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2

2011.01.24

편입 열풍에 숨은 뜻

  •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입력2011-01-24 09: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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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KBS 스페셜 ‘행복해지는 법’을 보았습니다. 소득 상위 40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행복도를 조사했는데, 우리나라가 39위를 차지했다고 하더군요. 다큐멘터리는 대한민국의 행복도가 낮은 이유 중 하나로 지나칠 정도로 과열된 입시 경쟁을 꼽았습니다. 우리 사회는 상위 1%에 들지 않으면 ‘루저(패배자)’가 된다고 가르치는 사회라는 거죠. 연출진이 한 고등학교 교실의 학생들을 상대로 ‘인(IN)서울(서울에 소재한 대학)’에 진학하기를 희망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전원이 손을 들었습니다.

    문득 한 달 전쯤 만난 지인 A씨(21)가 떠올랐습니다. 비수도권 소재 대학을 다니는 A씨는 요즘 상경해 고시원에 살고 있습니다. 서울 소재 대학으로 편입하기 위해 편입학원을 다니기 때문입니다. 하루 10시간 넘게 공부하는 모습이 고3 수험생 못지않더군요. A씨는 “지방대를 나오면 취업이 훨씬 어렵다. 또 지방대 졸업해 적은 연봉 받느니 인서울 나와서 더 높은 연봉을 받겠다”고 했습니다. 서울 소재 대학 학생을 만나면 자신도 모르게 주눅이 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학력 지상주의, 비수도권 대학 출신에 대한 편견이 가득한 사회에서 많은 학생이 편입학원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매년 편입 경쟁률은 높아만 갑니다. 2010년 1학기 일반편입 경쟁률은 서강대 52대 1, 한양대 42대 1에 이를 정도입니다. 비수도권 대학 중에는 계속 학생들이 빠져나가자 교수진이 직접 나서 학생을 설득하거나, 전문대학을 찾아가 졸업생을 보내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학부모 초청 행사, 각종 장학금 제도를 늘리는 곳도 있고요. 그래도 학생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가니, 학교 측의 한숨은 깊어만 갑니다.

    편입 열풍에 숨은 뜻
    편입 준비생들 사이에서 편입시험은 ‘제2의 입시전쟁’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물론 자신의 적성에 맞는 전공을 뒤늦게 찾아 편입을 결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간판’ 때문에 다시 치열한 입시전쟁에 뛰어든다니 안타깝습니다. 비수도권 대학의 약화는 결국 지역사회의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비수도권 대학 출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사라지지 않는 한, 편입 준비를 위해 상경하는 사람은 계속 늘어나겠죠. 이들을 비판할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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