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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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 ‘언’론 신고합니다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11-03-14 09: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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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부터 이름이 제대로 적힌 우편물을 받아본 기억이 없습니다. 제 이름이 어렵기 때문일까요. 꼭 한두 글자 ‘오타’가 나서 오더군요. 고등학교 때 외부 대회에서 받은 상장에도 이름이 틀리게 적혀 있어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각인시킬 요량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희’망찬 ‘언’론을 만들 이름이라고 말이죠.

    자기소개처럼 희망찬 기사를 쓰는 것을 목표로 ‘주간동아’에서 열심히 뛰려 합니다. 이런 제게 주어진 첫 미션은 ‘인문학’이라는 다소 무거운 세 글자였습니다. 학창 시절에도 외면했던 인문학을 직장생활하며 다시 접할 줄은 몰랐습니다. 취재를 위해 인문학 수업을 들으며 대학교 신입생 때로 돌아간 느낌을 받았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기사를 쓰느라 슬라보예 지젝, 토머스 홉스와 씨름하며 밤을 보낸 것은 물론이고요.

    한 주 동안 인문학에 대해 취재하며 우리 사회의 ‘희망’을 봤습니다. 4시간에 걸친 철학 강의에도 열심히 펜을 놀리는 수강생의 열정, ‘건물에서는 사람의 향기가 나야 한다’며 인문학도를 뽑아 취업시장에 훈훈한 바람을 몰고 온 건설회사 CEO, 지역 주민이 행복해야 지역이 살아난다며 인문학 부흥에 앞장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모습….

    ‘희’망찬 ‘언’론 신고합니다
    인터뷰 중에 들은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다들 인문학의 부활, 인문학의 죽음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인문학은 죽은 적이 없기에 부활하지도 않는다는 말. 일단 지금 당장 어떤 인문학 서적이라도 꺼내서 읽어보세요. 동네에서 하는 인문학 강좌도 좋습니다. 내 안의 ‘텅 빈 공간’과 마주하는 경험을 하면, 분명히 지금과는 다른 나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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