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7

..

쌍둥이 동생이 퍼머를 한 까닭은

  • 입력2006-04-13 13:13: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쌍둥이 동생이 퍼머를 한 까닭은
    최근 가요계에서 10대 쌍둥이 댄스 그룹이 한창 인기몰이다. 똑같이 생긴 유명인이 둘이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시선을 끌게 마련이다.

    농구선수 중에도 ‘쌍둥이 스타 계보’가 있다. 조상현(SK·24), 동현(신세기) 형제. 한때 잘나가던 여자배구선수 신영숙씨(49)의 두 아들로 어머니의 선천적인 운동신경을 똑같이 물려받아 대전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나란히 정상의 농구선수로 활약해 왔다. 만화영화 ‘슈퍼마리오’에서 빌려온 ‘슈퍼 쌍둥이’이라는 별명이 꼭 어울린다.

    5분 간격으로 태어난 이들은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한솥밥을 먹더니 운동도 함께 해 줄곧 붙어다녔다. 지난해 프로입단과 함께 SK와 신세기로 나뉘기 전까지 무려 24년간이었다.

    둘이 워낙 똑같이 생겨 화제가 많았다. 한 사람이 사정이 생기면 대신 사진을 찍기도 한다. 이들은 증명사진을 남들보다 두 배나 가지고 있는 셈이다. 대학시절 대리출석이나 시험을 대신 본 것은 작은 해프닝에 불과하다. 사귀던 여자친구를 대신 만났다가 들통이 나 폭소를 터뜨리는 일까지 있었다.

    프로입단 후 화제가 된 것은 말로만 듣던 쌍둥이의 신기한 생체리듬 일치 현상. 이들은 ‘쌍둥이는 자기들끼리 고유의 텔레파시가 통한다’는 속설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확히 입증했다.



    99년 12월11일. 동생 동현이 SBS전서 오른쪽 목 부위에 큰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갔다. 그런데 다음날 형 상현(당시 골드뱅크 소속)도 삼성전에서 오른쪽 발목이 돌아가는 부상을 당했다. 밤새 동현의 병실을 지키던 어머니 신영숙씨(49)는 다음날 ‘상현이도 경기 도중 들것에 실려 나갔다’는 소식을 전해 들어야 했다.

    생체리듬이 비슷한 탓인지 컨디션도 같은 사이클을 그렸다. 한 쪽이 ‘펄펄 날면’ 다른 쪽도 코트를 휘저었다. 반면 특급 슈터들인 둘은 ‘자유투 난조’처럼 쉽게 일어나지 않는 일도 같은 날 저질렀다.

    심지어 콘택트렌즈도 잇따라 빠졌다. 1월5일 동양전에서 동현이 경기 중 렌즈를 빠뜨려 잠시 벤치로 물러나는 일이 발생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조상현이 6일 삼성전에서 김택훈에게 렌즈가 구겨질 정도로 눈을 크게 찔렸다. 신비감을 줄 정도로 뭔가가 일치하는 것이다.

    둘은 같은 팀에서 뛸 때 기가 막힌 호흡으로 팬들을 감탄시켰다. 감기나 급성맹장염 같은 병치레도 함께 했다.

    최근 조동현이 타고난 고수머리를 스트레이트 퍼머를 통해 폈다. 주위에서 ‘신창원 같다’며 원상회복을 요구했지만 당사자는 그럴 의사가 없다. 이젠 ‘나와 닮은 꼴’의 존재가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사람들에게 함께 달려가 같은 목소리로 “누가 상현이고 동현이게요?”라며 장난스레 묻는 모습도 이젠 보여주지 않는다.

    올 시즌 두 선수는 신인으로 소속팀에서 주전자리를 꿰차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형 상현이 속한 SK가 신흥강호로 급부상하며 전성기를 누린 반면 동생팀(신세기)은 시즌 내내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팀 성적으론 명암이 엇갈린 것이다.

    특히 조상현이 모 신문사가 주최하는 ‘LG 프로농구 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자 동생 동현은 요즘 정말 듣기 싫은 ‘오해의 축하인사’를 종종 받았다.

    “네 머리를 원래대로 하고 대신 내가 머리를 박박 밀까?” 형의 위로가 재미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