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티앤씨재단 혐오 컨퍼런스 지상중계

믿고 싶은 것만 믿겠다는 심리가 만든 혐오

현대의 혐오, 인터넷과 혐오

  •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믿고 싶은 것만 믿겠다는 심리가 만든 혐오

  • ⑶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김민정 교수.

김민정 교수.

혐오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 자주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요?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뉴스 분석 서비스를 이용해 혐오를 키워드로 하는 기사들을 찾아보았더니 1990년에서 99년까지는 매년 1000개 미만이었다가 2000년이 되면서 1000개가 조금 넘었고 2015년에는 4400여 개로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2019년도에는 1만 건 정도였다가 올해는 7개월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기사만 기준으로 했는데 벌써 8000건이 넘었습니다. 

연관단어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었고 ‘동성애’ ‘장애인’ ‘중국’에 관한 언급도 눈에 띄었습니다. 페이스북, SNS 게시물, 유튜브 댓글, 악플, 사회관계망 서비스처럼 인터넷과 관련된 단어들도 다수 있었습니다. 

또 ‘혐오’ 단어를 포함한 기사가 가장 많았던 달은 2020년 2월로 1826건이었고 다음으로 많았던 달은 2020년 3월로 1413건이었습니다. 해당 달 연관 키워드는 ‘중국인’ ‘코로나19’였습니다.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중국인, 아시아인, 중국계 이주민에 대한 혐오 차별이 각지에서 나타났던 것을 기사들도 보여주고 있는 거죠.

●혐오의 전염

전염병 발생으로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 담론이 강화되고 인권침해를 낳은 사례는 역사 속에서 반복되어 왔습니다. 경제 불황, 범죄, 재난, 전염병 등이 발생하면 외국인들이 원인을 초래했다라고 비난하면서 이들 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인권 침해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들이 나타났는데 그 시작에는 늘 혐오표현이 있었습니다. 



편견이 행동으로 옮겨질 경우에는 5가지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데요. 적대적인 말에서 시작해서 회피, 차별로 나아가고 물리적 공격, 가장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절멸까지 나아가게 됩니다. 

편견의 확산을 감정 전염 현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감정 전염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납니다. 그러면서 몇 가지 특징을 지니는데 우선 네트워크를 통해 확대되어 집단성을 띈다고 합니다. 보통 친구, 친구의 친구, 친구 친구의 친구 3단계를 통해서 확산됩니다. 두번째는 부정적 감정이 긍정적 감정보다 전염력이 훨씬 강한 데 연구에 따르면 행복감보다 고독감이 훨씬 강하게 전염된다고 합니다. 감정 전염은 대면 상황뿐만 아니라 비대면 상황에서도 발생을 하는데 여기에는 페이스북 실험이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2012년에 68만 명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긍정적 게시물과 부정적 게시물을 노출하는 정도를 조작하는 실험을 몰래 진행했습니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긍정적인 게시물에 노출되었던 사람들은 긍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게시물을 더 많이 올렸고 부정적 게시물에 노출된 이용자들은 부정적 게시물을 더 많이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유통되는 메시지가 사람들의 감정과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원초적 혐오, 투사적 혐오

편견이 행동으로는 옮겨지는 첫 단계가 ‘적대적인 말’이라고 했는데 혐오표현에서 주목하는 혐오는 일시적 혹은 개인적 차원의 감정으로서의 혐오가 아니라 인종주의, 자민족 중심주의, 반유대주의, 성차별주의 등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사회적 의미의 혐오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법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은 그런 의미에서 원초적 혐오와 투사적 혐오를 구분했는데 ‘원초적 혐오’란 배설물이나 혈액, 소변, 시체, 구더기 등을 보거나 만질 때 나오는 직관적 반응으로 영어로는 디스거스트(disgust)라는 감정입니다. 이런 직관적 반응을 특정 집단에 투사하는, 가령 동성애자나 흑인, 여성, 유대인 같은 특정 집단이 이런 오염원의 속성을 갖고 있다고 덮어씌우는 것을 ‘투사적 혐오’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19세기 유럽인들은 유대인들이 독특하고 불쾌한 냄새를 뿜어내고 그것이 생리 중인 여성 냄새와 유사하다고 널리 믿었다고 합니다. 누스바움은 “투사적 혐오는 공정사회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인류 역사 그리고 현재 각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투사적 혐오의 양상을 보면 그것이 언제나 소수자 집단을 향해 작동해왔고 작동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혐오표현은 특정 집단을 열등한 존재이자 차별 받아 마땅한 존재로 규정하는 이데올로기에 바탕을 둠과 동시에 그런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고 강화시키기 위해서 반복적이고 사회구조적으로 생산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혐오표현은 그 자체로도 해악을 끼치지만 차별 행위, 특정 집단에 대한 폭력, 증오 범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고 하겠습니다.

