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스스로 배수진을 쳤다. 서울시장에 당선하지 못하면 어쩔 것이냐고 묻자 “4선 의원 했으면 됐다. 선출직이 아니더라도 사명은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서울시장이) 된다는 확신이 있다”며 멋쩍게 웃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우상호 의원 이야기다.
시종일관 여유 있었지만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언급할 땐 표정이 굳었다. 박 전 시장 사망으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것을 두고 거듭 “시민들에게 송구하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시장직을 포기할 순 없단다. “문재인 대통령과 서울시민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였다. 2월 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우 의원을 만나 인터뷰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2월 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로서 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난 가장 민주당다운 후보”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했다. 서울시민보다 문 대통령 지지층을 의식한 것 아닌가.“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중이다. 아무래도 지지층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주장을 해야 하지 않겠나. 이번 선거에서 우리 당이 패배하면 대통령도 레임덕을 겪는다. 대통령과 당을 내세우는 것은 경선을 위한 레토릭(rhetoric)으로 이해해달라.”
시장으로서 중앙정부에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겠나.
“나는 여의도에서 타협과 절충의 리더십을 갖췄다고 평가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국 때 수많은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만났다. 당시 새누리당 의원 중 절반이 탄핵에 찬성했다. 탄핵 후에도 나를 욕하는 사람은 없다. 하물며 같은 당 대통령이나 장관과 (의견을) 절충하지 못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경선을 치를 예정이다. 본인의 비교우위는.
“민주당의 정체성은 민주와 진보의 역사성이다. 이를 대표하는 사람이 우상호다. 즉 가장 민주당다운 후보다. 둘째로 서민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는 현재 보증금 4억 원에 (월세) 50만 원짜리 반(半)전셋집에 산다. 4선 의원임에도 국민의 삶을 이해하고 소통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진보적 정치인, 친서민 정치인 이 두 가지가 나를 대표하는 표현이다.”
‘찐(진짜)서민’을 자처했다. 자산이 8억~9억 원인데 과한 표현 아닌가.
“안 그래도 ‘찐’ 자는 쓰지 말자고 했다(웃음). 어릴 때 고생하긴 했다. 다른 정치인들, 특히 많은 자산을 가진 보수 야권의 안철수, 나경원, 오세훈 후보와 차별화하려고 쓴 말이다. 서민을 위한 정치인이 되겠다는 각오로 본다면 찐서민 후보가 맞다.”
야권은 박 전 장관을 맞상대로 여기는 듯한데.
“(박 전 장관이) 여당 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후보이므로 맞상대로 상정하기 쉽다. 다만 지지율은 변하고 (경선) 과정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판단은 그분들 자유지만, 현 추세라면 박 전 장관과 격차를 좁혀 역전이 가능하리라 본다.”
우 의원은 2018년 서울시장 후보 경선 때도 박 전 장관과 맞붙었다. 그는 14.1% 득표율로 박원순 전 시장(66.3%)은 물론, 박 전 장관(19.59%)에게도 밀렸다. 우 의원은 “당시 박 전 장관과 연합군이었다. 결선 투표가 이뤄지면 3위를 한 후보가 2위를 밀어주기로 약속했다. 박 전 시장은 도저히 못 이기겠다 싶었다. 다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고 회상했다.
박 전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우선 박 전 시장의 죽음으로 보궐선거를 치르게 돼 시민들에게 송구하다. 박 전 시장 사후 이뤄진 (박 전 시장 시정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봤다. 문제가 된 부분을 논외로 하더라도 (시정을) 잘했다는 평가가 과반이었다. 적어도 공직자로서 박 전 시장을 향한 지지가 꽤 컸구나 싶었다. 서울시 시정에 직접 민주주의 요소를 강화해 호응을 받은 것 같다. 다만 부동산 문제 대응 부분에서는 공공주택 비율을 높였으면 했다. 서울을 대표하는 산업을 육성하지 못한 점도 아쉽다.”
“성범죄 저지르면 ‘공직생활 끝난다’는 신호 줄 것”
‘문제가 된 부분’은 권력형 성범죄다. 논외로 할 수 있나.“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직권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인권위 권고사항을 잘 실천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 이 문제가 특정 진영의 문제일까. 새누리당 시절 보수 야권은 잇단 성추문으로 ‘성(性)누리당’으로 불렸다. 이 사안을 선거에 활용하려는 모습은 피해자에게 오히려 상처를 주는 일이다. 시장이 되면 유사 사건의 재발을 어떻게 방지할지 진지하게 말하는 게 옳은 접근법이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모두 민주당 지자체장의 권력형 성범죄 탓에 치른다.
