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동아’는 생각하고 느끼는 걷기를 통해 건강을 도모하는 신인류 문화건강족 ‘호모 워커스(Homo Walkers)’의 탄생에 발맞춰 올 한 해 전국에 산재한 걷기 좋은 길을 테마별, 지역별로 소개하기로 했다. 그 첫 작업으로 서울 도심의 숲길을 걷고 그 길에 담긴 사연을 이미 소개한 바 있다(736호). 이번 호에는 주간동아의 호모 워커스 기자들이 강원도의 숲길을 걸었다. ‘한반도의 허파’ 구실을 하는 강원도, 그 숲길에 들어가면 인간도 푸르러진다. 이번 여름, 햇볕 한 줌 들지 않는 원시의 숲을 걸으며 더위도 피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강원도 홍천 수타사 입구에 위치한 보.
각종 나무와 꽃, 야생초가 어우러진 숲은 그래서 중요하다. 숲 1ha는 40명이 1년 동안 숨 쉴 수 있는 12t의 산소를 만들고, 나무 자신들은 16t의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셔 스스로 몸체를 키워간다. 숲을 ‘지구의 허파’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간이 필요로 하는 산소의 3분의 1을 공급하는 ‘세계의 허파’ 아마존이 있다면, 강원도는 ‘한반도의 허파’에 비견된다. 강원도는 전체 면적의 82%가 숲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그 숲은 대한민국 전체 산림의 21%를 차지한다(137만ha).
강원도의 숲길을 거니는 것만으로 맑은 공기를 듬뿍 마시며 도시에서 찌든 몸과 마음의 안식을 찾을 수 있다. 아름다운 풍경, 벌레 소리, 나무 감촉, 꽃향기 그리고 미각을 자극하는 나무 열매까지….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고, 냄새를 맡으며 숲의 아름다움을 오감으로 느낀다. 이것마저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잠시 눈을 감고 마음으로 느껴보자.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샘솟듯 생겨난다. 이를 두고 혹자는 마음으로 느끼는 것까지 포함해 육감으로 느껴야 진정한 숲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떤 방식이든 좋다. 스스로 느끼는 그대로가 진정한 숲의 아름다움이다. 숲길을 걷는 데 따로 준비할 것은 없다. 단단히 동여맨 운동화 하나면 충분하다. 함께 걸을 지기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혼자여도 결코 외롭지 않다. 숲으로 들어와 나무와 풀벌레처럼 자연과 식구가 되면 마주하는 모든 것이 내 친구가 된다.
태양이 지글거리는 한여름, 바다와 강 그리고 숲이 어우러진 강원도는 최고의 피서지다. 햇볕 한 줌 비집고 들어올 수 없는 시원한 숲길 곳곳에 밴 옛 선조들의 자취는 인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나를 부르는 강원도 숲의 손짓에 벌써부터 엉덩이가 들썩들썩 들먹거린다. 지금이야말로 떠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