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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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설움 딛고 ‘빰바야 ~ 아’

  • 입력2006-06-06 09: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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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명설움 딛고 ‘빰바야 ~ 아’
    “너무 오래 기다려서 그런지 막상 인기라는 것이 제 앞에 오니 오히려 겁나요.”

    최근 가장 인기가 높은 코미디프로로 꼽히는 KBS-2TV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는 심현섭은 ‘잘 나가는’ 개그맨 중 한 명이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빰바야~아”와 “미친~나”라는 그의 유행어를 알아야 ‘왕따’당하지 않는다.

    그는 개그계에서 대표적인 늦깎이 스타다. 서울예대 시각디자인과 89학번으로 새해 들어 우리 나이로 서른한살인 ‘아저씨’. 96년 SBS 공채 5기 개그맨으로 방송을 시작했지만 6개월 전만 해도 그의 얼굴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학교로 따지면 지금 한창 활약하는 이휘재 남희석보다 선배지만, 서울예대 출신 후배들이 주연을 맡은 프로그램의 녹화장에서 방청객의 박수를 유도하는 ‘바람잡이’ 노릇을 하며 무명의 설움을 곱씹었다. 그나마 98년께는 아예 출연할 기회를 잡지 못한 채 1년간을 거의 ‘백수’ 로 지냈다.

    “암담하더군요. 거의 매일 술로 속을 달래며 그만둘까 고민했죠. 막상 때려치우려고 하니까, 그동안 혼자 준비했던 개그를 보여주지도 못한 채 떠난다는 게 너무 억울해 악으로 버텼어요.”

    이렇던 그의 개그 인생에 빛이 들기 시작한 것은 활동무대를 KBS로 옮긴 금년 초부터. 프로그램을 가리지 않고 출연하면서 차츰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마침내 9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준비하던 ‘개그 콘서트’와 만나게 된 것이다.



    그는 재주 많기로 소문난 개그맨들 사이에서도 ‘개인기의 달인’으로 불리는 재주꾼이다. 특히 유명인이나 외국인의 독특한 어투를 흉내내는 성대모사는 전매특허. 단순히 목소리를 흉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개그를 섞은 심현섭식 성대모사’를 개발했다. 현재 그가 흉내낼 수 있는 유명인은 약 50여명. 이중 아직 방송에서 공개하지 않은 ‘비장의 카드’가 20여명이나 된다고 한다. 요즘 인기가 높은 ‘사바나의 아침’에 등장하는 추장의 말투는 초등학교 시절 가장 재미없게 본 영화에서 따온 것이라고. “4학년 때 아버지와 함께 극장에서 ‘사바나’란 자연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지루해서 한참 졸다가 깨어났을 때 본 것이 추장이 ‘빰바야~아’라고 주문을 외우는 장면이었어요.”

    그는 아버지 이야기를 할 때면 얼굴에 옅은 그늘이 낀다. 그의 아버지는 민정당 총재비서실장을 지낸 심상우씨. 중학교 1학년이던 1983년 10월9일, 아버지는 미얀마 아웅산 폭발사건으로 세상을 떠났다.

    “가끔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지금 내 모습을 어떻게 생각하셨을까 상상해 보죠. 개그맨은 생각도 못하셨을 겁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늘 격려하셨으니까 아마 좋아하셨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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