“다시 한 번 국민에게 사과드린다. 입이 10개라도 할 말이 없다. 물어볼 때마다 송구하다.”
재발방지책은 뭐라고 생각하나.
“시장 직속 양성평등위원회 설치다. 양성평등위원회가 성범죄에 관해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 서울시장도 예외로 두지 않겠다. 또한 피해자가 피해를 호소하면 바로 보호하고 신원이 결코 드러나지 않도록 하겠다. 서울시 공직자를 대상으로 ‘성범죄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겠다. 지위고하 불문하고 엄벌에 처하겠다.”
양성평등위원회가 시장 눈치를 보지 않겠나.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으리라 본다. 양성평등위원회에 내부 감시 기능을 부여하겠다. 가령 공직자가 권한과 직책을 이용해 저지른 성희롱 등을 제보받아 처리케 할 것이다. 감사원 같은 감시·감독 기구가 필요하다. (권력형 성범죄를 저지르면) ‘공직생활이 끝난다’는 신호를 주겠다.”
‘이번 선거에 민주당이 후보를 내선 안 된다’는 여론도 있다. 남성 후보에게 특히 반감이 높은 듯한데.
“일단 송구하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남성 후보 출마) 결정을 내리기 전 싱크탱크를 통해 서울시민의 여론을 조사했다. 양측 지지자 모두 80% 가까이 후보 성별은 중요치 않다고 답했다. 후보가 꼭 여성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시민의 호응을 크게 받지 못한 듯하다.”
“강남은 조건부로 재개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오른쪽)이 1월 31일 서울 노원구 광운대역을 방문해 서울지하철 1호선 지상구간 지하화 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지역구인 서대문구에서 20여 년 동안 정치를 하며 재개발·재건축을 많이 도왔다. 서대문구에 아파트가 많이 들어섰는데, 원주민 80%가 경기도로 쫓겨나더라. 나에게 재개발·재건축 추진을 부탁한 사람들이었다. 세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첫째, 아파트 재개발·재건축을 한다고 원주민이 입주하는 건 아니다. 둘째, 공급을 늘려도 아파트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다. 셋째,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조합원 과반이 강남 3구 출신 다주택자라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인가.
“서울은 인구가 줄고 주택 공급이 늘어도 부동산 가격이 뛴다. 다주택자가 계속해서 주택을 매입해 시장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 다주택자가 가장 큰 문제다.”
재개발을 원하는 강남 주민 역시 서울시민 아닌가.
“강북은 재개발해야 한다. 강남도 경우에 따라 해야 한다. 단, 조건이 있다. 투기 대상이 되면 안 된다. 강북지역도 원주민이 떠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해 재개발해야 한다. 강남 지역의 재개발·재건축은 인근 주택 가격의 상승을 부추긴다. 전체 서울 부동산 가격도 불안하게 만든다. 강남 주민은 억울할 수 있겠지만 보완 대책을 만들어 조건부로 허가하겠다.”
공공주택이 들어설 지역 주민의 반대가 예상된다.
“철길과 강변도로 위에 공공주택 16만 호를 지으려고 한다. 강변도로 위는 주변 집값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철길 옆은 (인근 주민이) 항의할 수 있다. 철길 인근 지역은 개발이 덜 돼 노후화됐다. 공공주택을 지으면서 주변도 같이 개발하겠다. 문화·체육복합시설도 함께 건설하겠다.”
본선에서 맞붙고 싶은 상대는.
“맞붙고 싶은 상대는 없다(웃음). 야권 단일화가 실패하면 우리 당이 유리하고 성공하면 불리하다. 안철수 후보가 좀 세지만 단일화는 어려우리라고 전망한다. 최근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본심을 드러냈다. 안 후보로 단일화하면 범야권이 요동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결국 안 후보에게 흡수되리라고 예측한 것이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를 잘 안다. 단일화는 어려울 것이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점잖은 사람으로 보였는데 무슨 소리냐…” 동네 주민들 화들짝
비상계엄 반대했지만 탄핵 쓰나미에 밀려난 한동훈