월로 단축하는 요법에서 그런 경우가 발생한다”며 “소변의 붉은색은 약이 대사되고 배출되면서 나오는 색깔일 뿐 피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성인의 경우 결핵 치료제에 간 기능 저하와 가려움증 같은 부작용이 있다고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산후조리원 사건 취재 당시 아기의 결핵 치료를 거부하는 보호자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전문의들은 오히려 영아에게는 치료제가 큰 부작용이 없다고 말한다. 김종현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성인은 투약 전 (간 기능 검사를 위한) 혈액검사를 하지만 소아의 경우 원래 간이 나쁘지 않은 이상 혈액검사를 하지 않는 것이 교과서적인 견해”라고 설명했다. 조영수 과장은 “(치료제 부작용에 대한 잘못된 우려를 불식할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