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18

2017.12.20

커버스토리

아이돌에게 직접 물었다 | “왜 뮤지컬을 하나요?”

뮤지컬 ‘광화문연가’에 출연하는 인피니트 리더 성규…“사랑하니까”

  • 입력2017-12-19 11:02:25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사진 제공·CJ E&M]

    [사진 제공·CJ E&M]

    ‘활기찬데 무기력하고, 비굴하지만 정정당당하며, 게임을 이해 못 하지만 제일 잘하는 남자.’ 그가 한창 ‘갓규’ 소리를 들으며 예능프로그램에서 활약할 당시 ‘모순의 아이콘 김성규’라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강타했던 글 일부다. 

    당신이 아는 연예인 ‘김성규’는 어떤 사람인가. 데뷔 8년 차인 칼군무 아이돌그룹‘인피니트’의 리더이자 리드보컬? 케이블TV 방송 tvN ‘더 지니어스 : 게임의 법칙’에서 재치 넘치는 모습으로 사랑받은 머리 회전 빠른 ‘뇌섹남’? 아니면 MBC ‘발칙한 동거 빈방 있음’에서 29세 차인 베테랑 예능인 이경규와 ‘규 브라더스’로 불리며 깨알 같은 웃음을 준 예능인? 다 맞지만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해야 한다. 이번에 보게 될 김성규는 뮤지컬 ‘광화문 연가’에서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들을 소화하며 연기까지 척척 해내는 풋풋한 배우일 테니까. 

    요즘 그는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인피니트의 6인조 완전체 컴백을 위해 12월 10일에는 뮤직비디오를 찍었고,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12월 15일 시작하는 뮤지컬 ‘광화문 연가’에서는 젊은 명우 역을 맡아 연습에 한창이다. 거기에 각종 개인 활동까지. 그런 그의 진짜 모습이 궁금했다. ‘아이돌은 대체 왜 뮤지컬을 하는가’에 대한 답을 아이돌에게 직접 듣고 싶기도 했다. 그렇게 긴 질문을 꽉꽉 담아 보낸 질문지. 그는 감기몸살로 고생하는 와중에도 답변을 꽉꽉 채워 보내왔다. 인터뷰는 최대한 그의 말투를 살려 실었다.

    MBC 예능프로그램 ‘발칙한 동거 빈방 있음’에서 개그맨 이경규와 동거를 시작하며 ‘규 브라더스’를 결성한 성규의 모습. 그는 2013년 방송된 케이블TV 방송 tvN ‘더 지니어스 : 게임의 법칙’ 9회전에서 수식경매 최종 우승자가 됐다(왼쪽부터). [MBC 캡처, tvN 캡처]

    MBC 예능프로그램 ‘발칙한 동거 빈방 있음’에서 개그맨 이경규와 동거를 시작하며 ‘규 브라더스’를 결성한 성규의 모습. 그는 2013년 방송된 케이블TV 방송 tvN ‘더 지니어스 : 게임의 법칙’ 9회전에서 수식경매 최종 우승자가 됐다(왼쪽부터). [MBC 캡처, tvN 캡처]

    ‘광화문 연가’는 2012년 성규 씨의 뮤지컬 데뷔작입니다. 이번에는 다른 역할로 돌아오게 됐는데요. ‘광화문 연가’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뭐였나요. 극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넘버와 장면은 무엇인지, 함께 나오는 배우 중에서는 누구와 교감을 제일 많이 했는지 궁금해요. 
    “‘광화문 연가’의 넘버들은 고 이영훈 작곡가님들의 곡으로 이뤄져 있어요. 일단 노래들이 무척이나 명곡이에요.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한번 불러보고 싶었어요. 이 작품이 제가 처음 뮤지컬 무대에 도전할 수 있게 해준 작품이라 욕심도 났고요. 이번 작품에서 ‘중년의 명우’ 역을 맡은 안재욱 형님과 함께 연습할 수 있어 정말 좋았어요. 많은 걸 배우고 대화도 많이 나눴습니다.”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가진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뮤지컬에서는 제가 캐릭터를 연구하고 그 캐릭터가 돼 무대에 오를 수 있잖아요. 인피니트 멤버로서 보여드렸던 무대와는 완전히 다른 것들을 할 수 있고, 관객에게 보여드릴 수 있어 아주 매력 있고 재밌다고 생각해요. 무대에서 다른 배우분들과 호흡하면서 작품을 채워나가는 것도 재밌는 작업이고요. 저녁까지 남아서 연습할 때가 있는데 다른 배우들과 즐거운 분위기에서 연습할 수 있어 매일 행복했어요.” 



