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5

2011.05.02

일과 죽음 그리고 멀고 먼 보상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1-05-02 09: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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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모(43) 씨는 2년 전 남편과 사별했습니다. 매일 오전 7시까지 출근해 밤 12시가 넘어 퇴근하던 조씨의 남편 권혁태 씨는 어느 날 회식자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급성 관상동맥 증후군으로 사망했습니다. 중학생, 초등학생 딸 둘을 둔 조씨에겐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습니다. 조씨는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에 산업재해(이하 산재) 판정을 신청했지만 기각됐습니다. 현재 그는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갑니다.

    산업현장에선 1년에 1만여 명이 근골격계 및 뇌·심혈관계 질환 등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합니다. 하지만 아주 적은 사람만 산재 인정을 받습니다. 2009년 근골격계 질환은 총 3431건 중 2088건, 뇌·심혈관계 질환은 총 3189건 중 2550건이 산재 불인정 판정을 받았습니다.

    공단 측은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객관적으로 공정한 판정을 하고 있다”고 해명합니다.

    하지만 일반인에게는 산재 인정 잣대를 엄격히 적용하면서 정작 공단 직원의 업무상 재해에는 손가락 베인 것까지 산재로 인정하는 이중 모습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지난해 10월 공단 국정감사 때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공단 직원의 평균 산재율은 0.38%로, 금융 및 보험업 같은 유사업종 근로자(0.10%)보다 4배가량 높았습니다. 특히 차 의원이 제시한 ‘관대한’ 산재 인정 사례에는 사내 팔씨름대회에서 손목을 다친 여직원, 등반대회에서 하산 때 무릎 통증을 호소한 직원까지 있었습니다.

    일과 죽음 그리고 멀고 먼 보상
    그러다 보니 정말 억울하고 사정이 막막한 사람을 외면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판정에 불복해 근로자가 제기하는 심사 청구의 경우 공단 패소율이 2007년 10.9%에서 2009년 12.2%로 높아졌으며, 같은 기간 재심사 청구에 따른 패소율 역시 7.8%에서 9.2%로 상승한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공단 측이 곰곰이 되새겨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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