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0

2001.09.06

언제쯤이나 ‘판정타령’에서 벗어날까

  • when@seoul.co.kr

    입력2004-12-16 13:53: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언제쯤이나 ‘판정타령’에서 벗어날까
    A감독 : (온몸을 부르르 떨며) 왜 외국인선수하고 국내선수하고 몸싸움을 벌이면 항상 국내선수에게만 휘슬을 부는데요? 이거 원, 한두 번도 아니고….

    B감독 : (기가 차다는 듯) A감독이 그런 얘길 하면 사람들이 웃어요. 심판들이 3쿼터만 되면 누구를 위해 항상 장난치는 줄 아세요? 바로 A감독의 팀 때문입니다.

    C감독 :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A, B감독은 그래도 행복한 겁니다. 저는 이제 질렸어요. 우리 팀은 경기마다 심판까지 포함해 8명하고 싸우는 꼴입니다. 선수들이 모 심판만 나오면 아예 뛰지를 않아요. 열심히 해봤자 무조건 진다는 거죠.

    여자프로농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체육관 안팎에서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사령탑들의 불만을 모아봤다. 마치 TV사극에 나오는 궁중 여인네들마냥 귀를 쫑긋 세우고 경기장 이곳저곳을 기웃대며 뭐든지 주워들어야 하는 것이 기자들의 운명인 까닭에 감독들의 이같은 주장도 이제는 신물이 날 정도로 익숙해졌다.

    지난 겨울리그에서도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신세계 이마트배 2001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에서는 그 강도와 횟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단순히 패장이 판정에 대해 가벼운 불만을 토로하는 ‘뒷말’ 수준이 아닌, ‘XX팀은 도와주는 사람이 많으므로 반드시 플레이오프에 올라갈 수밖에 없다’ 혹은 ‘쭛쭛팀은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플레이오프는 몰라도 챔피언 결정전까지는 힘들 거다’ 식의 음모설까지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단순함과 명쾌함이 좋아 스포츠 세계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밥맛이 뚝 떨어질 정도로 헷갈리고 기가 막힌 이야기다.



    지금까지 언론에서 심판 판정을 문제 삼는 것은 대체적으로 금기시되어 왔다. 우리 나라 각 분야의 부패도를 감안할 때 그나마 가장 청결한 곳이(?) 체육계일 뿐더러, 판정에 대해 하나하나 왈가왈부하면 근본부터 흔들린다는 게 오랜 취재 경험을 가진 고참 체육기자들의 얘기다.

    그러나 상황이 이쯤 되면 한번 정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6개 팀 중 5개 팀 감독들이 판정의 일관성에 대해 하나같이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라면 뭔가 문제가 있음에 틀림없는 것 아닌가. 판정을 받아들일 수 없는 감독은 끙끙 앓지만 말고 심판설명회를 요구해 비디오 자료를 함께 보며 정식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 연맹과 심판들에게 밉보이기 싫어 피한다는 구차한 변명 대신 말이다. 심판들도 마찬가지. 감독들의 항의가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공식 석상에서 정확한 자료를 인용해 설명하는 게 오해를 줄이는 가장 빠른 길이다. 그나저나 도대체 한국 스포츠는 언제쯤 ‘판정 타령’에서 벗어날 수 있겠느냐고? 정작 궁금한 질문에는 답이 잘 나오지 않는 법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