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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장쩌민만 못한 시진핑”

[조경란의 21세기 중국] 토론·비판 없는 中…또 하나의 소련(蘇聯) 될라

  • 조경란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

“후진타오, 장쩌민만 못한 시진핑”

2019년 10월 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건국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시진핑 국가주석(가운데)과 후진타오(왼쪽), 장쩌민 전 국가주석. [신화=뉴시스]

2019년 10월 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건국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시진핑 국가주석(가운데)과 후진타오(왼쪽), 장쩌민 전 국가주석. [신화=뉴시스]

“중국의 굴기(崛起)는 기존 세계질서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 더 나아가 서양보다 더 나은 질서를 창출할 수 있는가.” 

10년 전만 해도 중국 연구자들은 이와 같이 질문했다. 중국은 G2의 한 축으로 부상하면서 관심 대상이 됐다. 오늘날 중국을 구성하는 요소가 미래 세계질서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중국 발전상은 ‘복수(複數)의 근대’ 혹은 ‘대안적 근대’가 가능할지 새로운 논쟁을 낳았다. 지금 중국의 모습을 보면 모두 부질없는 질문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간 무슨 일이 있었기에 필자 같은 중국학 연구자조차 중국에 실망했을까. 중국인이 21세기를 ‘그들의 세기’(그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말하는)로 만들려면 중국 밖 외부인의 말을 깊이 새겨야 한다. 외부의 ‘편견’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다. 

2021년 중국이 마주한 과제는 ‘부강(富强) 이후’를 상상할 수 있는지 여부다. 중국은 21세기 대전환 시대, ‘부강 이후’를 상상할 수 있는가. 즉 글로벌한 질서를 제시할 수 있을까. ‘유럽적 보편주의’와는 다른 중국식 보편모델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가. 그리하여 다른 나라로 하여금 닮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할 수 있을까. 중국은 이런 질문에 답해야 한다. 그래야만 시진핑(習近平)이 말하는 ‘중국몽’(中國夢·중국의 꿈)이라는 것도 설득력을 갖는다. 이를 위해 중국은 팬데믹 이후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해야 한다. 단순히 전통 철학으로 되돌아갈 것이 아니라, 차별화되는 새로운 철학을 정립할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우리는 중국이 인류의 미래가 될 수 있는지 강한 의구심을 갖게 됐다. 중국은 기괴한 형태의 민족주의에 함몰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디지털 기반 기술을 매우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긴 하다. 다만 그것과 어울리는 정치·사회문화 발전을 보이진 못한다. 이제까지 중국은 사회주의의 ‘눈물의 계곡’을 넘어 비교적 ‘탄력적인 권위주의’를 보여줬다. G2 도약의 비결이다. 그런데 시진핑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괴한 형태의 공격적 민족주의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앞으로 중국을 위협할 더 큰 위기로 확대할 가능성마저 있다. 

“왕도(王道) 없이 부강을 실현한 바는 있어도 부강 없이 왕도를 실현한 바는 없다”고 말한 사상가가 있었다. 1844년 ‘해국도지(海國圖志)’를 저술해 중국에 세계 주요 국가의 지리·역사·기후·풍속을 알린 위원(魏源)이다. 그는 부(富)와 강(强)을 왕도를 이루는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돈과 권력을 가져야 비로소 보편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18세기 말부터 20세기 말까지 200년간 부와 강이라는 단어는 중국의 금과옥조(金科玉條)였다. 이 시기를 살다간 중국 지식인과 정치가 모두 부와 강을 외쳤다. 그래야만 외국으로부터 치욕을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때 부강이라는 단어는 결국 저항 민족주의를 합리화하는 상징이었다.




과거보다 위험한 중국 민족주의

시진핑 정부가 보여주는 민족주의는 과거 중국의 저항적 민족주의와는 다르다. 전자는 그나마 이성적인 반면, 후자는 감성적이다. 특히 젊은 층이 매우 적극적으로 따른다. 새로운 감성적 민족주의가 차세대 정치지도자의 가치가 될 것이다. 심각한 문제다.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이 이뤄지지 못하는 사회는 자기검열이 일상으로 자리 잡는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없다. 디지털 사회도 앎과 비판이 허용되지 않으면 구성원의 새로운 창의성이 말살된다. 기술 발전으로 연구 혁신이 이뤄져도 자유로운 정치·사회문화로 수렴되지 못하면 한계는 분명하다. 더욱 새로운 시대를 이끌 AI(인공지능) 철학, 혹은 과학과 결합된 인문학의 등장을 기대할 수 없다. 

폴 코언(Paul A. Cohen)은 중국에 대한 내재적 연구의 필요성을 역설한 학자다. 그조차 이제 중국이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새로운 변화에 응답해야 한다고 말한다. 코언은 중국이 의외로 변화무쌍했으며 역동적 문명을 가졌다고 본다. 다른 학자들도 중국에 대해 새삼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냈다. 중국이 제국주의의 희생자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대표적이다. 이런 시각에 따르면, 중국은 다른 유라시아 제국처럼 대외적으로 식민권력을 행사했다. 대내적으로 미국 등 패권국과 비슷한 문제도 안고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 40년 만에 G2 반열에 올랐다. 경천동지할 정도로 변화했다. 17~19세기 외국 관찰자들이 중국에 대해 몰랐던 사실 또한 많이 밝혀졌다. 코언은 중국에 대한 새로운 사회문화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본다. 

