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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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존심 불고기는 우리 것 아니다?

불고기의 진실

  •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입력2010-07-12 13: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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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자존심 불고기는 우리 것 아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불고기. ‘고구려의 맥적’과 관련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는 현재 먹고 있는 음식을 조상도 아주 오래전부터 먹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려고 한다. 5000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단일민족으로서 어떤 음식이든 오랜 전통이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실상이 그러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우리가 현재 먹고 있는 음식 대부분은 근대의 산물이다. ‘한민족의 유구한 역사’에 집착해 음식에도 역사가 있었으면 하고 의도적이든, 잘 모르고든 ‘왜곡’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정통성을 따지는 정치사도 아니고 음식사 정도야 하며 넘어갈 수도 있으나, 그 왜곡의 대상이 현재도 즐겨 먹는 일상식일 때는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늘 의도하지 않게 거짓말을 하며 그 음식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음식 중 가장 맛있고 인상적인 것으로 불고기를 꼽는다. 그래서 불고기는 한국 음식의 자존심과 같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불고기에 대한 역사를 참 많이들 이야기한다. 고서에 나오는 너비아니니, 설하멱이니 하는 쇠고기 음식도 일반인 귀에 익숙할 정도다. 이 같은 불고기 역사 중 최절정을 이루는 것은 ‘고구려의 맥적’이다. 최남선이 1906년에 쓴 ‘고사통’에 불고기의 역사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수신기(搜神記)’를 보면 ‘태시(太始) 이래로 이민족의 음식인 강자(羌煮)와 맥적(貊炙)을 매우 귀하게 안다. 그래서 중요한 연회에는 반드시 맥적을 내놓는다. 이것은 바로 융적(戎狄)이 쳐들어올 징조다’라고 경계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맥적에는 대맥(大貊)과 소맥(小貊)이 있었으며, 한대(漢代)에서 이것을 즐겨 맥적을 중심으로 차린 연회를 맥반(貊盤)이라 했다. 강(羌)은 서북쪽의 유목인을 칭하는 것이고, 맥(貊)은 동북에 있는 부여인과 고구려인을 일컫는다. 즉 강자는 몽골의 고기요리이고, 맥적은 우리나라 북쪽에서 수렵생활을 하며 개발한 고기구이이다.”

    최남선이 맥적을 ‘부여인이나 고구려인이 먹었던 고기구이’라고 했는데, 후대의 사람들은 그 맥적이라는 ‘고기구이’를 불고기의 원형이라 하는 것이다.

    ‘수신기’는 중국 동진(東晋, 4세기경)의 역사가 간보(干寶)가 편찬한 소설집이다. 이 책은 역사서라고 할 수 없다. 온통 귀신 이야기로 가득해, 우리나라 책으로 치면 ‘고금소총’ 정도 된다. 그래서 이 책에 그리 적혀 있다 해도 살을 잘 발라서 읽어야 한다. ‘수신기’의 원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胡床, 貊槃, 翟之器也; 羌煮、貊炙, 翟之食也. 自太始以來, 中國尙之. 貴人富室, 必畜其器, 吉享嘉賓, 皆以爲先. 戎、翟侵中國之前兆也.””호상(胡床), 맥반(貊槃)은 적족(翟族)이라는 민족이 쓰는 용기의 이름이고 강자(羌煮), 맥자(貊炙)는 적족이 먹는 음식의 이름이다. 그런데 진무제 태시 연간부터 중원지구에는 이런 도구와 음식이 유행했다. 귀족과 부자의 집은 모두 그런 용기를 갖춰놓고 희사 때 귀빈들이 오면 우선 그런 용기와 음식을 상에 내놓는다. 이것은 서융(西戎)과 북적(北翟)이 중원지역을 침범할 징조를 미리 보인 것이다.”

    (‘수신기’, 중국 연변인민출판사, 2007년)

    최남선이 봤다는 내용과 다르다. ‘수신기’에는 맥적을 적족의 음식이라 적고 있다. 적족이 어느 민족을 말하는지 알 수 없으나, 우리 민족의 이름을 적족이라 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최남선이 ‘투철한 민족정신’으로 ‘수신기’를 슬쩍 왜곡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근거로 불고기의 원조로 ‘고구려의 맥적’을 들먹이는 것이다.

    한국 음식이 긴 역사를 지녀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면 이런 왜곡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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