    뮤지컬의 묘미 가운데 하나는 배우마다 다른 캐릭터 해석을 보는 거죠. 성규 씨가 이번에 연기하는 ‘젊은 명우’는 다른 배우들이 연기하는 명우와 어떤 점이 다른가요.
    “첫사랑을 할 때 설렘과 순수함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첫사랑에 빠졌을 때 귀엽고 풋풋했던 모습을 떠올리게 해드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마도 귀여운 명우를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사실 전 그렇게 애교가 많은 스타일은 아니지만…ㅋㅋㅋ.” 

    성규 씨는 록밴드 넬(NELL)의 열혈 팬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뮤지컬 배우 중에서는 닮고 싶거나 지향하는 스타일의 배우가 있나요.
    “이번 작품에서 같이 호흡을 맞춘 안재욱 선배님을 닮고 싶어요. 항상 고민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모습이 후배 입장에서 봤을 때 정말 멋있었어요. 많이 닮고 싶었죠.” 

    뮤지컬에 도전한 아이돌 멤버 가운데 조언을 구한 사람이 있나요.
    “슈퍼주니어의 규현 형이 조언을 많이 해줬어요. 서로 작품을 할 때 보러 가기도 했죠. 이번에도 꼭 초대하려고요.” 

    참고로, 규현은 2010년 ‘삼총사’로 뮤지컬 신고식을 치렀다. 성규와는 2015년 KBS 예능프로그램 ‘두근두근 인도’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안재욱(앞줄 왼쪽)이 뮤지컬 ‘광화문연가’ 연습을 하며 성규와 함께 찍은 사진. [안재욱 인스타그램]

    안재욱(앞줄 왼쪽)이 뮤지컬 ‘광화문연가’ 연습을 하며 성규와 함께 찍은 사진. [안재욱 인스타그램]

    뮤지컬 ‘광화문 연가’ 외에 ‘드라큘라’ ‘인 더 하이츠’ ‘올슉업’ 등을 통해서도 팬들을 만났는데요. 주크박스 뮤지컬과 이야기가 중시되는 뮤지컬 가운데 어떤 쪽을 더 선호하나요.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배역이나 작품은 무엇인지도 궁금해요.
    “저는 어떤 쪽을 떠나 전부 다 매력 있고 재미있어요. 어떤 장르라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뮤지컬 작품을 통해 앞으로도 인사드리고 싶어요. 정말 즐거운 활동이에요.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모차르트 역할을 해봤으면 좋겠네요.”

    아이돌이 뮤지컬 무대에 도전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요. ‘아이돌=실력별로, 인기에만 편승’이라는 선입견도 있는데 아이돌 처지에서 아이돌의 뮤지컬 도전을 어떻게 보나요.
    “아이돌그룹의 멤버로서 처음 뮤지컬에 도전할 때는 사실 굉장히 부담이 컸어요. 어색하기도 하고 많이 낯설었죠. 그런데 제가 즐기면서 하다 보니 어느새 저도 뮤지컬을 사랑하게 됐더라고요. 더 많은 사람이 뮤지컬의 매력을 알고, 많이 즐기면서 사랑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한국에서 아이돌로 산다는 건 좋기도 하지만 고충도 많은 삶일 것 같습니다. 원래의 나와 팬들이 보고 싶어 하는 나의 모습이 충돌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김성규는 어떤 모습인가요(기자가 예시로 든 건 ‘더 지니어스 : 게임의 법칙’에서 두뇌 회전 빠른 모습,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멤버들과 굴욕 사진을 올리며 익살스럽게 노는 모습, 간혹 무기력해 ‘규기력’으로 불리는 모습, 인피니트 리더로서 든든한 모습 등이었다).
    “글쎄요. 모두 저의 모습 가운데 일부라서요. 딱 하나를 집어서 어떤 것만 보여드리고 싶은 건 아니에요. 모두가 저 자신의 모습이니까 다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하하.”

    작사가 김이나 씨가 예전에 성규 씨의 음색에 대해 칭찬한 글을 본 적이 있어요. 본인의 보컬이 갖는 장점은 무엇이고, 솔로 앨범과 그룹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앞으로 어떤 노래를 들려주고 싶나요.
    “음…. 정말 감사드리고요. 보컬로서의 제 장점? 여러 장르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여러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대중의 마음에 남는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성규 씨는 과거 ‘올슉업’에 출연하며 “음악을 사랑하고 꿈을 찾아 세상을 여행한다는 점이 엘비스와 닮은 것 같다”고 얘기했는데요. 낮에 듣는 음악(인피니트 앨범)과 밤에 듣는 음악(솔로 앨범)을 하는 성규 씨의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요.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가수이자 배우가 되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게 정말 멋지고 행복한 일인 것 같아서요. 이번에 ‘광화문연가’라는 작품으로 다시 인사드릴 수 있어 무척이나 기뻐요. 연말에는 좋은 작품을 보시고 함께 따뜻함을 나눴으면 좋겠어요. 모두 모두 행복하세요!”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