●유독 인터넷이 혐오의 온상이 된 이유

인터넷은 혐오표현이 증식하는 혐오의 온상이자 극단적인 혐오를 확산시키기 위한 좋은 수단이 되어버린 것처럼 보입니다. 인터넷상 혐오 표현은 오프라인이나 기성 언론에서의 혐오 표현보다 널리 또한 빠르게 확산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인터넷이 없던 시기에는 소수의 훈련된 사람들만이 신문이나 잡지 같은 인쇄 매체, TV나 라디오와 같은 방송 매체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1인 미디어 유튜브크리에이터 같은 용어가 보여주듯이 누구나 쉽게 정보를 제작하고 유통할 수 있는 시대가 됐죠. 다양한 뉴스와 정보의 공급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낳았지만 허위 정보와 혐오 표현이 무차별적으로 어린이와 청소년까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는 전파된다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습니다.
 
온라인 게시판에 올려진 혐오표현은 무수한 댓글들 다른 사이버 공간으로 퍼나르기를 통해서 무한 확산될 가능성이 있고 최초 게시자가 표현을 삭제한다고 해도 미러링 사이트나 스크린 캡쳐본을 통해 영구적으로 존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인터넷상 혐오표현이 더 널리 퍼지고 극단적인 양상을 띄는 이유는 침묵의 나선모델, 연쇄 하강 효과, 집단극화 현상을 통해서도 설명될 수 있습니다. 

‘침묵의 나선모델’은 독일 사회과학자 엘리자베스 노엘레노이만이 주장한 것인데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이 사회적으로 우세하고 지배적인 여론과 일치하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현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침묵을 지키는 성향이 있다는 겁니다. 사회적 고립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거죠.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Pew Research Center)센터는 2014년 조사를 통해서 침묵의 나선 모델이 소셜 미디어에서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지배 여론은 점차 퍼지는 데 반해 소수 의견은 점차 침묵하는 데 문제는 침묵의 나선이 발생하기 전 초기 단계에 사람들이 지배적이라고 생각한 여론이 실제로는 지배 여론이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정치학자이자 법학자인 캐스선 스타인은 ‘연쇄 하강 효과’ 혹은 ‘폭포 효과’(Cascade Effect)때문에 사람들이 거짓 소문들을 쉽게 받아들이며 특히 온라인상에서 극단적인 의견들이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확산되고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습니다. 

여기서 ‘연쇄 하강효과’란 앞선 사람이 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고 따라 하는 것을 말합니다. 가령 음악 다운로드 관련 실험에서 사람들은 인기가 없는 노래는 거의 내려받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다운로드한 노래들을 내려받는 경향이 훨씬 컸습니다. 한 마디로 우리는 판단을 내릴 때 타인의 생각과 행동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겁니다. 

‘집단 극화 현상’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정보를 교류하면서 자신들만의 정보가 모든 것인 양 편향적으로 정보를 습득해 극단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또 집단 논의과정에서 극단적인 주장을 펴는 사람들이 동의를 얻기 쉽기 때문에 토의 결과가 극단적으로 치닫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남아있기 싫은 사람들은 떠나게 되고 결과적으로 더 극단적인 사람들만 남게 되어 내부 동질성은 더욱 강화되고 다양성은 약화되어 혼자였을 때는 감히 하지 않을 일들도 집단에서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게 하는 필터 버블

침묵의 나선, 연쇄 하강 효과, 집단 극화는 인터넷상에서 소위 ‘필터 버블’에 갇힌 개인의 편향된 정보 습득과 인지부조화를 피하기 위해 확증편향을 나타내는 심리적 기재로 인해 더욱더 강화됩니다. 

‘필터 버블’은 인터넷상에 개인화된 서비스가 갖는 위험성을 제시하는 개념입니다. 구글과 같은 검색 엔진이 이용자의 인터넷 검색 기록을 분석해 개인의 관심과 성향에 맞는 정보를 선별적으로 제공하고 넷플릭스가 이용자의 시청 기록을 분석해서 개인의 관심과 성향에 맞는 영상을 선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죠. 