중국에도 코언 같은 문제의식으로 중국 정부에 부단히 조언한 학자가 있다. 홍콩중문대 선전 캠퍼스의 정융녠(鄭永年) 교수다. 그는 지난해 8월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에서 시진핑 주석이 소집한 전문가 좌담회에 참석했다. 중국 정부가 2021년부터 시행할 14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을 조언하기 위해서다. 좌담회에서 정 교수는 미·중 무역전쟁을 기술냉전인 동시에 중국·서양 간 정치경제학 모델 간 충돌로 규정했다. 미국이 중국을 또 하나의 ‘소련’으로 만들어 중국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이성적 민족주의를 강조하면서 중국이 자만해선 안 되며 과학·이성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활력 잃은 중국 사상계

지난해 10월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항미원조 전쟁’(6·25전쟁의 중국식 표현) 7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중국 CCTV 캡쳐]

지난해 10월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항미원조 전쟁’(6·25전쟁의 중국식 표현) 7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중국 CCTV 캡쳐]

그가 미래 중국을 위해 내놓은 대책은 무엇일까. 중산층 육성과 소프트 인프라 확충, 더 높은 수준의 개방이 뼈대다. 정 교수는 전체 인구의 70%를 중산층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립·가공에 머물 것이 아니라 ‘made in China’ 핵심 기술과 소프트 파워를 개발해야 한다고도 봤다. 특히 그는 과거 명나라가 빠진 함정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15세기 명나라가 ‘정화(鄭和)의 원정’으로 원양 항해에 성공했으나 ‘보수 이데올로기’에 빠져 서양과 같은 대항해시대를 열지 못한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중국 사상계는 수년 전만 해도 매우 고무됐다. 2008년 중국이 베이징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2012년 경제적으로 일본을 제치기 전까진 그랬다. 2012년 시진핑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국 사상계의 활력은 급속히 사라졌다. 사상계의 활력은 공산당과 지식사회 사이 힘의 비대칭 속에서도 그나마 중국 사회가 살아 있다는 지표였다. 최근 중국에선 “시(習)정부는 후(胡·후진타오)정부만 못하고 후정부는 장(江·장쩌민 )정부만 못하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막스 베버(Max Weber)는 지배의 3가지 형태를 말했다. 각각 합리적·전통적·카리스마적 지배다. 현재 중국은 합리적 지배보다 전통적·카리스마적 지배에 의존한다. 마오쩌둥(毛澤東)이나 덩샤오핑(鄧少平)은 카리스마에 의존해 중국을 지배했다. 시진핑에겐 그들만큼의 카리스마가 없다. 중국 정부가 ‘시진핑 사상’ 고안을 당교(중국 공산당 학교)의 긴급 과제로 설정한 이유다. 

사상이란 작위적으로 금방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마오의 카리스마는 대장정(大長征)을 끝내고 옌안(延安) 시기 ‘고난의 오디세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덩도 마찬가지다. 덩은 마오와 함께 혁명시기의 온갖 고난을 겪었다. 1960년대 문화대혁명의 정치적 박해를 견디고 ‘4인방’을 처단했다. 이후 개혁·개방을 추진해 현재 중국의 기틀을 닦았다. 덩의 카리스마는 이런 역정 끝에 형성됐다. 두 인물은 신중국을 개창하고 신중국을 잘살게 한 상징이다. 마오는 사회주의로 중국을 구했고, 덩은 자본주의로 중국을 구했다고 평가받는다. 미국이 금융위기에 빠져 있던 2008년, 중국이 자본주의를 구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만큼 중국 국가 역량이 강해진 것이다. 

시진핑 시기의 과제는 무엇일까. 시진핑 시대 중국에서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중국인을 행복하게 잘살게 하면 된다. 중국인이 행복해야 한다. ‘논어’에 ‘선정을 베풀면 가까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고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는 구절이 있다. 나라 안을 쇄신하면 밖까지 끌어들일 힘을 갖게 된다는 의미다. 

시진핑이 집권한 중국에서 누군가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차이는 용납되지 않는다. 이런 사회에서 합의를 위한 토론은 형식에 불과하다. 시진핑이 주창한 ‘신시대(新時代)’, 중국은 하드 파워 굴기에 박차를 가하지만 그에 어울리는 소프트 파워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각성한 청년 넘친 100년 전 중국

이런 상황에서 세계는 ‘중국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현상을 겪을 수밖에 없다. 중국과 역사·문화·지리적으로 인접한 한국은 더욱 그렇다. 대중 정서에서 이른바 ‘중국 디커플링’ 현상이 상당하다. 대학에선 중국학을 전공하거나 중국어를 배우려는 학생 수가 격감하고 있다. 심지어 어느 사이버대에선 중국학과가 존폐 위기까지 맞았다. 한국인과 한국 사회에게 중국이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다. 100년 전 중국은 달랐다. 매력적이고 각성한 청년도 넘쳐났다. 이들이 진짜 ‘신중국(新中國)’을 만들었다. 쑨원(孫文), 루쉰(魯迅), 천두슈(陳獨秀), 리다자오(李大釗) 같은 진정한 지성인이 있었다. 2021년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에 이들을 소환해보는 것은 어떨까.

조경란 교수는…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 중국현대사상·동아시아 사상 전공. 홍콩중문대 방문학자·베이징대 인문사회과학연구원 초빙교수 역임. 저서로는 ‘현대 중국 지식인 지도: 신좌파·자유주의·신유가’ ‘20세기 중국 지식의 탄생: 전통·근대·혁명으로 본 라이벌 사상가’ ‘국가, 유학, 지식인: 현대 중국의 보수주의와 민족주의’ 등이 있다.





주간동아 1276호 (p60~62)

조경란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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