맞춤형 정보에만 노출이 된 필터 버블에 갇힌 개인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 편견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지죠. 게다가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있고 알고 있던 것과 배치되는 사실을 최소화하려는 ‘인지 부조화’ 경향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확증 편향이 발생하게 되는데 믿었던 것에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자기 생각에 어긋나는 정보는 거부하는 것이지요. 

이처럼 인터넷 미디어 환경은 편향된 정보 습득을 강화시키는 경향이 있고 이러한 편향성은 침묵의 나선, 연쇄 하강, 집단 극화로 설명되는 사회 심리학적 기제와 맞물리면서 혐오표현을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해 소수 의견에 불과했던 혐오 메시지를 지배적인 의견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게 만들고 영향력을 넓혀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 나아가 혐오 감정을 가진 개인은 온라인에서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모아 집단을 쉽게 꾸리고 운영해나갈 수 있으며 그를 기반으로 오프라인에서의 행동을 도모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인터넷상 혐오표현에 대한 대응은 개개인이 감정을 표출하는 자유를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공동체의 상생 문화나 시민 사회의 담론 형성 및 유통에 미치는 악영향, 민주주의의 적절한 작동 및 구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마지막으로 미래 한국 사회를 이끌어갈 새로운 세대 양성에 미칠 영향까지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온라인 혐오에 맞서는 방안 ‘대항 표현’

온라인 혐오표현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들은 크게 국가,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 범사회적 차원으로 나눠서 논의할 수 있는데요. 여기서는 ‘대항 표현’에 대해서만 짚어보고자 합니다. 대항 표현은 말 그대로 혐오에 대항하는 표현입니다. 

혐오표현이 불평등, 차별을 담고 있다면 대항 표현은 평등, 차별 반대, 역량 강화와 관련 있는 표현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까요? 캐서린 겔버는 객관세계의 사실성, 상호주관적인 규범 및 가치의 정당성, 말하는 사람의 주관성이라는 하버마스의 의사소통 행위 이론을 활용해서 3가지 방식으로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즉 거짓에 기초한 혐오표현은 객관세계의 사실성 즉 팩트 체크를 통해 논박할 수 있고 차별이나 혐오를 담고 있는 각종 표현에 대해서는 가치의 정당성으로 논박한다는 거죠. 예를 들어 여성차별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여성도 동등한 시민으로서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평등의 가치를 내세우는 거죠. 또 혐오표현을 하는 사람이 주변의 눈치나 혹은 무지로 무의식적으로, 심지어는 남의 관심을 받으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혐오를 말하는 사람의 진정성에 호소해 피해자의 감정과 태도를 이해시키는 방법도 있습니다. 

대항 표현의 네 번째 방식은 전복, 탈환, 패러디라고 이름 붙인 형태입니다. 예를 들면 코미디언 김숙 씨가 ‘남자 목소리가 담장을 넘으면 패가망신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집안에 남자를 잘 들여야 한다’와 같은 발언은 성차별적 혐오표현의 부당함을 드러내고 되돌려주는 맞받아치는 방식의 대항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여기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개인적 차원에서의 대항 표현을 강조하는 것이 피해자 개개인이 맞대응하라는 심리적 부담을 갖게 할 수 있으므로 집단적인 연대와 조직에 기반 한 대항 표현, 공적인 대항 표현, 권위를 가진 국가나 공직자처럼 영향력 있는 기관이나 인물이 나서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겁니다. 아울러 인권 단체와 같은 민간단체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 홀로코스트와 같은 역사적 사건과 인권의 가치를 교육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분에게 전하고 싶은 마지막 메시지는 우리 모두는 주류성과 비주류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여성이라는 점에서는 비주류에 속하지만 이성애자라는 점에서는 주류성을 가집니다. 한국인이라는 저의 정체성은 한국에서는 주류성을 지니지만 미국에 가면 소수성을 지니게 됩니다. 이렇게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여러 개의 정체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고 그러한 속성이 때로는 주류에 속하고 때로는 비주류에 속한다는 점을 인지한다면 내가 알지 못하고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이 특정 집단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에 대해 편견을 갖고 그 편견에 기반해 혐오표현을 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되고 위험한 일인지 기억하는 것이 좀 더 쉽지 않을까요? 

앞으로 인터넷 댓글이나 게시판에서 혐오표현을 만나게 되면 여러분만의 방식으로 대항 표현을 한번 해봐주세요. 여러분의 대항 표현이 전하는 평등과 차별 반대의 목소리, 긍정적인 감정이 널리널리 전파될 수 있도록 말이죠.





주간동아 1260호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